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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한숨 교차한 '2위 쟁탈전'...승자는 포스코켐텍

등록일 2017.10.15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3경기
포스코켐텍, 두 번째 10승 고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 유력


프로야구와 같은 스탭래더 방식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에서 챔피언결정전, 또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느냐, 하위 단계인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느냐는 차이가 크다. 특히 올해는 4,5위 팀이 겨루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도입되면서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2위 자리가 1위 못지 않게 중요해졌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한 공방전도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그 최종 승자는 아무래도 포스코켐텍이 될 공산이 커보인다. 정규 시즌 종료까지 몇 경기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사실상의 '2위 쟁탈전'에서 포스코켐텍이 승리했다.

포스코켐텍은 1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6라운드 3경기에서 9승4패 동률이었던 2위 SK엔크린을 3-2로 꺾고 순위를 맞바꿨다. 전반기 8라운드 때 잠깐 2위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고는 내내 3위에 머무르다가 마침내 이뤄낸 역전이다.

▲ 전반기에 4-1 대승을 거둔 포스코켐텍이 후반기에도 승리했다.


13라운드 때 하위팀 화성시코리요에게 대패를 당하면서 흔들리는 듯했으나 이내 연승 고삐를 다시 죘고, 이날 3연승과 함께 두 번째 10승(4패) 고지에 올랐다. 최대 경쟁자인 SK엔크린을 밀쳐낸 포스코켐텍은 플레이오프 직행이 유력해졌다.

또 현재 선두 정관장 황진단(12승 2패)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패할 경우 1위에 오를 가능성도 덤으로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반면 9라운드부터 줄곧 2위를 지켜왔던 SK엔크린은 9승(5패)에 그치면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할 길이 막혔다.

▲ 나란히 10승을 올린 양 팀의 수위 타자 이영구와 변상일이 각각 오카게배와 이민배 출전으로 빠진 경기. KB익스프레스는 이영구의 공백이 좀 더 크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포스코켐텍의 약간 우세 전망을 내놓았다.


서로 배수진을 치고 총력을 다한 대결은 풀세트 접전으로 이어졌다. 허리층이 두터운 포스코켐텍이 1-2로 밀린 상황에서 후반 4,5국을 연승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시작은 SK엔크린이 압도적이었다. 2지명 이영구의 빈 자리를 메운 퓨처스 선수 한웅규가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박민규가 나현에게 동점을 허용했지만, 장고대국에서 주장 안성준이 껄끄러운 안조영을 제압하면서 2-1 우위에 섰다.

▲ 3년 전 이맘 때 최철한에게 패한 다음 군에 입대했던 한웅규(오른쪽).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첫 시즌, 첫 KB리그 등판의 상대가 최철한인 게 공교로웠다.
상대 전적 1승4패의 열세를 딛고 1시간 15분, 151수 만에 한 판승. 국후 김성룡 감독의 인터뷰에서 최철한이 심한 감기몸살로 정상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다.


저녁 8시반부터 시작된 후반 속기전의 상황도 SK엔크린으로선 나쁘지 않았다. 4국의 홍성지가 이원영을 상대로 유리한 흐름을 이끌고 있었고, 5국의 이태현 역시 난마처럼 얽힌 대마 싸움에서 특유의 끈질김을 발휘하고 있었다. 둘 다는 아니어도 한 판 정도는 가져올 것이 예상됐던 상황. 한데 이것이 모두 뒤집힌다.

▲ 이희성 해설자가 '위험한 대결'이라고 했던 장고 대국. 안조영의 유연함이 힘을 위주로 하는 스타일한테 잘 먹혀 들어간다는 뜻이었는데, 안성준이 초반 50집 위력의 빵때림을 발판으로 물샐틈 없는 승리를 거뒀다(최근 5연승. 시즌 10승4패).
중반에 안성준이 잇단 연타로 중앙 흑진을 부수는 장면에서 "기가 막히다. 맥시리즈의 극치다"라는 양상국 심판위원의 찬사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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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태현의 바둑이 이상해졌다. 좌하쪽 50집 짜리 대마가 양패로 잡히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무난히 승리할 걸로 기대했던 홍성지의 갑작스런 난조였다. 자신의 진영에서 이리저리 안간힘을 쓰는 이원영의 손놀림에 장단을 맞추는가 싶더니 급기야 안방을 통째로 내주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 "야 야, 홍성지 얘가 갑자기 왜 이러니. 멘붕이 왔나 보다 지금." 팀 패배를 각오하고 먼 발치만 보고 있던 김성룡 감독의 얼굴에 전등불 같은 화색이 돌았다.


저녁 11시 15분. 오래 전에 크게 기울었던 바둑을 끝까지 부여잡고 놓지 않던 이태현이 계가까지 마쳤다. 흑의윤찬희가 반면 13집을 남기며 6집반승. 한웅규의 대첩으로 무지개빛 희망을 쐈던 SK엔크린으로선 롤러코스터의 추락과도 같은 결말이었다.

▲ 경기 내내 컨디션이 가라앉은 듯한 모습을 보인 홍성지(오른쪽). 자멸하다시피 승리를 내준 것이 포스코켐텍에겐 천금의 결승점이 됐다. 2-2의 스코어가 되었지만 윤찬희의 승리가 확실한 상태에서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15일엔 7위(5승8패) 화성시코리요와 4위(7승6패) Kixx가 16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형우(퓨)-김기용, 김승재-강승민, 박정환-윤준상, 강유택-김지석, 최재영-백홍석(이상 앞이 화성시코리요).

전반기엔 화성시코리요가 3-2로 이긴 바 있으며, 강유택-김지석(승)은 재대결이다. 화성시코리요 5지명 송지훈은 이민배 출전으로 오더에서 제외됐으며, 대신 퓨처스 선수 김형우가 세 번째 등판 기회를 잡았다.





▲ 지명도나 상대 전적(3승1패)에서 박민규에게 우위에 있었던 나현(오른쪽)이 163수 만에 대마를 잡고 판을 끝냈다. "초반에 집도 없고 공격도 잘 못해서 어려웠는데 상대도 좋아지니까 타개가 신통치 않았다"는 나현.


▲ 다음 라운드에서 정관장 황진단과 대결하는 SK엔크린. 형편이 바뀌어 이제는 포스코켐텍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싸우는 형국이 됐다.


▲ 중차대한 일전을 승리하고 안도하는 표정의 포스코켐텍. 다음 라운드는 BGF리테일CU, 마지막은 Kixx 등 절박한 처지의 팀들과 연속 대결을 펼친다.


▲"바둑리그 성적은 만족할 만한데, 이번 TV아시아선수권전 우승을 계기로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나현.오른쪽)

"최철한이 오늘 바둑을 둘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열심히 싸워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라운드에서 정관장 황진단이 SK엔크린에게 진다면 우리에게도 1위 찬스가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17,18라운드가 우리와 정관장의 1위 싸움, 아니면 우리와 SK엔크린과의 2위 싸움이 될 수도 있는 재미 있는 라운드라고 생각한다."(김성룡 감독.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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