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힘' 보여준 홍성지...신민준 14연승 저지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5라운드 2경기
SK엔크린, 티브로드에 4-1 승
'묵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있다. 10대, 20대가 판치는 바둑 동네지만 30대의 저력은 가끔 무서운 면이 있다. '이창호 키드'로 자라나 그 이창호와 직접 승부까지 해본 세대가 한국 바둑의 30대 아니던가.
87년생으로 올해 만 서른. 입단 16년차의 홍성지도 그 중심에 있는 인물. 14일 저녁 열린 KB리그 5라운드 2경기에서 이 녹녹치 않은 배테랑이 잘 나가는 후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줬다. 6월 이후 13연승을 질주하던 신민준의 기세가 그 앞에서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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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준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상대인 홍성지가 너무 잘 둔 내용이었다. 기세면 기세, 수읽기면 수읽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중계석의 홍민표 해설자는 "신민준이 일방적으로 얻어맞다 끝난 바둑"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농심배 선발전에서 신민준에게 패했던 홍성지에겐 설욕의 기쁨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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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접전이자 승부처였던 상변에서 홍성지가 완벽한 사적 작전으로 승리를 굳히자 실시간 스코어는 90대 10을 가리켰다. 그 직후 돌을 거두고 검토실에 내려온 신민준은 "한 번도 좋은 적이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홍성지 선수는 오늘 기보를 액자에 걸어야겠네요"라는 최유진 캐스터의 멘트가 모든 것을 대변했다. 완승이란 말이 이토록 어울리는 대국은 최근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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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의 승리는 SK엔크린이 선취점을 내준 상태에서의 동점타였다. 여기서 졌으면 2-0으로 크게 밀릴 뻔했던 흐름이 단박에 균형을 찾았다. 상대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를 꺾은 만큼 팀 사기도 급상승했다.
장고대국에서 박민규가 승리하며 2-1로 앞섰다. 이번 시즌 첫 주장 완장을 단 안성준은 류민형을 상대로 값진 결승점을 올렸다.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 지은 SK엔크린은 마지막 5국에서 이영구가 상대 주장 강동윤마저 꺾으며 4-1 대승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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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4라운드에서 신안천일염에게 5-0 완봉승을 거둔 SK엔크린은 난적 티브로드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물오른 기세를 과시했다. 팀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달리면서 팀 순위도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두 경기의 폭발적인 승리로 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개인 승수 면에서(14승) 어깨를 나란히 하는 뿌듯함도 누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홍민표 해설자는 "한마디로 에너지가 끓는 모습이다"라고 말하면서 "지금의 기세라면 그 어느 팀도 SK엔크린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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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엔 신진서의 정관장 황진단(4승)과 박영훈의 한국물가정보(1승2패)가 5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명훈-박영훈, 신진서-설현준, 박진솔-한태희, 이창호-원성진, 한승주-안국현(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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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크린, 티브로드에 4-1 승
'묵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있다. 10대, 20대가 판치는 바둑 동네지만 30대의 저력은 가끔 무서운 면이 있다. '이창호 키드'로 자라나 그 이창호와 직접 승부까지 해본 세대가 한국 바둑의 30대 아니던가.
87년생으로 올해 만 서른. 입단 16년차의 홍성지도 그 중심에 있는 인물. 14일 저녁 열린 KB리그 5라운드 2경기에서 이 녹녹치 않은 배테랑이 잘 나가는 후배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줬다. 6월 이후 13연승을 질주하던 신민준의 기세가 그 앞에서 꺾였다.
▲ 홍성지가 과감한 사석 작전으로 중앙에 대가를 형성하는 순간 실시간 스코어는 90대 10을 가리켰다. 사실상 사망 선고다. 이날 신민준은 양 팀 10명의 주자 중 유일하게 농심배 선발전을 치렀다.
신민준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상대인 홍성지가 너무 잘 둔 내용이었다. 기세면 기세, 수읽기면 수읽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중계석의 홍민표 해설자는 "신민준이 일방적으로 얻어맞다 끝난 바둑"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농심배 선발전에서 신민준에게 패했던 홍성지에겐 설욕의 기쁨이 더해졌다.
▲ 지난달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통과한 데 이어 농심배에서 태극마크를 눈앞에 둔 신민준(스승 이세돌과 최종 결전을 치른다). 입단 후 늘 신진서와 비교되는 것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최근 성적이 좋아지면서 몰라보게 얼굴이 밝아졌다.
단 한 번의 접전이자 승부처였던 상변에서 홍성지가 완벽한 사적 작전으로 승리를 굳히자 실시간 스코어는 90대 10을 가리켰다. 그 직후 돌을 거두고 검토실에 내려온 신민준은 "한 번도 좋은 적이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홍성지 선수는 오늘 기보를 액자에 걸어야겠네요"라는 최유진 캐스터의 멘트가 모든 것을 대변했다. 완승이란 말이 이토록 어울리는 대국은 최근에 없었다.
▲ 2012년 한국물가정보배에서 이세돌을 누르고 우승한 홍성지(SK엔크린 3지명). 공교롭게도 지난 경기에서 시즌 첫승을 안겨준 사람도 이세돌이었다.
홍성지의 승리는 SK엔크린이 선취점을 내준 상태에서의 동점타였다. 여기서 졌으면 2-0으로 크게 밀릴 뻔했던 흐름이 단박에 균형을 찾았다. 상대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를 꺾은 만큼 팀 사기도 급상승했다.
장고대국에서 박민규가 승리하며 2-1로 앞섰다. 이번 시즌 첫 주장 완장을 단 안성준은 류민형을 상대로 값진 결승점을 올렸다.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 지은 SK엔크린은 마지막 5국에서 이영구가 상대 주장 강동윤마저 꺾으며 4-1 대승의 기쁨을 누렸다.
▲ 초반 류민형의 턱없는 실수로 크게 유리해진 안성준(왼쪽). 이후 상변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자신의 시즌 3승째(1패)를 결승점으로 장식했다.
▲ (안성준)"선수들이 전지 훈련을 통해 산의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직전 4라운드에서 신안천일염에게 5-0 완봉승을 거둔 SK엔크린은 난적 티브로드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물오른 기세를 과시했다. 팀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달리면서 팀 순위도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두 경기의 폭발적인 승리로 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개인 승수 면에서(14승) 어깨를 나란히 하는 뿌듯함도 누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홍민표 해설자는 "한마디로 에너지가 끓는 모습이다"라고 말하면서 "지금의 기세라면 그 어느 팀도 SK엔크린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상대 전적 6승6패가 말해주듯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견지해온 두 사람. 강동윤(왼쪽)이 좌변을 접수했을 때 실시간 스코어가 '80대 20, 강동윤 우세'을 가리켰으나 이후 이영구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정반대로 스코어가 뒤집혔다(173수 이영구 흑 불계승). "80대 20이 뒤집히는 것은 처음 본다"는 최유진 캐스터.
14일엔 신진서의 정관장 황진단(4승)과 박영훈의 한국물가정보(1승2패)가 5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명훈-박영훈, 신진서-설현준, 박진솔-한태희, 이창호-원성진, 한승주-안국현(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 제1국(장고). 양 팀 5지명 대결에서 박민규(오른쪽)가 류수항을 꺾고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올 시즌 SK엔크린의 효자로 자리매김한 박민규는 장고대국에서만 3승을 챙기며 4연승.


▲ 이태현(왼쪽)만 만나면 신바람이 나는 김정현(상대 전적 4전 4승). 이날도 일찌감치 대마를 잡으며 기분 좋은 선제점을 올렸으나 아쉽게도 팀의 유일한 승리가 됐다.
▲ 안성준.이영구.홍성지 트리오가 든든히 팀을 받치는 데다 '딸따냥' 박민규의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흐뭇함 일색인 SK엔크린. 두 경기 연속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3-2 승부 전문팀'이란 꼬리표도 싹둑 잘라낸 상태다.
▲ 강동윤.신민준 '원투 펀치'가 팀 성적(3승2패)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티브로드. 정관장 황진단의 한승주나 SK엔크린의 박민규 같은 '키플레이어'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