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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륭산병성배 3연패 특별인터뷰 최정 九단 

등록일 2019.12.26599

▲ 궁륭산병성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정 9단.
▲ 궁륭산병성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정 9단.

궁륭산병성배 3연패 특별인터뷰 최정 九단

남성의 벽 넘어보겠다

‘사이다’라는 게 이런 맛일까.

최정 九단이 2019 궁륭산병성배를 석권하며 여자세계대회 최초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 기사들이 중국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는 사이 들려온 통쾌한 소식이었다.

중국여자랭킹 1위 위즈잉, 철녀(鐵女) 루이나이웨이, 신성(新星) 저우홍위까지… 정상에 오르기까지 최정 九단이 상대한 기사들 중 어느 하나 만만한 기사가 없었다. 소위 ‘지옥의 조’였다. 3연패로 향하는 길은 여느 때보다 고된 가시밭길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최정 九단은 여느 때처럼 밝고 명랑했다. 왼손에는 사진 촬영을 위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었는데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세계 최초 3연패란 기록을 남긴 트로피라 더욱 묵직해 보였다.


 


- 무거운 트로피를 들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괜찮아요. 우승도 했는데 이 정도야.^^ 거뜬해요.”

- 세계 최초로 여자 세계대회 3연패라는 기록을 세우셨는데.
“저도 나중에야 알았어요. 기록은 전혀 신경을 안 써서요. 제가 처음이라면 너무 영광이고요. 좋기는 한데…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가 또 깨겠죠.(웃음)”

- 궁륭산병성배가 열린 중국 쑤저우시 궁륭산은 실제로 어떤가요?
“일단 굉장히 자연적인 풍경이에요. 대국 장소가 호텔인데 바로 앞에 연못이 있어 산책하기도 참 좋았어요. 자전거가 비치돼 있어 쉬는 날 자전거도 타고 근방에 있는 손무서원도 견학했고요. 서울 같은 도시적인 느낌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 자연적인 환경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일까요?
“음, 그래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중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어요. (오)유진이가 고수의 맛을 알려줬거든요. 처음엔 맛이 이상했는데 자꾸 먹다보니 꽤 먹을 만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국에서 대회를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가을에 하는 것도 괜찮고.”

- 가을 타시는 건가요?
“가을 말고 더위를 타요.(웃음) 가을엔 시원시원 하잖아요. 더우면 시들한데 가을 되면 항상 바둑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겨울은 좀 춥고요.”


- 궁륭산병성배 16강전에서 프랑스 선수에게 손쉽게 승리한 후 8강부터 매판 중국 최고 선수들과 맞붙었습니다.
“모든 바둑이 다 어려웠어요. 위즈잉과 둔 판은 후반에 위즈잉이 잘 뒀으면 졌을 거 같은데 끝내기에서 많이 득을 봐 간신이 이겼고요. 루이 사범님과의 대국은 중반까지 좋았는데 느슨하게 두는 바람에 엄청 만만치 않아졌죠. 그 판도 질 뻔했고요. 가장 힘든 판이 결승이었던 것 같아요.”

- 요즘 중국 여자 기사 중 가장 잘 나가는 신예 저우홍위와의 대국이었죠?
“맞아요. 공부를 많이 하는지 초반이 엄청 세더라고요. 실제 둘 때 초중반까지 너무 나쁘다고 봤어요. 끝나고 인공지능 퍼센트를 봤을 땐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체감으론 졌구나 싶더라고요. 계속 나쁘다고 보고 두고 있었는데 상대가 수읽기 착각이 있었는지 한 수를 잘 못뒀고 그 한 수로 바둑이 뒤집혔던 것 같아요. 그 실수 아니었으면 아마 졌지 싶어요.”(자세한 내용은 72쪽 포인트관전기 참조)

한 발 뗄 때마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라이벌 위즈잉과 혈투 끝에 겨우 승리했지만 다음 상대는 여성기사로서 한 획을 그은 대기사 루이나이웨이였다. 떠오르는 중국 신예 저우홍위에게는 소위 ‘용궁’에 갔다 오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여자 세계대회 5회, 국내 9회 총 14회 우승을 차지한 최정 九단은 명실상부 최고의 여자 기사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이제 관건은 ‘여자’라는 꼬리를 떼는 것이다. 현재 한국랭킹 25위(11월 15일 기준)로 KB리그 4지명에 선발된 최정의 목표는 ‘통합 최강’의 타이틀을 쟁취하는 것이다.

- 현재(11월 15일 기준) 68승17패라는 엄청난 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특히 여자 기사를 상대로 27승 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두고 있어 화제인데요.
“정말요? 27승1패가 맞나요? 믿을 수가 없는데…(웃음)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대국 할 때 별 생각 없이 둬서요.”

- 올초 센코배 결승에서 라이벌 위즈잉에게 진 1패가 유일한 패점인데요. 이번 궁륭산병성배에서는 만회했고요. 위즈잉이 최근 대학에 가서 그런지 성적이 안 좋아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가 알기로 위즈잉이 대학에 시간을 많이 쏟는지는 의문인 것 같은데요. 펙트 체크 한 번 해보셔야 될 것 같아요. 대국 느낌은 비슷해요. 균형 잡힌 간명한 바둑… 여전히 어려운 기사예요.”

- 대학에 가보고 싶은 생각은 해본 적 없으세요?
“별로 없어요. 학교에는 미련이 없거든요. 공부나 수업에도 관심이 없고… 엠티는 한 번 가보고 싶기도 하네요.”

- 올해는 KB리그 4지명으로 선발된 만큼 남자 기사와의 승부도 욕심이 날 것 같은데요. KB리그에선 6라운드까지 2승3패, 이번 해 들어 남자 기사들과 대결에서 50%를 상회하는 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50%요?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분발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 국내 남자 기사들과 대결에서 50%를 상회하는 기사는 최정 九단이 유일할 것 같은데요.
“통합 기전에서 더 잘 해보고 싶어요. 세계대회라든지. 남녀가 같이 겨루는 대회에서 우승해보는 게 목표예요. 루이 사범님처럼 남성의 벽을 넘어보고 싶어요.”


- 이제 루이나이웨이 九단을 넘어섰단 이야기도 많이 들리던데요.
“전혀요. 루이 사범님은 ‘넘사벽’이에요. 국수전도 그렇고 응씨배 등에서도 남자 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루신 건 제가 봐도 너무 멋있거든요. 바둑 외적으로도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고요.”

- 바둑 외적이라면?
“음,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릴게요. 이번 궁륭산병성배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4강전이 끝나고 결승 전날 산책을 하다 루이 사범님 부부를 만났어요. 전날 제가 이겨서 조금은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저를 보시더니 두 팔을 벌려 꼭 안아주시더라고요. 신기한 느낌이었어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전날까지 밤에 무서워서 잠을 설쳤는데 그날은 숙면을 취했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 훈훈한 에피소드네요. 곧 하림배 결승에서 오유진 六단과 대결하게 되는데요. 소문난 ‘절친’과의 결승전인데 소감이 어떤가요.
“생각보다 오랜만에 두는 것 같아요. 워낙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친구라서 부담없이 재밌고 즐겁게 둘 수 있을 것 같아요.”

- 존경하는 친구지만 여태 한 번도 결승에서 져준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음, 좀 곤란하네요.(웃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최근 남자 기사들의 부진으로 아쉬움이 많은 가운데 궁륭산병성배 3연패로 많은 바둑 팬들이 위안을 얻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안을 드릴 수 있다는 건 제가 고마운 일이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예쁘게 봐주시는 팬분들에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참, 궁륭산병성배는 몇 연패까지 가능하실지.
“하하, 제가 계속 우승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해볼게요. 계속, 계속.”

<인터뷰/김정민 기자>

최정 九단에게 바둑 잘 두는 비결을 물었다. “그런게 있나요?”라고 되물으며 웃던 그녀는 “그냥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억지로 공부하려 하지 않아요. 하고 싶을 때 하고 놀고 싶을 땐 놀고…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요?” 아하, 그렇구나. 그게 비결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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