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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연승' 박정환, 함께 달린 화성시

등록일 2017.09.02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
화성시코리요, 티브로드에 4-1 승


이번엔 박정환만 달리지 않았다. 같이 달렸다.

개막전 승리 후 4연패. 1승 후 다시 3연패.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던 화성시코리요가 후반기의 희망을 쐈다. 화성시코리요는 9월의 첫날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리그 8라운드 3경기에서 티브로드에 4-1 대승을 거두고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 '여기서 지면 끝장'이라는 화성시코리요 선수들의 비장함이 경기 전반을 지배했다.


개봉된 화성시코리요의 오더가 흥미로웠다. 1~5국에 1~5지명을 그대로 갖다 붙인 구도. 기억을 더듬어 보니 팀 개막전 때 한국물가정보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그 오더였다.

상대 티브로드는 전반기에 1-4 패배를 안긴 팀. 대승의 오더로 대패했던 팀을 이겨보자는 박지훈 감독의 기분 전환이 읽혔다. 백척간두에 선 화성시코리요 선수들의 절박함이 이 오더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 시작하자마자 친정팀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강유택(오른쪽). 신장개업한 티브로드의 수위 타자이자 '류류포'의 한 축인 류민형을 꺾고 대승의 물꼬를 텄다.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이 승전보가 터졌다. 강유택으로 시작해 최재영으로, 박정환으로 이어졌다. 세 판이 끝나면서 팀 승부가 일직선으로 결정됐다. 기세가 오른 화성시코리요는 그 후 김승재가 반집으로 한 판만을 내주었을 뿐 5지명 송지훈마저 티브로드 주장 강동윤을 격파하면서 대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팀이 연패를 끊는 데에는 7연패의 깊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던 3지명 최재영의 승리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강유택이 선제점을 올린 상태에서 티브로드 2지명 신민준을 꺾는 수훈을 세웠다. 불패의 주장 박정환이 장고대국(1국)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 승리가 사실상의 결승점이 됐다.

▲ 7연패 중인 최재영(왼쪽)과 5연패 중인 신민준. 최재영이 전반기 패배를 설욕하며 신민준을 6연패의 수렁에 밀어넣었다.


박정환 '국내외 19연승, KB리그 21연승'
9연승 신진서 뒤 빠짝 쫒아
석 달 만에 대승 맛본 박지훈 감독 "와일드 카드(5위) 가능성 아직 충분하다"


올해 KB리그 8연승, 국내외 기전 19연승. 지는 것을 잊은 박정환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전반기에 이은 김정현과의 재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연승 속도에 가속을 붙였다.

1라운드부터 올 시즌 8전 전승이다. 세계대회 출전 관계로 두 경기를 결장한 상태에서 전 경기를 출전한 신진서의 뒤를 바짝 쫒고 있다. 또한 6월 이후 국내외 대회를 통틀어 19전 전승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커제와의 몽백합배 16강전을 포함 중국기사에게도 10승을 거뒀다.

▲ 팀 승리를 일찌감치 결정 지은 박정환이 절친 조인선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확의 계절이 오고 있다'

올해의 바둑대상 연승상 수상(3년 연속이다)을 사실상 확정 지은 박정환의 연승 기록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5라운드부터 21연승(포스트시즌 6연승 포함)을 질주하며 자신이 2014~2015 시즌에 걸쳐 세웠던 KB리그 최다 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집계하면 KB리그 최다 연승은 박정환이 2014~15 2년간에 걸쳐 작성한 18연승이 최고이며, 한 시즌 최다 연승은 신진서가 지난해 작성한 12연승이 최고이다.

▲ 자신의 기록과 싸우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박정환. 이세돌을 제치고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인 KB리그에서도 최단기 10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현재 98승 34패).


박정환의 연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일단은 5일부터 열리는 삼성화재배 32강전이 시험대가 될 것 같다. 그 고비를 넘기면 중국 갑조리그와 TV바둑 아시아선수권전, KB리그가 순차적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 "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서 전반기 승리했던 오더를 그대로 해봤다."(박지훈 감독)

-현재 몇 연승 중인 줄 알고 있나요. "글쎄, 잘..."
-19연승인데. "아...(뜸들인 다음) 운이 많이 따라주고 있는 것 같구요..."(박정환)


2일엔 9위(2승7패) 신안천일염과 선두(9승) 정관장 황진단이 11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조한승-이창호, 이세돌-한승주, 김민호(퓨)-신진서, 목진석-김명훈, 이승준(퓨)-박진솔(이상 앞이 신안천일염).

극한의 상황까지 밀린 신안천일염이 나란히 전패를 기록 중인 3지명 한상훈과 5지명 심재익을 모두 오더에서 제외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전반기엔 정관장 황진단이 4-1로 승리한 바 있으며, 목진석-김명훈(승)은 재대결이다.





▲ 류수항(왼쪽)이 김승재의 추격을 반집차로 따돌리고 팀의 영패를 막았다. 류수항은 4연승, 김승재는 4연패로 명암이 갈렸다.


▲ 이희성 해설자가 "이런 바둑은 본 적이 없다"고 비명을 지른 강동윤-송지훈의 대국. 전판을 휘감은 두 마리의 용이 서로의 목을 노리는 듯한 가공할 대마 수상전이 펼쳐졌다.
마지막까지 흑이 빠르냐, 백이 빠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수상전의 결말은 패. 결국 자체 패감이 많은 송지훈의 승리였고, 패배를 확인한 강동윤은 곧바로 돌을 거뒀다.


▲ 팀이 전반기 내내 바닥권을 헤매는 와중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던 박지훈 감독(사진 오른쪽). "오늘 웬일이냐, 해병대 특훈이라도 다녀온 거냐"고 농을 던지자 "글쎄요, 그저 제 생일이 내일이라고 말해 준 것밖에 없는데요"라며 웃었다.


▲ 이겼다 졌다를 반복하며 제 자리를 맴돌고 있는 티브로드(5승5패.4위). 경기가 있는 날엔 '꽃보다 바둑' '바둑의 품격' 등 여러 클럽 회원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 티브로드를 응원하는 어느 여성팬이 직접 디자인해 가져온 캐릭터 비타민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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