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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의 끝은 '희망'이었다

등록일 2017.08.13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
한국물가정보, Kixx에 4-1 승


"긴 터널을 빠져 나온 느낌입니다"(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

지난 3라운드 이후 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한국물가정보가 정규시즌 반환점을 앞두고 희망을 쐈다. 한국물가정보는 1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에서 Kixx에 4-1 대승을 거두고 4연패 굴레를 벗었다.

박영훈과 원성진, 황소 동갑내기 투톱에 GS칼텍스배 우승자인 안국현이 3지명. 여기에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한태희와 기대주 설현준을 4,5지명으로 낙점한 한국물가정보는 선수선발식 종료 후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의 스토리는 아는대로다. 팀은 너무하다 싶을 만큼 연패를 거듭했고 순위는 최하위 바로 윗 단계인 8위까지 떨어졌다.

▲ 벼랑끝에 몰린 한국물가정보의 비장함이 가슴에 와닿았던 승부. 공표된 오더는 두 판의 빅매치를 포함해 모두 박빙이어서 보기 드문 50:50의 사전 예상이 나왔다.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 4지명 한태희가 백홍석을 꺾으며 팀 승리의 선봉이 됐다. 평소 눈여겨 봐뒀던 대사정석 변화에서 일찌감치 백홍석을 KO로 눕혔다.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통과했던 기세가 농심배 예선에서 조승아에게 패하며 푹 꺾였던 한태희는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났다.

▲ "초반 포석은 세계대회(삼성화재배일 듯) 통합예선에서 중국의 셰얼하오가 흑으로 시도하는 것을 보고 괜찮아 보여 써보게 됐다"는 한태희. 홍민표 해설자는 "이 승리를 바탕으로 안국현과 설현준 등 후반 출전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대국에 임할 수 있었다"며 "컸다"를 여러번 강조했다.


Kixx는 최대 관심판이었던 3국에서 주장 김지석이 원성진을 꺾으며 반격했다. 하변의 날카로운 추궁에 이어 상변에서도 전과를 올리며 상대의 펀치가 작동할 틈을 주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완승. 하지만 kixx의 이날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벼랑 끝에서 대국하는 심정이었던 한국물가정보는 이날 한 판 한 판이 절실했다. 승패의 분수령이자 또 하나의 관심판이었던 장고대국에서 주장 박영훈이 윤준상을 제압하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나머지는 4국과 5국의 속기 두 판. 둘 중 어느 하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절절히 원했던 결승점은 뜻밖의 해프닝의 형태로 굴러들어왔다.

▲ 장고대국으론 매우 짧은 2시간 반, 146수만의 단명국으로 윤준상을 제압한 박영훈. 표정에서 안도와 주장의 책임을 다한 홀가분함이 느껴진다.


'대착각' '반집' 거듭 행운 낚은 한국물가정보
한종진 감독 "이제부터 시작이다" 포효


안국현을 상대로 미세한 끝내기 승부에 여념이 없던 김기용의 손이 돌연 엉뚱한 곳을 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말도 안 되는 착각. 순간 양 팀 검토실에서 일제히 '억'하는 소리가 터져나왔고, 잠시 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김기용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 백1로 붙인 다음 3으로 찝었을 때 흑4가 착각이 빚어낸 패착. 백5로 잇는 순간 하변 흑돌들이 모두 잡혔다. 흑4는 가로 두는 한 수. 계속해서 백은 4의 곳을 끊어 중앙을 돌파하게 되는데 그랬으면 아주 극미한 형세였다.


▲ 안국현이 착수하자 바로 돌을 거둔 김기용(오른쪽). 이럴 때의 아픔은 뭐라 설명이 안 된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서도 4연패의 굴레를 벗어난 한국물가정보엔 환한 웃음이 번졌다. 마지막엔 팀의 막내 설현준이 반집으로 강승민을 꺾는 추가점까지 터졌다. 위냐 아래냐의 고비에 서있었던 Kixx는 연패를 안으며 3승4패. 직전의 화성시코리요에 이어 두 경기 다 하위팀에게 패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한종진 감독)"막내(설현준)의 승리를 축하한다. 우리 팀은 역시 한태희가 이겨야겠다. 작년 만큼만 해줬으면 좋겠다"

(한태희)"(4연패를 하는 동안)제가 느끼기에도 크다 싶을 정도로 멘탈이 무너졌었다. 그럼에도 형들이나 감독님이 묵묵히 믿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13일엔 9위(1승6패) 신안천일염과 7위(2승4패) 화성시코리요가 8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한상훈-송지훈, 목진석-김승재, 조한승-최재영, 이세돌-강유택, 김민호(퓨)-김형우(퓨)(이상 앞이 SK엔크린). 화성시코리요 주장 박정환은 세계페어대회 출전 관계로 오더에서 빠졌으며, 신안천일염에서도 부진한 5지명 심재익을 제외해 두 명의 퓨처스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잡았다.





▲ 전날 중국리그에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승리하고 이날도 홀로 승리한 김지석(오른쪽). 시즌 첫 경기서 안성준에게 패한 이후 6연승의 불같은 상승세다.


▲ 데뷔 원년에 험난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설현준(오른쪽)은 난적 강승민을 상대로 의미 있는 2승째(4패)를 올렸다.


▲ 우리는 꼬맹이 때부터 친구. 황소 동갑내기 박영훈과 원성진이 밝은 얼굴로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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