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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강승민 , 이동훈 잡고 CU 잡았다

등록일 2017.09.29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
Kixx, CU에 2패 뒤 3연승


포기할 줄 몰랐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는 편이 맞다. 여기서 지면 끝장이라는 인식이 믿기 힘든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5승6패의 5위팀과 5승7패의 6위팀. 포스트시즌을 향한 외다리 승부에서 5위 Kixx가 이겼다. Kixx는 2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리그 14라운드 1경기에서 BGF리테일CU를 3-2로 눌렀다.

▲ Kixx가 약간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대로 결과가 나타났으나 승부의 스토리는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또 한 번의 깜짝 역전극이었다. Kixx는 주장 김지석과 3지명 백홍석이 전반 속기전에서 내리 패하면서 패색이 짙었으나, 2지명 윤준상의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다음 퓨처스 선수 홍기표와 4지명 강승민이 연달아 승리하며 역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 장고대국과 후반 속기 두 판을 모두 쓸어담은 Kixx가 전반기 3-2 패배를 고스란히 되갚았다.


2패 뒤 3연승은 지난 시즌 72경기에서 단 두 차례만 나왔던 보기 드문 역전승이다. 올 시즌은 이번이 네 번째. 정관장 황진단이 두 번, 포스코켐텍이 한 번을 작성한 데 이어 Kixx가 처음 이름을 올렸다. 반면 BGF리테일CU는 팀 개막전에 이어 두 번이나 대역전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 Kixx는 주장 김지석이 거의 손에 들어왔던 승리를 내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불리한 상황에서 노림수 한 방으로 김지석의 대마를 잡은 이지현의 집념이 대단했던 판.


최근 3연승으로 기세가 살아나고 있는 윤준상이 반격의 선봉에 섰다. 퓨처스 선수에서 BGF리테일CU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이창석을 174수 만에 불계로 제압했다. 시종 미세했던 승부에서 조금씩 격차를 벌려가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많은 시선이 쏠린 최정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홍기표의 투혼도 칭찬할 만했다. 수수만 322수, 장장 4시간 10분이 걸린 장고대국에서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며 4집반차의 승리를 거뒀다. 세 경기 연속 등판해 2승1패의 활약상을 보이면서 붙박이 대타 가능성을 키웠다.

▲ 좌상쪽 패를 둘러싼 흥정이 하도 난해해 중계석과 실시간 검토진 모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비명을 질렀던 장고대국. 근 한달 만에 가진 다섯 번째 무대에서 패한 최정의 아쉬움이 컸다(시즌 1승4패).


끝나지 않은 나머지 한 판은 BGF리테일CU 주장 이동훈과 Kixx 4지명 강승민의 대결. 지명도와 랭킹, 상대 전적(4전4승) 등 모든 면에서 앞선 이동훈의 낙승이 예상됐던 이 판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중반까지 60:40 정도로 우세한 흐름을 이끌어가던 이동훈이 후반 들어 느슨해졌다. 지나치게 양보를 거듭하면서 실시간 스코어가 50:50으로 변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강승민이 80대 20으로 격차를 크게 벌리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는 선고다.

▲ "상대 상위 지명을 만나면 져도 부담 없어 좋다"는 강승민. 9라운드에서 최철한을, 12라운드에선 강동윤을 꺾었다. 이희성 해설자는 이동훈을 꺾은 이날 승리가 "2승짜리"라고 했다.


최후의 순간엔 이동훈에게도 기회가 오는 듯 보였다. 강승민의 지나친 강수로 흑진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 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즉각 돌파했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이것으로 역전인가. 한데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전과가 적었다.

▲ 위의 빨간 원이 이동훈이 흑진을 돌파한 자리. 적지 않은 전과였지만 아래(파란 네모)에서 입은 손해를 생각하면 중앙에서 적극적으로 결정타를 날려야 했다. 실전은 흑 반면 10집의 우세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실시간 스코어도 80대 20으로 꿈쩍하지 않았다. 이동훈이 얼마 못 가 돌을 거뒀다.


'5할 승률 복귀한 Kixx, '포스트시즌이 보인다'
'킬러 본능' 강승민, 1지명만 세 차례 꺾어
한 달만에 복귀 무대 가진 최정, 아쉬운 역전패


중위권 순위 싸움에서 급소에 해당됐던 일전은 양 팀의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승리한 Kixx는 6승6패, 5할 승률에 복귀하면서 한 단계 위인 4위로 올라섰다. 진흙탕 같은 중위권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청신호가 드디어 켜졌다.

반면 3연승의 목전에서 주저앉은 BGF리테일CU는 5승8패, 7위로 한 단계 내려앉으면서 포스트시즌 전망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희성 해설자는 "너무 아픈 패배"라고 짧게 운을 뗀 다음 "CU로선 당하지 않았어야 할 8패를 기록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김영환 Kixx 감독.

"오더상으로도 그렇고 바둑 내용 자체도 상당히 우세했기 때문에 두 판 모두 승리 기대를 했는데 두 판 다 역전패를 당하고는 오늘 참 힘들겠다, 생각했다."

"(-언제부터 검토실 분위기가 반전되었나) 일단 홍기표 선수가 바둑이 괜찮았는데 나중에는 또 나빠졌다. 그러다 패를 하는 과정에서 승기를 잡고, 강승민 선수도 좋지 않았는데 중반 이후에 따라가면서 역전이 됐고, 윤준상 선수 바둑은 보지도 못했다."


29일엔 선두 (11승1패) 정관장 황진단과 5위(5승6패) 한국물가정보가 14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신진서-박영훈, 박진솔-원성진, 한승주-안국현, 이창호-설현준, 김명훈-한태희(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신진서가 한 시즌 최다연승 신기록(13연승)을 놓고 박영훈과 벌이는 장고대국이 최대 관심판이자 볼거리. 전반기엔 정관장 황진단이 3-2로 이긴 바 있으며, 한승주-안국현(승)은 리턴매치다.





▲ 백홍석이 줄곧 유리하다가 허영호(왼쪽)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반집 승부. 종당에 가서 백홍석의 실수가 나오면서 허영호의 승리로 낙착됐다.


▲ 윤준상(왼쪽)이 관록과 노련함으로 이창석의 패기를 제압했다.


▲ 다음 경기에서 신안천일염과 대결하는 Kixx. 김영환 감독은 "신안팀 같은 경우는 지금 성적이 좋지 않지만 마지막에 오히려 편하게 둘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쪽에서 더 긴장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경계하는 팀으론 포스트시즌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해야 하는 한국물가정보를 꼽았다.


▲ 다음 경기는 휴번인 BGF리테일CU. 그 다음은 신안천일염과 대결한다.


▲ 최정과 오유진(오른쪽)이 자리한 BGF리테일CU에는 또래 여자 기사들의 발길이 잦다. 맨 왼쪽이 지난해 입단한 김민정 초단(18), 가운데가 2015년 입단한 권주리 초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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