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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이세돌 꺾고 통산 '100승' 달성

등록일 2016.09.23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
김지석,100승 달성하고 팀 승리도 견인...Kixx 3-2 신안천일염

'한국 바둑의 대들보' 김지석(27)이 자신의 바둑 이력에 남을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김지석이 이세돌을 꺾고 KB리그 사상 네 번째로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다.

2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ixx-신안천일염의 경기는 최하위 두 팀의 대결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맥이 빠졌다. Kixx나 신안천일염이나 포스트시즌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 자연 팀 승부보단 양 팀 주장 김지석과 이세돌의 빅매치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김지석은 이세돌이 가장 아끼는 후배다. 재능과 품성, 둘 다 좋아한다. 물론 김지석도 그런 이세돌을 잘 따르고 평소 대하는 데 있어 스스럼이 없다. 그래서 일까, 바둑TV에선 김지석의 100승이 걸려 있는 판이라고 자막을 내보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대국 개시 선언이 떨어지기 전까지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 이세돌과 김지석의 통산 전적은 14승9패로 이세돌의 우세. 하지만 김지석이 병아리 시절 당한 패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2013년 GS칼텍스배 결승에서 김지석이 3-0으로 승리한 다음부터는 둘의 관계가 역전된다. 특히 바둑리그에선 김지석이 4승1패로 우세.


둘의 가벼운 마음을 반영하듯 대국은 빠른 스피드로 전개됐다. 초반은 김지석이 괜찮은 진행이었으나 이후 이세돌의 사금파리 같은 반격이 통하면서 김지석이 버티는 형세. 이후 우상쪽에서 이세돌이 어떻게 결정타를 날리느냐에 모든 시선이 집중될 무렵 턱 없는 실수가 등장했다.


▲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1경기 제2국 ●김지석 ○이세돌

우변 백△ 뛰어 둔 수가 노림이 있는 수. 한데 직후 백1이 이세돌이 둔 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대착각이었다. 계속해서 백5까지 된 다음 김지석이 6으로 내려서자 이세돌의 얼굴이 '아뿔싸' 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가로 끊는 것이 흑A~E의 수순으로 돌파당해 안 되는 것이다.



▲ 여기는 백1로 빠지는 한 수였다. 흑2는 이 수뿐인데, 계속해서 백3부터 외길 수순을 밟은 다음 9로 절단했으면 사실상 승부 끝이었다(이 다음 흑A는 백B로 그만).
실전은 이것을 놓친 데다 생으로 두 점 잡힌 손해가 막심해서 사실상 승부가 여기서 결정됐다(221수 김지석 흑 불계승).



▲바둑을 패했지만 이세돌의 표정은 밝았다. "여기를 한 칸 뛸 때는 분명 선수라고 봤거든. 근데 상대가 손을 빼니 선수가 아닌거야." 옆의 이슬아에게 코믹한 톤으로 자신의 착각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주변의 폭소가 터졌다.


김지석은 2006년부터 바둑리그에 출전해 11시즌 연속 뛰고 있다. 데뷔 이듬해인 2007년 첫 MVP를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2년, 도합 세 차례나 MVP에 올랐으며 그 중 2009년엔 10승2패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다승왕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100승 달성시 전적은 100승 55패로 64.5%의 승률.

참고로 바둑리그 첫 100승 기사는 최철한으로 지난해 7월 5일에 달성했다. 이후 두달 간격으로 강동윤과 이세돌이 100승 고지를 밟았으며 김지석은 근 1년 만에 네 번째. 바로 뒤로는 박영훈이 99승으로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 100승 달성 후 마이크를 잡은 김지석.

"(오늘 바둑은 어땠나)초반은 괜찮았는데 중반부터 어려워졌다. 백이 (우상쪽에서) 잘 뒀으면 끝났을 것이다"
"(사전에 100승을 알고 있었나)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강 그 쯤 되지 않았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역시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서 우승하는 것이다. 바둑리그도 잘 하고 싶었는데 올해는 좀 아쉽게 됐다"


이날의 팀 승부는 Kixx가 신안천일염을 3-2로 눌렀다. Kixx가 김지석-허영호-김기용의 스트레이트 승리로 일찌감치 승부를 끝낸 상황에서 신안천일염이 뒤늦게 두 판을 가져갔다. 패한 신안천일염(3승9패)은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고, 8위의 Kixx(5승8패)는 4연패를 탈출하며 마지막 잎새 같은 희망을 살렸다.

나현, KB리그 최다 연승(11승) 도전

23일엔 2위(8승4패) 포스코켐텍과 5위(5승6패) 화성시코리요가 14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파죽의 7연승을 달리고 있는 포스코켐텍으로선 선두에 올라서며 포스트시즌행을 굳힐 수 있는 기회. 반면 4위 티켓을 노리고 있는 화성시코리요로서도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경기이기에 혈전이 예상된다.

대진은 윤찬희-박정상,변상일-김정현,나현-이영구,류수항-홍성지,최철한-안조영(이상 앞이 포스코켐텍). 양 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나현,변상일이 빠진 포스코켐텍을 화성시코리요가 4-1로 이긴 바 있으며, 나현은 신진서보다 한 발 앞서 KB리그 최다 연승기록(11연승)에 도전한다.


▲ 장고대국(1국). 45명의 KB리거 중 유일한 전패자(7전 7패)로 남았던 김기용(왼쪽)이 염원하던 첫승을 결승점으로 장식했다.









▲Kixx는 이왕 이길 바에 대승을 못 거둔 것이 아쉽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정했을 때 '피'(개인 승수)하나가 절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KB리그가 열리는 날 국가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 미녀는 누구(?). 최근 한국으로 유학 온 대만의 위리쥔 초단이다. 현재 충암도장에서 기숙하면서 국가대표 육성군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고.
옆의 송규상 초단에게 "둘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우린 그럼 정말 믿습니다"라는 재치 있는 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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