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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신진서 제대로 한 판 붙자"

등록일 2017.09.23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2경기
박정환 빠진 화성시코리요, 포스코켐텍에 4-1 대승 이변


박지훈 화성시코리요 감독이 정관장 황진단 김영삼 감독을 향해 '1~5지명 맞대결'을 공개 제안했다. 박 감독은 "추석 연휴인 10월 5일에 정관장 황진단과의 경기가 예정돼 있다"며 "이 때 많은 분이 원하는 박정한-신진서 대결뿐 아니라 1지명은 1지명, 5지명은 5지명끼리 하는 식으로 정면대결을 해보고 싶다"고 촉구했다.

현재 바둑리그의 대결 방식은 전적으로 '오더'에 의존한다. 랜덤으로 대결하다보니 팬들이 원하는 주장 대결은 가뭄에 콩나듯 이뤄질 수밖에 없다. 팬들은 십수년간 지속되온 이런 방식에 식상해 하고 빅매치에 목말라 있다

▲ 지난해 5월 KB리그에서 마주친 신진서(왼쪽)와 박정환. 두 기사의 KB리그 대결은 이 판이 유일하다.


"동지명끼리 정면대결하자"

박 감독의 제안은 민족의 명절인 이런 때만이라도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대결을 펼쳐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선두팀을 향한 하위팀의 제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의식한 듯 "김영삼 감독님이 바둑팬 여러분을 위해서 수락하실 것 같다"는 희망을 덧붙이기도 했다.

다행히 답은 빨리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다음날(토요일)에 정관장 황진단과 Kixx의 경기가 벌어진다. 정관장 황진단이 이기면 으례 있는 승자 인터뷰를 통해 질문과 답이 오갈 것이다. 하지만 진다면(?).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현장에서 김 감독을 만나 인터뷰 형식으로 보도해 볼 요량이다. 방식이야 어찌됐건 김 감독의 통 큰 추석 선물을 기대한다. 이런 문제는 룰이나 이해관계를 따지면 한없이 복잡해진다.

▲ 전반기에 '2승 뒤 3패'의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던 화성시코리요가 4-1 대승으로 포스코켐텍에 설욕했다. 이 경기를 지면 거의 탈락이 확정되는 화성시코리요 선수들의 절절한 정신력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한편 이날 벌어진 13라운드 1경기에서는 아무도 예상 못한 '팀 이변'이 나왔다. 주장 박정환이 남방장성배 출전으로 빠진 화성시코리요가 강력한 우승 후보 포스코켐텍을 꺾는 사건이 벌어진 것. 결과도 4-1 대승이었다.

포스코켐텍이 어떤 팀인가. 선수선발식 직후 '1강'이란 평판이 자자했고, 직전 경기에서 나현이 빠지고도 정관장 황진단의 11연승을 저지한 팀이 아니던가. 더구나 이날 경기는 TV아시아선수권전을 우승하고 돌아온 나현의 귀환식과도 같은 경기였다. 전력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포스코켐텍의 패배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박정환이 빠진 화성시코리요를 어떤 스코어로 요리하느냐만 문제인 듯 보였다.

▲ 포스코켐텍이 크게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승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70대 30의 격차가 뒤집힌 것은 올 시즌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첫대결이라곤 하지만 최철한이 화성시코리요 3지명 최재영에게 쉬운 선제점을 허용할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다음은 더 충격이었다. 철썩같이 믿었던 나현이 강유택에게 반집 역전패를 당하자 포스코켐텍 검토실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2승을 기대했던 것이 2패로 바뀐 현실이 믿기지 않았던지 김성룡 감독의 입에선 연신 헛기침만 새어나왔다.

▲ 최근 2연승으로 살아나고 있는 최재영(왼쪽)이 최철한과의 첫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최철한 사범님이 어려운 싸움을 걸어와 비교적 쉽게 이겼다"는 국후 인터뷰.


▲ 부진한 팀 성적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강유택(오른쪽)이 나현을 상대로 집념의 종반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최근 3연승(8승1패)의 변상일과 최근 5연패(3승8패)의 김승재가 맞붙은 4국이었다. 장고대국에서 이원영이 한 판을 따라붙은 상태에서 포스코켐텍은 모락모락 대역전의 꿈을 피우고 있었다. 불안한 화성시코리요는 이 판을 질 경우를 대비해 5국을 곁눈질하고 있던 시점. 이런 분위기에서 김승재가 결정타를 날렸다.

중반까지 좋았던 바둑이 기분 나쁘게 꼬여가는 흐름에서 변상일의 백 진영에서 크게 수를 내며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화성시코리요는 마지막 끝난 5국에서 송지훈마저 윤찬희에게 당한 전반기 패배를 설욕하며 스스로도 놀랄 만한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상대 전적(2전 2패)이나 랭킹, 지명도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김승재(오른쪽)가 포스코켐텍의 1지명 같은 3지명 변상일을 꺾는 수훈을 세웠다. 마지막 초읽기 상태에서 감각적으로 수를 내는 장면이 절묘했다.


최유진 캐스터 "가끔 박정환 선수가 빠질 필요가 있겠네요"
1~3지명 모두 패배한 포스코켐텍 "이런 일 처음" 당혹


화성시코리요는 4승째(8패)를 수확하며 포스트시즌의 희망을 이어갔다. 남은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지만 박정환 없이 해냈다는 것이 큰 자신감으로 새겨졌다. 홍민표 해설자는 "이런 승리는 논리적으론 설명이 안 된다"며 "그저 정신력의 승리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SK엔크린을 추격하는데만 신경을 쓰다가 지뢰를 밟은 격이 된 포스코켐텍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승리시 8승 대열에 올라서며 사실상 포스트시즌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기회였으나 그만 주저앉으면서 목표에 차질이 빚어졌다.

▲ 포스코켐텍은 장고대국(1국)에서 이원영(오른족)이 박정환의 대타로 출전한 퓨처스 선수 위태웅을 꺾은 것이 유일한 승리가 됐다. 홍민표 해설자는 "화성시코리요 선수들이 거둔 승리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좋았다"며 "박정환이 있었더라면 자칫 5-0이 될 수도 있었다"고.


23일엔 선두(10승1패) 정관장 황진단과 4위(5승5패) Kixx가 13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명훈-홍기표(퓨), 신진서-백홍석, 박진솔-김지석, 이창호-윤준상, 한승주-강승민(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전반기엔 정관장 황진단이 3-2로 이긴 바 있으며, 같은 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 유일한 전반기의 리턴매치에서 송지훈(왼쪽)이 윤찬희에게 설욕했다.


▲ 살얼음판을 걷듯 포스트시즌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화성시코리요. 박지훈 감독은 "내일(토요일) 정조대왕배 바둑대회가 있어서 선수들이 모두 화성에 간다. 거기서 시민들도 만나고 시장님도 뵙고 하는데 '잘해보자'고 선수들이 경기 전 화이팅을 외쳤다"고 전하면서 "화성시만들의 힘으로 1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7승4패로 3위에 머문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이 "이게 실화 맞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 경기 전 어느 젊은 여성이 안조영 9단에게 전해달라며 놓고 간 선물. 지난 정관장 황진단과의 경기 때 안조영이 김명훈을 꺾은 투혼을 기억하고 이렇게 축하해주는 여성팬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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