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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69위 박하민, 이세돌도 꺾었다

등록일 2018.06.25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
한국물가정보, 신안천일염에 3-2 승


또 한번 깜짝 놀랄 이변이 연출됐다. 무대는 24일 밤의 2018 KB리그 2라운드 4경기. 주인공은 이번에도 한국물가정보 5지명 박하민 3단이다.

지난 주 심장이 쿵쾅거렸을 데뷔전에서 김지석 9단을 꺾은 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이번엔 이세돌 9단마저 눌렀다. 2015년 입단해 올해 처음 KB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스무살의 햇병아리가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거함 두 사람을 연속해서 꺾은 것.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바둑리그에서 이처럼 굉음을 울리며 등장한 신인은 일찍이 없었다.

▲ 올해 KB리거로 선발된 것에 본인 스스로도 어리둥절했다는 박하민 3단. 랭킹이 워낙 낮은 데다 성적도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바둑TV의 목진석 해설위원은 "이런 선수를 알아본 한종진 감독의 혜안이 놀랍다"며 "지금의 성과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김지석 9단을 이겼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김지석 같은 강자도 방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미심쩍었다. 하지만 그 승리가 거저줏은 게 아니었다는 것이 한 주 만에 드러났다. 박하민 스스로가 증명해 보였다.

마주 앉기만 해도 울렁증이 난다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완승의 내용을 이끌었다. 백을 들고 일찌감치 우세를 확립했고, 이후론 한번도 스코어가 밀린 적이 없었다. 계가 직전 이세돌 9단이 돌을 거둘 무렵에는 오히려 반면 승부 가까울 정도로 격차를 벌렸다.

▲ 상대의 이름에 위축되지 않는 박하민의 자세가 놀라웠다면 이세돌 9단에게선 자신의 바둑을 선뜻 펼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중간 중간 한숨이 새어나왔고, 패색이 짙어진 다음에는 멋적게 웃는 모습이 자주 화면에 잡혔다.
그런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목진석 해설자가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듯 옆의 문도원 캐스터에게 물었다. "기사로서 가장 슬플 때가 어떤 때인지 아세요(?)".


팀의 5지명이 이렇게 잘 해주는 데 패한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지난 경기에서 박하민의 수훈으로 Kixx를 3-2로 꺾은 한국물가정보는 이날은 신안천일염을 일찌감치 3-0 스트레이트로 제압하며 개막 2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박하민의 승리 전 1지명 신민준이 한태희를 상대로 선취점을 올렸고, 2-0으로 리드한 상태에서 2지명 강동윤이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 박하민의 잇단 이변에 이번 시즌 처음 주장을 맡은 신민준(오른쪽) 8단의 활약이 헤드라인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 경기에서 백홍석 9단을 상대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다음 이날 껄끄러운(상대전적 1승2패) 한태희 6단마저 돌려세우며 2연승을 달렸다.


사실 이날 경기는 한국물가정보의 오더를 보고 신안천일염이 대진을 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안천일염의 오더가 좋았다.

1국(장고)의 이지현 7단이 강동윤 9단에게 5승1패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것을 비롯해 2국의 한태희 6단, 5국의 안국현 8단(허영호 9단에게 2전 2승)까지 세 판의 상대전적에서 신안천일염이 우위를 보였다. 여기에 주장 이세돌 9단이 상대 5지명과 마주 앉았으니 이보다 더한 오더가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전적은 어디까지나 상대전적. 막상 승부의 뚜껑을 열자 1~3국을 모두 내주면서 꽈당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 경기 0-5의 스코어까지 포함하면 개막 후 무려 8대국 연속 패배. 다시 영봉패의 유령이 신안천일염 검토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 중국 을조리그에서 대결한 후(이지현 승) 돌아와 다시 마주앉은 두 사람. 강동윤 9단(왼쪽)이 중앙 대마 공격에 올인한 이지현 7단을 따돌리고 146수 만에 불계승 거뒀다.


이 위기를 후반 속기전 주자로 나선 두 사람이 해결해줬다. 4국의 한상훈 8단과 5국의 안국현 8단 둘 다 속기로 2시간 반, 300수를 넘기는 사투를 펼친 끝에 나란히 진땀 한방울 같은 반집승을 일궈냈다. '승부'라는 두 글자 앞에서 이긴 한국물가정보나 진 신안천일염이나 모두가 숙연해졌다. 폐허 속에서 희망이 싹텄다.





이로써 2라운드를 마친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주 목요일(21일) Kixx-신안천일염의 대결을 시작으로 3라운드의 포문을 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60만원(장고 400만원), 패자는 70만원(장고 80만원)을 받는다.

▲ 공배를 제외하고도 319수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며 밤 11시 15분에 종료된 5국. 허영호 9단(왼쪽)이 90퍼센트의 시간을 지배하다가 골인 직전 안국현 8단의 집념에 무릎을 꿇었다.


▲ 위의 5국보다 6분을 더 끌어 밤 11시 21분에 끝난 4국. 지난해 내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한상훈 8단이 박건호 3단을 상대로 달디단 반집승을 거뒀다.


▲ 초반 2연승으로 탄력을 내기 시작한 한국물가정보.


▲ 초반 2패를 당했지만 짠 소금팀의 면모가 기대되는 신안천일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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