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최철한, 신진서 격파...포스코켐텍, 챔프 1차전 승리 (종합)

등록일 2017.12.02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포스코켐텍, 정관장 황진단에 3-2 승리


포스코켐텍이 챔피언결정전 첫 경기를 제압했다. 포스코켐텍은 12월의 첫날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점화된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정관장 황진단을 3-2로 꺾었다. 3연전으로 치러지는 챔프 1차전을 승리한 포스코켐텍은 남은 두 경기에서 한 번만 이기면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된다.

정규리그 1위 정관장 황진단과 2위 포스코켐텍의 외다리 대결. 선수선발식부터 '2강'으로 꼽혔던 두 팀이 오직 하나뿐인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한 1막은 최종국까지 팽팽한 시소게임이 펼쳐졌다. 정관장 황진단이 앞서가면 포스코켐텍이 뒤집고, 다시 정관장 황진단이 따라잡으면 포스코켐텍이 달아나는 흐름이 전개됐다. 내용에서도 매판 역전승이 줄을 이었다.

▲ 정오에 시작된 경기가 다섯 판의 릴레이 대국을 거치면서 저녁 9시경 종료됐다.


양 팀 주장의 빅매치로 포문을 열었다.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은 포스트시즌 들어 '장고 전문'으로 변신한 최철한을, 정관장 황진단 김영삼 감독은 팀의 대들보인 신진서를 이른 시기에 내세웠다. 최철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오더였지만 신진서는 의외라는 의견이 많았다.

▲ "김명훈이 나오면 골치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오더를 내셨는지 물어봐 주실래요(?)"


▲ "지난 시즌과 달리 1.2국을 동시에 시작하다 보니 신진서를 감출 이유가 없었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 기선제압이 중요하다고 봤다."
"'슬픈 예언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가장 껄끄러운 포스코켐텍이 올라왔다."


최철한을 상대로 역대 전적에서 우세한 선수가 없는 것이 정관장 황진단의 고민이었고, 에이스 카드를 빨리 꺼내든 만큼 '반드시 꺾어라"는 뜻이 담긴 오더였다.

최철한-신진서는 바둑리그에서의 첫 대결. 최철한이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1년 만에 마주앉았다. 중반 100수 언저리까지는 신진서가 우세했다. 우하에 패를 내는 멋진 수읽기로 승리를 굳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끝을 내야할 때 끝을 보지 못한 낙관이 문제였다.

불리할 때 저력을 드러내는 최철한의 진가가 이 때부터 빛을 발했다. 좌변에서 패를 내는 순간 승부가 바로 결판났다. 플레이오프 내내 부진했던 주장 최철한이 정관장의 특급 에이스 신진서를 무너뜨리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 신진서(왼쪽)는 패배를 선언한 다음 10분 가까이 이 자세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챔프 1차전부터 '용호상박'의 풀세트 공방
최철한, 승리 1등 공신...포스코켐텍 '3각 편대' 팀 승리 합작
역전승 속출, 다섯 판 모두 '흑번 필승' 흐름 이어져


김성룡 감독이 이날 인터뷰 때 공개하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최철한은 이날 처음 보청기를 끼고 대국을 벌였다. 오른쪽 귀가 특히 심해 흑으로 둘 땐 거의 듣지 못한다. 거기에 예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속기 대국에는 출전하기가 어려워졌다. 국후의 최철한은 "강승민과의 경기)플레이오프)때는 하나도 안 들렸다. 초읽기 소릴 좀 크게 해달라고 요청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며 '흐흐' 웃었다.

▲ 정규시즌에서 11승을 올리며 '사기 5지명'소릴 들었던 박진솔(오른쪽)이 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선 등판하지 않은 이원영을 꺾고 팀에게 선제점을 안겼다.


김성룡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철한을 최고 수훈 선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최철한의 승리는 박진솔에게 선제점을 빼앗긴 포스코켐텍이 동점 이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고, 이어 나현이 한승주를 물리치며 승리를 예약하는 징검다리가 됐다.

▲ 나현(오른쪽)이 간단히 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실수하면서 형세를 뒤집은 한승주. 하지만 끝에 가서 방심하는 사이 중앙 쪽에서 쭉 연결된 백 대마가 몰살당하면서 허망한 패배를 당했다.


포스코켐텍은 4국의 윤찬희가 김명훈에게 역전패하며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아껴둔 변상일이 5국에서 이창호 9간에게 1집반승을 거두면서 9시간 릴레이 대국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섯 판 모두 '흑번 승리'로 끝난 것도 특기할 만한 결과였다.

▲ 김명훈(오른쪽)이 마지막 초읽기 상태에서 윤찬희가 범한 큰 실수 덕에 갑자기 횡재하면서 승부를 최종국으로 몰고갔다.


포스코켐텍이 절대 유리한 기선을 제압한 가운데 양 팀은 내일(2일) 곧장 2차전에 돌입한다. 포스코켐텍이 여기서도 승리하면 2017 시즌 최강팀으로 등극하며, 정관장 황진단이 반격에 성공하면 3일 최종 3차전을 벌인다. 포스트시즌의 순위에 따라 지급되는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 1차전의 운명이 걸린 최종 5국에서 신세대 강자 변상일(오른쪽)이 최연장 리거 이창호 9단을 꺾었다. 시종 미세한 형세였지만 변상일이 실시간 스코어에서 뒤진 적은 없었다. 불리한 이 9단으로선 중반에 단 한 번 깊숙이 승부를 걸어갈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었던 판.


▲ 어제도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김성룡 감독.

"오늘도 긴 하루였다. 멍하다. 오더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오더가 공개된 후에는 2국의 이원영이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지면 어렵다고 봤다. 원래 윤찬희가 5번, 변상일이 4번이었는데 최철한과 나현이 이기면서 순서를 바꿨다."

"나현이 역전당하는 상황이 와서는 굉장히 위기였는데 그 고비를 넘긴 게 컸고, 최고 수훈 선수는 최철한이다. 최철한 선수의 부인 윤지희 프로가 고맙다. 최철한 선수가 집에서 하는 일이 아이 돌보는 것인데 남편 마음 편하게 해준다고 친정에 갔다."

"정관장 황진단이 강팀이란 걸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김영삼 감독님의 수읽기가 저보다 몇 수 더 세신 것 같다. 오늘은 감독은 하나도 한 게 없고 선수들이 알아서 잘해줘서 미안하다. 앞으론 선수들을 믿고 어떻게 할지를 맡겨야겠다."






▲ 김성룡 감독은 최철한의 바둑을 보면서 "응씨배 결승을 두는 것 같은 자세다. 비장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김영삼 감독은 장고판에 신진서를 다시 내세울 수 있을까, 아니면 국대리그에서 최철한에게 성적이 좋은 김명훈일까.


▲ 정규시즌에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정관장 황진단은 첫 우승 도전, 포스코켐텍은 2011년 이후 6년 만의 두 번째 도전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