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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겼다'...신진서.정관장 황진단 9연승

등록일 2017.08.27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0라운드 3경기
정관장 황진단, BGF리테일CU에 3-2 신승(辛勝)


"이젠 정관장 황진단을 놔줘야겠다. 2위를 목표로 하겠다"

전반기 8라운드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포스코켐텍 김성룡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국가대표 전력분석관까지 지냈던 그의 이 말은 당시로선 꽤나 의아한 느낌을 줬다.

포스코켐텍은 리그 시작 전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1강'으로 꼽았던 팀. 더구나 4연승을 달린 직후의 발언이었기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썰'이 센 감독의 지나친 겸손 내지는 허허실실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연 그랬을까. 시간이 갈수록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젠 '정말' 정관장 황진단을 놔줘야겠다. 정관장 황진단이 9연승을 달렸다.

▲ KB리그를 지배하는 자 정관장 황진단. 그 정관장 황진단을 지휘하는 자 신진서. 전승 목표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았었던 1지명 강자 두 명을 연속해 넘었다.


정관장 황진단은 26일 저녁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리그 10라운드 3경기에서 BGF리테일CU를 3-2로 누르고 개막 이후 9연승을 질주했다. 전반기에 8개팀을 상대로 전승 퍼레이드를 펼친 후 다시 한바퀴를 도는 첫 관문에서 또 승리한 것이다(KB리그 정규 시즌은 9개팀이 전.후반기 한 차례씩 대결하는 더블리그로 진행한다)

▲ 정관장 황진단이 전반기 첫 경기에 이어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BGF리테일CU를 3-2로 눌렀다.


BGF리테일CU는 리그 첫 경기 때 정관장 황진단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 팀. 당시 정관장 황진단은 먼저 2승을 내준 다음 나중에 3연승을 거두는 대역전의 스토리로 가시밭길의 승리를 안았었다(달리 생각하면 BGF리테일CU가 지금의 정관장 황진단을 있게 한 최대 공로자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긴 정관장 황진단이나 패한 BGF리테일CU나 '이번 만큼은 안 당하겠다'고 서로 설욕을 별렀던 경기. 그래서일까 대진은 만만찮게 짜였다. BGF리테일CU에서 이창석과 안정기, 퓨처스 선수를 두 명이나 내세웠는데도 바둑TV의 사전 예상은 정관장 황진단이 약간 우세한 정도로 나타났다. 홍민표 해설위원의 풀이가 따랐다.

"4지명 진시영과 5지명 최정을 대신한 두 사람의 전력이 절대 못하지 않습니다. 이창석 선수는 거의 3지명급 KB리거라 봐야 하고 첫 출전한 안정기 선수도 강자에 아주 강한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 8연승 중인 막강한 선두 팀과 7위팀의 대결이었는데도 경기 전 사전 예상은 53:47로 정관장 황진단의 '약간 우세'에 그쳤다.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팀의 키플레이언 한승주가 상대 2지명 이지현에게 선제점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가 펼쳐졌다. 믿는 주장 신진서가 아슬아슬한 격전 끝에 동점타. 승패의 분수령이었던 장고대국에서 김명훈이 가까스로 반집승하며 리드를 잡았다.

▲ 신진서-이동훈전은 우하 일대에서 신진서가 큰 위기를 맞으며 실시간 스코어가 60대 40, 이동훈쪽으로 잠시 기울기도 했다. '바둑이 어지러워 정신이 없었다"는 신진서. "(골치 아픈)패를 해소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는 국후 소감이 있었다.


결승점은 '무늬만 5지명'인 박진솔이 해결했다. 상대 3지명 허영호를 상대로 유일하게 편한 흐름을 이끌며 팀 승리를 결정했다. BGF리테일CU는 마지막에 이창석이 이창호 9단을 꺾는 선전을 펼쳤지만 이미 차가 떠난 뒤였다.

▲ 이날의 승패를 갈랐던 장고대국(1국)에서 안정기를 반집차로 따돌린 김명훈(오른쪽). 농심배 대표로 선발된 이후 바둑리그에서 3연패를 당하다가 살아났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번엔 지면 빠질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뒀다"고 인터뷰할 때는 주위가 온통 웃음바다가 되기도.


▲ 최대 승부처인 김명훈-안정기전에 양 팀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김명훈의 끝내기 실수가 거듭되는 장면에선 "억, 억"하며 발을 구르거나 손뼉을 치며 재밌다는 반응들. 그러다가 김명훈이 최후의 반패를 버텨 반집을 이기는 수순을 찾아낸 순간에는 "와"하는 탄성이 천둥치듯 터져나왔다.


정관장 황진단, 팀 최다 연승 기록(10연승)에 한 걸음 앞으로
퓨처스 두 명 잘 싸운 BGF리테일CU 아쉬움 가득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선수들의 손발이 척척 들어맞으니 잘나가지 않을 턱이 없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며 팀의 동력이 됐던 한승주가 일격을 맞으니 3연패로 엎드려 있던 김명훈이 일어서고, 박진솔이 꼭 필요할 때 뒤를 받쳐준다. 잘되는 집의 전형이다.

목표인 '전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신진서는 이동훈과의 세 번째 대결을 승리한 후(3전 3승) "연승은 길어질수록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많은 승리를 거뒀기에 연승보다는 1승을 더 하는 데 목표를 두겠다"고 인터뷰했다.

▲ 박진솔(오른쪽)이 시종 유리해 정관장 황진단에서 신경도 쓰지 않았던 5국(이창호 9단 판에 관심이 집중됐다). 큰 어려움 없이 221수 만에 불계승하며 허영호를 6연패의 수렁에 몰아넣었다(시즌 2승7패). 홍민표 해설자에게 "요즘처럼 좋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는 허영호.


개막 이후 9연승을 달린 정관장 황진단은 포스코켐텍이 지난해 작성했던 역대 팀 최다연승 기록인 10연승에도 1승차로 다가섰다. 또 신진서의 개막 9연승은 지난해 자신의 12연승, 2012년 박정환의 10연승 다음 가는 기록이다.

▲ 3연승을 하다 이창석에게 일격을 당한 이창호 9단(291수 1집반패). 이제는 KB리거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이창석은 5승2패로 팀내에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27일엔 8위(2승6패) 신안천일염과 4위(4승4패) 티브로드가 10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심재익-강동윤, 조한승-류민형, 목진석-류수항, 한상훈-김정현, 이세돌-신민준(이상 앞이 신안천일염). 올해 바둑리그와 농심배 대표 선발전에서 1승씩을 주고 받은 이-신 사제대결이 최대 관심판. 전반기엔 티브로드가 3-2로 승리한 바 있다.

▲ 3연승을 달리던 한승주에게 3연승을 거둔 이지현(오른쪽). 정관장 황진단의 키맨을 꺾은 귀중한 선제점이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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