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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는 신진서, 나는 정관장 ...나란히 4연승 질주

등록일 2017.07.08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
정관장 황진단, '2중 허리' 과시하며 4연승


다시 '연승'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도 일찌감치 강력 시동을 건 정관장 황진단. 어물쩍 벌써 4연승이다.

지난 시즌 정관장 황진단은 첫 경기를 패한 다음 2라운드부터 8라운드까지 파죽의 7연승을 달렸었다. 이후 포스코켐텍의 경이적인 10연승에 밀려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 자체로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 기록이었다(2위는 2008년 영남일보의 8연승).

올해는 아예 시작부터 팔을 걷고 나섰다. 팀 개막전에서 BGF리테일CU를 3-2로 꺾은 다음 2라운드(신안천일염)와 3라운드(포스코켐텍)에선 연달아 4-1 대승을 거두는 무력 시위까지 펼쳤다. 3주간의 휴식 후 4라운드에서 마주한 Kixx는 이전의 어느 팀 보다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으나 이 고비마저 넘으면서 연승 행진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 이날 경기에 출전하진 않았지만 시종 자리를 지킨 이창호 9단(사진 오른쪽). 낮의 농심배 선발전에서 허영호의 대마를 잡고 승리한 때문인지 표정이 밝아보였다.


정관장 황진단은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에서 접전 끝에 Kixx를 3-2로 눌렀다. 1-2로 팀 스코어가 불리한 상황에서 남은 4,5국을 모두 가져오며 뒤집은 승리였기에 짜릿함이 말도 못했다.

1국(김지석-김진휘)과 2국(신진서-홍기표)에서 양 팀 주장의 승리가 내다 보이는 상황에서 3~5국의 허리 싸움이 팀 승패를 좌우했다. 경기 전 송태곤 해설자는 "3국(윤준상-김명훈)이 최대 승부처다. 이 판을 이기는 팀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으나 어디까지나 예상이었다.

▲ Kixx는 모두가 주목한 3국에서 윤준상(왼쪽)이 김명훈을 무자비한 힘으로 제압하면서 승리를 목전에 둔 듯 보였다(214수 윤준상 백 불계승).


신진서에게 선취점을 내준 후 윤준상이 곧장 동점을 만든 Kixx는 장고판에서 김지석이 1승을 추가하며 2-1로 앞서나갔다. 남은 4국과 5국의 대진은 백홍석과 강승민이 상대 한승주와 박진솔보다 각각 한 단계씩 지명이 높았기에(이런 오더를 감독들은 최상으로 친다고 한다) '한 판은 이겨주겠지' 하는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컸다.

하지만 이 두 판이 모두 정관장 황진단 쪽으로 넘어갔다. 위기 상황일수록 끈질김을 발휘하는 정관장 황진단 선수들의 저력이 뒤로 갈수록 빛을 발했다. 최근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통과한 박진솔이 강승민의 항서를 받아내며 2-2. 이어 톡톡 튀는 한승주가 백홍석의 돌주먹을 무력화시키며 결승점을 올렸다.

▲ 낮의 농심배 선발전에서 안국현을 이기고 저녁 리그에서도 승리를 거둔 박진솔(오른쪽). 삼성화재배에서 박진솔에게 패한 중국의 강자 렌샤오가 "이렇게 센 선수가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하면서 거듭 탄식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정관장 황진단 김영삼 감독의 국후 인터뷰도 눈길을 끌었다. "양 팀 주장이 1승씩 가져간다고 보면 어차피 3~5국 싸움인데 허리 힘은 우리 팀이 최강일테고. 세 판 중 두 판은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에 스코어가 불리했어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서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주장 신진서가 4연승으로 팀 성적과 궤를 같이 하고 있고 3~5지명인 김명훈 한승주 박진솔이 나란히 3승1패다. 이날 Kixx와의 경기에선 농심배 선발전을 치르고 있는 이창호 9단을 배려해 오더에서 제외하는 여유(?)를 보이고도 이겼다. 전력이 한 수 위인 데다 손발까지 척척 맞는 이런 팀이 성적을 못 낸다면 그 게 이상한 일 아닐까.

▲ 바둑TV에서 '럭비공 같은 악동과 무지막지하게 들이대는 돌주먹의 대결'이라고 명명한 4국. 초반부터 알파고의 톡톡 튀는 수법으로 판을 흔든 한승주(왼쪽)가 236수 만에 금싸라기 같은 불계승을 거뒀다.


반면 이 경기를 승리했을 시 3연승으로 우뚝 선두에 설 수 있었던 Kixx는 낮의 농심배 결과가 야속했다(이날 양 팀 10명의 츨전 선수 중 16강 시드를 받은 김지석과 신진서를 제외한 8명이 농심배 선발전을 치렀다).

최대 승부처로 지목된 3국(윤준상-김명훈)은 둘 다 모두 이긴 상태에서 저녁 리그에 임했으니 속말로 셈셈이었다. 하지만 4국과 5국은 달랐다. 정관장 황진단의 주자인 한승주와 박진솔은 모두 낮 경기의 승자였으나 상대방인 Kixx의 백홍석과 강승민은 둘 다 패자였다. 이런 경우 같은 더블헤더라 하더라도 후자가 불리하다는 것은 말하나 마나 한 사실.

그 여파 때문인지 백홍석은 전보다 승부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다 무너졌고, 강승민 역시 승부가 됐다 싶은 순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손이 향하며 자멸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송태곤 해설자는 "낮 경기의 결과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Kixx 입장에선 오늘의 패배가 많이 아쉬울 것"이란 말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 (김영삼 감독) "다른 팀도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잘 해주는 것 같다" "이창호 9단은 아무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농심배 일정을 놓고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친 다음 (휴번을) 결정했다"

(신진서)"대마를 잡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가 (혹시 싸발릴까봐) 더 걱정이었다. 다행히 탈출이 잘 됐다" "피했으면 하는 선수는 없는데 어려운 상대는 있다. 박정환 9단이다"


8일엔 화성시코리요(1승2패)와 포스코켐텍(2패)이 4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승재-이원영, 박정환-나현, 강유택-최철한, 최재영-변상일, 송지훈-윤찬희(이상 앞이 화성시코리요).





▲ 제1국(장고). 자신의 바둑보다 옆의 윤준상-김명훈 대국에 관심을 쏟을 정도로 여유를 보였던 김지석(왼쪽). 하지만 결과는 딱 반집승이어서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송태곤 해설자는 "자세히는 안 봤지만 후반에 김진휘가 맹추격을 한 것 같고 기회도 있었을 법 하다"고.


▲ 정관장 황진단의 연승을 저지하고 우뚝 선두에 올라설 기회를 놓친 Kixx. 2013년을 제외하고 6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환 감독(사진 왼쪽)은 최근 분당기원을 오픈하고 개인 지도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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