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진, 세계 정상 우뚝
원성진 9단이 중국의 강자 구리 9단에게 승리하며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7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 마련된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 3국에서 원성진 9단이 중국의 구리 9단에게 235수만에 항서를 받아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에 성공함과 동시에 중국 대륙에 넘겨줬던 우승트로피를 2년 만에 되찾아 왔다.
오전 9시 반(현지시간)부터 시작된 결승 3국에서 원9단은 초반 포석 실패로 고전했으나 중반 이후 구리 9단의 실수를 적절히 응징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후 구리 9단이 끊임없이 형세 반전을 모색했으나 원9단의 정확한 마무리에 막혀 결국 돌을 던졌다. 올 초 비씨카드배에서 이세돌 9단에게 패해 결승 무패의 신화가 깨졌던 구리 9단은 원9단에게 또다시 우승트로피를 상납하며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일 없이 3일 연속된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평정심 유지”를 최고의 관건으로 꼽았던 원9단은 결승 1국에서 대마를 잡으며 기분 좋은 선취점을 얻었지만 2국을 내주며 최종국을 맞이했고, 결국 최종국 심장싸움을 승리로 이끌며 염원하던 세계대회 우승을 꿈을 이뤄냈다.
두 기사는 2004년 첫 대결 이후 총 8차례 격돌했으며,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원9단이 2승을 거두면서 4승 4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한편 복기 중에 상하이TV의 생방송을 위해 공개해설장을 찾은 원9단은 “초·중반 바둑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구리의 실수가 역전의 빌미가 되었다”며 “아직 우승했다는 실감은 하지 못하고 있다. 승부가 끝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쉬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1998년 입단 이후 최철한, 박영훈 9단과 함께 ‘송아지 삼총사’로 주목받았지만 폭풍 성장하며 세계무대를 주름잡은 최철한, 박영훈에 비해 뚜렷한 성적을 보이지 못했던 원9단은 내년 군 입대를 앞두고 맞이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승으로 연결시켜 기쁨을 더했다.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열린 32강전에서 리쉬엔하오 · 왕타오 4단을 누르고 16강에 오른 원9단은 이후 리쉬엔하오 4단과 박영훈 9단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올라 중국의 천야오예 9단에게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일구어내며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었다.
바둑대회 최초로 오픈제를 도입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삼성화재배는 이후 시니어조와 여자조를 신설했으며,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 도입, 중식시간 폐지 등 새로운 방식을 계속 선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본선 32강부터 결승까지 한국선수가 우승할 시 1집당 1만원, 불계승일 경우 30만원씩 적립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는 ‘삼성화재배 후배사랑 연구생리그 장학금’ 프로그램에 따라 결승까지 총796만원이 적립된 장학금은 내년 초 연구생리그 성적 우수자에게 수여될 예정이다.
한국방송공사(KBS)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각자 2시간의 제한시간과 1분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우승상금은 2억원, 준우승자에게는 7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