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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바둑』 애독자, 김경래 소방시설관리사 

등록일 2019.11.061,465


진정한 바둑인생은 60대부터!

“나이는 60살이 넘었지만 바둑에 대한 흥미와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월간 『바둑』에서 저 같은 사람을 취재하면 바둑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마감이 끝나고 사무실에 출근하자 수북하게 쌓인 우편 봉투가 반갑게 맞이한다. 어느덧 통권 625호, 53번째 생일을 맞이한 월간 『바둑』의 트레이드마크 ‘단급인정시험’답안지들이 도착한 것이다.

창간호부터 이어진 유구한 코너이자 본지의 상징과도 같은 단급인정시험 답안지 뒷면엔 ‘독자의 소리’를 적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적힌 내용들을 선별해 ‘독자 Q&A’ 코너에 싣게 된다. 잡지를 읽다 궁금했던 부분을 질의하는 내용도 있고 이러저러한 강좌를 연재해달라는 요청도 심심찮게 들어오는 곳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독자의 소리를 읽어나가던 중,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매달 단급인정시험 응시를 하면서 의견도 함께 적어주시던 분이라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이번엔 ‘나를 취재해 달라’고 요청을 해온 게 아닌가. 즉시 편집회의가 열렸고, 취재 결정이 났다.

▲ 김경래 씨가 편집부로 보내온 ‘독자의 소리’. 바둑 발전에 관한 제언이 빼곡하다.



- 스스로 취재 요청을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인데요. 조금 놀랐습니다.
“저도 사실 이렇게 바로 취재를 하러 오실 줄 몰랐습니다. 하하. 저는 젊었을 때부터 굉장히 건강한 체질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중장년이 되고 보니 실버 세대가 질병에 취약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바둑을 두면 치매 예방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활동성이 보장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걸 느낍니다. 중장년 바둑 활성화를 위해서 저 같은 사람들의 ‘바둑 예찬’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취재를 요청 드렸습니다.”

- 평소에 바둑을 자주 두시는 편이신가요? 기력이 궁금합니다.
“단급인정시험 채점을 하시니 잘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 2단에 합격했습니다. 이제 3단을 목표로 매달 열심히 문제를 풀어서 응모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웃음). 바둑은 군대 동기들과 지금도 만나서 두곤 합니다. 제가 울산에서 소방시설관리사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부산에 군대 동기들이 10명 정도 살고 있어요. 가끔 부산으로 놀러 가면 하루 종일 바둑을 둡니다. 낙동강이 보이는 정자에서 지기들과 바둑을 두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죠.”

- 소방시설관리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국가 중견 시설을 관리·점검하는 일들을 합니다. 제주도를 빼곤 큰 시설들은 거의 다 제가 했죠. 롯데월드, 신한은행 본점, 원자력 발전소 등등 전국 각지를 돌면서 소방 점검을 하고 있어요. 점검 수행 능력으로는 아마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어요. 소방관 생활을 한 16년 정도 하다가 제1회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시험 때 합격해서 국내 3호 소방관리사가 됐고 그 후로 지금까지 24년간 이 일을 하고 있어요.”

- 일상생활에서 바둑이 도움이 된 적이 있으신가요?
“일단 차분히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크죠. 저는 뭐든지 항상 급한 편이었거든요. 바둑을 두다 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눈이 확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턴 포석, 행마, 전략전술 등 바둑에서 구사하는 여러 가지 것들을 실생활에 조금씩 접목하게 되고. 위기관리 능력 또한 향상되는 것 같아요. 바둑에서 중요한 순간에 치밀하게 분석하고 다음 수를 결정하듯이 말이죠.”

- 특히 실버세대에게 바둑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있으시다면?
“앞서도 언급했지만 요즘 국가적으로 치매 문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주위에 한 다리만 건너도 치매로 입원해 있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예요. 치매 예방에는 바둑만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머리를 쓰고 생각하는 자체가 좋은데다가 사실 노인들이 많이 외롭거든요. 홀로 있는 것보다 바둑 두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체로 유익한 거죠. 요즘 경로당 같은 곳에 가보면 대부분 고스톱만 치고 계시는 경우가 많아요. 고스톱보단 바둑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어린이 바둑교실을 운영하듯이 노인 바둑교실을 운영해서 경로당에 바둑 보급을 확산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이런 일은 개인이 하긴 어렵고 사회적인 관심 하에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이 있어야 되겠죠. 바둑을 좋아하는 고위 공직자 분들이나 정책을 입안하는 국회의원 중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이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꼭 한 번 방도를 연구해주시길 바랍니다(웃음).”

- 바둑과 관련해 향후 계획하고 계신 일은?
“강원도 영월에 좋은 땅이 있는데, 거기에 한옥 정자를 지어놓고 여러 사람들이 오며 가며 바둑을 두는 쉼터를 만들고 싶어요. 경치 좋은 곳 정자에 앉아 바둑을 두며 여생을 보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참, 월간 『바둑』 단급인정시험 문제도 꾸준히 응시해서 5단까지 한 번 도전해봐야죠!”

<인터뷰/이영재 기자>

▲ 김경래 씨 부부가 자택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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