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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12경기 만에 '첫승'...최철한에 불계승

등록일 2017.10.02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4경기
포스코켐텍, 이세돌 빠진 신안천일염에 신승(辛勝)


"곧 끝나겠지" 했던 게 아홉 번의 패배로 쌓였다. 한 번을 쉬었지만 연패는 두 번이나 더 이어졌다. 개막전부터 이어진 11연패. 바둑리그 14년 역사상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가 씌워졌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무대에서 참담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한상훈이 마침내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한상훈은 10월의 첫날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리그 14라운드 4경기에서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을 꺾고 염원했던 첫승을 신고했다. 형세가 좋은데도 자신의 대마를 잡으러 온 최철한의 실수를 되받아쳐 극적인 승리를 얻어냈다.

▲ 김성룡 감독이 "철한이가 공연한 짓을 한다"고 푸념했던 좌상 일대의 대마 올킬 작전. 마치 대형 사활문제가 펼쳐진 듯한 장면에서 감각적으로 둔 흑1이 패착이 됐다(일단은 3의 곳을 지켰어야 했다).
한상훈의 백2가 뼈저린 급소에 해당하는 자리이고 이어 백4로 끊은 것이 결정타. 계속해서 10으로 끊어 거꾸로 흑이 잡히면서 승부가 끝났다.


▲ 지난주 팀의 탈락이 확정되자 첫승이 터진 한상훈.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부담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것이 이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게 단체전인 바둑리그의 속성이다. 여기에 서른이 된 나이, 11번의 대국 중 3지명 이상과 8번을 만난 것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이날 한상훈의 승리는 팀 승부에 있어서도 결정타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우 값진 것이었다. 나현에게 선취점을 내주면서 시작한 이날 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은 퓨처스 선수 김민호가 이원영을 꺾는 개가를 올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에 장고대국에서 포스코켐텍 주장 최철한을 꺾은 한상훈의 승리가 더해졌다. 강팀 포스코켐텍을 상대로 2-1 리드를 잡았다. 이세돌이 빠진 상태에서 스스로도 놀랄 만한 선전이었다.

▲ 팀이 일찌감치 탈락한 마당이어서 개인전을 치르는 것과 다름 없었던 신안천일염. 화두는 당연히 개인의 '연패 탈출'에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 첫 타자가 된 퓨처스 선수 김민호. 이원영과 마주앉은 시즌 네 번째 무대가 첫 동그라미를 그리는 자리가 됐다.


포스코켐텍은 말도 못할 충격에 휩싸였다. 전반기에 이세돌이 있는 상태에서도 5-0 완봉승을 거뒀던 포스코켐텍이었다. 상대가 마음을 비운 이상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최하위팀에게 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데 그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이 눈앞에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앉아있기가 힘들었는지 김성룡 감독이 돌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쏜살같이 검토실을 나가더니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나현과 이원영만 앉아있는 검토실에 휑하니 찬바람이 불었다.

▲ 상대 전적 1승4패의 열세를 극복하고 귀중한 동점타를 날린 변상일(왼쪽). 100승의 문턱(현재 98승)에서 3연패를 당한 조한승(시즌 5승8패).


이같은 위기 국면에서 3지명 변상일이 큰 일을 해냈다. 바둑리그에서 3전 3패만을 당하고 있던 조한승을 상대로 2-2 동점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진행 중인 5국에서 윤찬희의 우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점에 나온 사실상의 결승점. 이어 윤찬희가 예상대로 심재익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3-2 극적인 재역전이 이뤄졌다.

▲ 3연패를 탈출한 김민호, 11연패를 벗어난 한상훈에 이어 9연패 중인 심재익까지 첫승을 신고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던 5국. 이겼다면 세 판의 연패 탈출이 팀 승리에 필요한 3승을 합작해내는 극적인 결과가 만들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새내기 심재익(왼쪽)만은 또 패하며 10연패를 이어갔다.


8승4패가 된 포스코켐텍은 2위 SK엔크린과의 격차를 한게임차로 다시 좁혔다. 맞대결도 남겨두고 있어 충분히 역전을 노릴 만하다. 김성룡 감독은 "애초부터 우리의 목표는 SK엔크린이었다"고 강조한 다음 "반드시 대승을 거두겠다"는 말로 결의를 다졌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5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주 목요일(5일) 정관장 황진단과 화성시코리요의 대결을 시작으로 14라운드를 속개한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목진석에게 1승4패의 열세를 보여왔던 나현(오른쪽)이 자신의 장기인 끝내기 분야에서 격차를 벌리며 승리했다.


▲ 추석 연휴를 맞은 검토실은 대국을 마친 주전 선수들만 남아 한산했다.


▲ 5연패를 당했지만 팀 승부는 의미가 없어진 신안천일염. 창단 이래 최악의 시즌이다.


▲ 이세돌이 빠졌음에도 신안천일염의 오더에 큰 점수를 준 KB 익스프레스. 드러난 결과로만 본다면 공중파 방송의 출구조사처럼 정확했지만, 개별 대국의 승패는 이번에도 예상과 딴판이었다.


▲ "지난 번 화성시코리오에게 졌을 때 느낌이 안 좋아서 오늘 고전할 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큰 판을 이겼다." "SK엔크린전때는 우리 변상일(이민배)과 저쪽 이영구(오카게베) 모두 일정상 나오지 못하는데 백업 멤버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대승을 목표로 하겠다."(김성룡 감독.왼쪽)

"두터움을 잘 활용해야 하는 바둑이었고, 계속 미세했는데 나중에 약간 득을 봐서 이긴 것 같다."(나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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