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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크린 '기사회생'...승부 원점으로

등록일 2017.11.05

201 KB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SK엔크린 대역전극으로 2차전 승리


"거의 이길 수 없는 판을 거저 줏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

8시간 20분에 걸친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최규병 감독은 살짝 지쳐보이는 가운데서도 흥분된 어조로 기쁨을 드러냈다.

SK엔크린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승부를 펼친 끝에 짜릿한 대역전의 기쁨을 누렸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기 직전에 거둔 행운의 승리가 팀을 살려냈다.

SK엔크린은 4일 오후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정유업게 라이벌 Kixx를 3-2로 꺾고 1차전 패배를 만회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닮은꼴 두 팀이 벌이고 있는 용호상박의 라이벌전은 5일 최종 3차전으로 결판짓는다.

▲ SK엔크린이 2차전을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흔치 않은 '2패 뒤 3연승'의 스토리가 펼쳐졋다.

1차전을 Kixx가 3-1로 승리한 가운데 맞이한 2차전은 '지명 대결'로 열기를 더했다. 개시 3시간 전에 공표된 오더는 1국 장고판은 강승민-이태현의 4지명 맞대결, 2국 속기판은 김지석-안성준의 주장 맞대결로 이뤄졌다. 기선제압이 걸린 승부였고 흔치 않은 1지명 대결이었다. 여기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Kixx의 의지와 막판에 몰린 SK엔크린의 절박함이 동시에 읽혔다.

▲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2국에서 "기왕이면 SK엔크린의 높은 지명과 대결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던 김지석(오른쪽)이 안성준에게 역전승했다(267수 흑 불계승).


전반부의 1.2국을 1차전과 마찬가지로 Kixx가 모두 가져갔다. 김지석이 초반 불리했던 흐름을 중반들어 대마 공격으로 바꿔 놓았다. 피차 알아주는 싸움꾼들인 만큼 곳곳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하변에 대가를 형성한 김지석이 우세해졌다.

그후 안성준에게서 묘수가 나오면서 '역전'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쌍방 실수를 주고받으면서 마지막에 김지석의 손이 올라갔다. 최규병 감독이 "다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주장한테 조기등판의 큰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던 안성준의 패배로 SK엔크린에 위기감이 드리웠다.

▲ 정규리그에 이어 이태현을 다시 만난 강승민(왼쪽)이 중반의 큰 위기를 벗어나며 포스트시즌 3전 3승을 거뒀다(252수 백 불계승).


장고판에선 Kixx의 강승민이 역전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이태현을 눌렀다.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3연승을 올린 강승민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될 것 같았던 분위기. 한데 이때부터 승부가 믿을 수 없는 반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SK엔크린, 기적 같은 역전극
최규병 감독 "거저 주웠다"
Kixx, 최종전서 악몽 떨칠까


동지명 대결은 3국으로도 이어졌다. 장고판과 거의 동시에 끝난 이 판을 SK엔크린 3지명 홍성지가 Kixx 3지명 백홍석을 꺾고 1-2로 추격했다.

▲ 정규시즌 성적도 8승8패로 같고 입단년도도 같고 나이도 한 살 차이인 두 사람(백홍석이 한 살 위). 일찌감치 3국 등판을 낙점받은 백홍석을 맞아 홍성지(오른쪽)가 특유의 간명한 스타일로 완승했다(167수 흑 불계승).


이어진 4국 대진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벼랑끝에 몰린 SK엔크린은 예상대로 이영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Kixx가 김기용을 내세운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정규시즌에서 1승7패의 부진을 겪은 김기용이 기용될 것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희성 해설자는 "Kixx가 이영구의 등판을 예상하고 윤준상을 뒤로 빼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도 "저격용일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기용이 Kixx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이영구와의 상대 전적에서 2전 2승의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런 김기용이 일을 낼 뻔했다. 강미는 없었지만 침착하고 안정적인 진행으로 형세를 리드했다.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던 이영구는 두텁게만 두며 따라간 것이 좋지 않았다.

"기용이를 기용 잘했네"...'깜짝 카드'의 깜짝 반전극

김기용은 실시간 스코어에서 한 번도 뒤지지 않으면서 줄곧 골인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마침내 70대 30의 스코어가 90대 10으로 바뀌었다. 흔히 말하는 '사망 선고'. 정규시즌의 부진을 한 방에 날리는 골인점이 눈앞에 다가왔다. 누군가의 입에서 "기용이를 기용 잘했네"라는 우스갯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건'은 이 때 일어났다. 무슨 운명의 장난처럼 90대 10이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넉넉한 형세에서 중앙을 소흘히 하는 바람에 대마의 명줄이 끊겼다. 철수 준비를 하던 SK엔크린 선수들은 모니터 앞으로 몰려가며 환호성을 질렀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한 Kixx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침묵했다.

▲ 중앙에서 이영구의 치중 한 방으로 사건이 터졌다. 김기용이 빅으로 살 수 있다고 본 것이 오산이었다. "괴로워하는 김기용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슬프다" "승부란 게 비정을 넘어 냉혹하다"라는 말이 중계석에서 나왔다.


최종 5국 주자는 Kixx는 2지명 윤준상, SK엔크린은 5지명 박민규. 객관적 전력에서 윤준상이 앞섰지만 끝난 줄 알았던 승부가 자신에게 연장된 것에 맥이 풀렸는지 일찌감치 무너지며 완패했다. 반면 박민규는 끝났다고 여긴 승부가 자신에게로 이어지자 펄펄날며 기회를 움켜쥐었다.

▲ 누구에게도 주늑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박민규(오른쪽)가 윤준상을 꺾고 1차전 패배를 만회했다.


▲ "우리 팀은 거의 철수하는 분위기였는데..어디 가서 패배의 아픔을 달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너무 운좋게 이겼기 때문에..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반전되는 느낌이다. 내일 잘해보겠다." (최규병 SK엔크린 감독)




▲ SK엔크린은 검토판을 접고 철수 채비를 하다가 다시 앉았다.


▲ 무서운 기세를 이어오다 믿기지 않는 역전패를 당한 Kixx는 하루 밤새에 분위기를 잘 추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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