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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배 스타 신민준, 'KB리그만 서면...'

등록일 2017.10.01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3경기
SK엔크린, 티브로드에 3-2 승


"9연패라니...참 안 풀리네요."

중계석의 홍민표 해설위원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는 듯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한중일이 벌이는 '바둑 삼국지' 농심심라면배에서 한국팀의 선봉을 맡아 1차전을 4전 전승으로 장식했던 신민준. 하지만 신민준은 KB리그 무대만 서면 영문을 알 수 없는 극과 극 행보를 보인다.

리그 7연패후 농심배 4연승. 지난주 귀환 무대에선 연패 탈출이 기대됐으나 이동훈에게 완패를 당했고, 이날 다시금 쓴맛을 봤다. 3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14라운드 3경기에서 이영구에게 패하면서 9연패와 함께 시즌 3승10패를 기록했다.

▲ 막판에 신민준이 이영구의 중앙(빨간 네모)에서 천지대패를 만들어내면서 상전벽해의 바뀌치기가 일어났던 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구의 우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영구 흑7집반승). 수수가 공배를 제외하고도 355수에 이르면서 진행요원이 급히 돌을 보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영구는 KB리그를 대표하는 배테랑인 데다가 랭킹도 위여서(이영구 11위, 신민준 15위) 이상할 게 없는 패배지만 9연패라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다. 농심배에서의 큰 활약상 이후에도 연패를 이어가는 모양새가 염려스럽다. 이날 대국에선 좋았던 흐름을 역전당한 후 안간힘을 썼으나 큰 차의 패배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신민준 'KB리그 9연패'...팀도 4연패 수렁

팀 승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4연승을 달리고 있는 2위 SK엔크린이 3연패에 신음하는 6위 티브로드를 4연패의 수렁에 몰아넣었다(SK엔크린 3-2승).

▲ 나이는 두 살 차이지만 안성준(26.왼쪽)이 프로가 된 2009년에 강동윤(28)은 후지쓰배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현격한 격차가 있었던 두 사람. 그런 과거의 이력이 상대 전적에서 안성준의 상흔(1승7패)으로 남았다.
하지만 현재 랭킹은 안성준이 6위로 10위의 강동윤보다 위. 삼성화재배의 후유증 따윈 없다는 듯이 좋은 내용을 펼치며 천적 관계의 종언을 알렸다(안성준 244수 백불계승).


승부의 스토리는 놀랍도록 전날 경기(정관장 황진단이 한국물가정보에 신승했다)와 흡사했다. 양 팀의 1,2지명이 맞대결을 펼친 전반 속기전에서 안성준과 이영구가 각각 강동윤과 신민준을 꺾은 SK엔크린은 수월하게 승리로 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장고대국에서 박민규가 김정현에게 패하고 이어 홍성지마저 류민형에게 패하면서 스코어는 2-2. 자칫 대역전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SK엔크린이 검토실을 덮쳤다.

▲ 경기 전 박민규는 8승3패. 김정현은 3승8패. 올 시즌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대결에서 김정현(오른쪽)이 322수 만에 흑1집반승을 거뒀다.


류수항 대마 잡히자 "믿을 수 없는 장면 벌어졌다" 홍민표 해설자 비명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위기는 현실이 됐다. 티브로드의 마지막 주자 류수항이 이태현의 백진에서 꿈틀꿈틀 삶을 도모하자 실시간 스코어는 80대 20으로 류수항의 우세를 가리켰다. 쉽게 살기만 하면 끝이라는 진단이었다. 중계석에선 "티브로드의 절실함이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반상에선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류수항이 쉽게 살 수 있는 대마를 그만 죽이고 만 것이다. 바둑판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대마의 죽음. 허망하게도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 '집념의 화신' 또는 '진땀 승부사'로 통하는 이태현(왼쪽.SK엔크린 4지명)이 대역전패의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5연승을 달리며 9승3패가 된 SK엔크린은 경쟁자인 포스코켐텍(7승4패)을 1게임 반차로 따돌리며 2위 굳히기에 나섰다. 포스트시즌을 뒷걱정 없이 확정 지은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반면 7위로 순위가 내려앉은 티브로드는 백척간두에 서서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5강 싸움을 해야 하는 형편이 됐다.

1일엔 최하위(2승10패) 신안천일염과 3위(7승4패) 포스코켐텍이 14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한상훈-최철한, 김민호(퓨)-이원영, 목진석-나현, 조한승-변상일, 심재익-윤찬희(이상 앞이 신안천일염).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5-0 영봉승을 거둔 바 있으며, 개인간 리턴매치는 없다. 신안천일염 주장 이세돌은 오더에서 제외됐다.





▲ 공격형의 류민형(왼쪽)이 홍성지의 유연함을 역이용하는 듯한 반면 운영으로 백5집반승.


▲ 전반기에 4-1 대승을 거둔 SK엔크린이 후반기에도 승리했다.


▲ 양의 탈을 쓴 악어처럼 무서운 팀 SK엔크린. 다음 15라운드는 한국물가정보와 대결한다.


▲ 13경기째 '강동윤 징크스'가 이어진 티브로드. 이날도 막판에 대역전을 하는 듯 하다가 주저앉았다.


▲ "강동윤 징크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안성준이 살짝 다가와 알려준 SK엔크린의 '이영구 징크스'.
잘 나가는 팀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과연 14라운드까지 이영구가 이기면 팀도 이겼고, 이영구가 지면 팀도 졌다. 당연히 이영구의 성적도 9승3패로 팀과 같다.


▲ "신민준(티브로드 2지명)은 올 시즌 평균 3.3지명과 대결했다. 평균적으로 자신보다 낮은 상대들과 대결했는데 3승10패면 많이 아쉬운 성적이다" 신민준의 부진을 통계를 들어 설명한 홍민표 해설자.


▲ "초반에 처음 나오는 변화가 나와서 어려웠다. 이후에도 계속 어려웠는데 신민준 선수가 나중에 피곤했던 것 같다" "바둑에 집중하느라 마지막에 노타임으로 빨리 둔 건 몰랐다"(이영구.왼쪽)

"전날 중국리그를 두고 와서 피곤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집중이 잘 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고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안성준.오른쪽)


▲ 전날 경기의 흐름과 매우 흡사했던 경기. 드러난 결과는 예측과 맞아 떨어졌으나 개별 대국의 승패를 알아 맞추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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