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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윤,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등록일 2016.08.29

2016 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4경기
BGF리테일CU, 화성시코리요 상대로 '2패 뒤 3연승' 대역전 드라마

이번 시즌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예년에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5-0 승부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각 팀의 전력과 선수들의 격차가 크게 준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감독들의 보이지 않는 오더 싸움도 단단히 한 몫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KB리그 9개 팀의 감독들은 대부분 젊고 데이터 분석이나 견제에 능통하다. 경기 전 치열하게 데이터를 뽑아 보고 자신의 선수들과 상대 선수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더를 짤 때도 전체의 균형을 중시하고 철저히 상대를 견제하는 전력을 취하기 때문에 전후반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우는 결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5-0 승부와 더불어 '2패 뒤 3승' 같은 급격한 쏠림 드라마가 드문 배경이다.


▲ KB리그 감독은 흔히 생각하는 거저먹는 자리가 아니다. 자나깨나 고민하고 쉴 새 없이 연구해야 버텨낼 수 있는 자리며, 오더는 보이지 않는 이런 노력이 집약된 결정체다.


반환점을 돌아 10라운드까지 치르고도 없었던 '2패 뒤 3승'의 대역전극이 드디어 나왔다. 무대는 2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11라운드 4경기. 흔치 않은 역전 스토리를 쓴 주인공은 BGF리테일CU였고, 그 희생양이 된 팀은 화성시코리요였다.

상위권 진입을 위해 잰걸음을 해야 하는 5위팀과 6위팀의 대결에서 5위 BGF리테일CU가 화성시코리요를 3-2로 눌렀다. 먼저 2패를 당하고도 거둔 드라마틱한 역전 드라마. 전반기 1-4 패배를 고스란히 되갚는 승리이자 혼돈의 4승 대열을 벗어나는 승리였기에 그 짜릿함이 더했다.


▲ 관심을 모은 최정과 이영구의 대결은 이영구의 완승으로 끝났다. 최정을 속속들이 아는 상태에서 현란한 아웃복싱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이영구가 총각이긴 하지만 예고된 품절남이라는 점에서 미인계도 통하지 않았다. 최정은 시즌 2승3패, 이영구는 7승3패의 호조를 이어갔다.


피차 사력을 다한 경기는 화성시코리요가 전반부 속기 두 판을 모두 가져갔을 때만 해도 쉽게 결말이 날 것처럼 보였다. 승부처로 보았던 2국에서 김정현이 상대 전적 3전 3패였던 이원영을 꺾은 데다 1지명 이영구도 최정에게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반 승부는 정반대라 할 정도로 양상이 달랐다. 진행 중인 장고대국 포함 세 판 다 BGF리테일CU가 리드하는 상황이 펼쳐졌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강동윤-이지현-이창석 순으로 무더기 승전보가 이어지면서 시즌 첫 대역전극이 연출됐다.

신생팀으로 첫해부터 선전하고 있는 BGF리테일CU는 5승4패가 되며 4위로 한 단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강동윤과 이지현의 원투 펀치가 굳건했고, 퓨처스 선수 이창석을 대타로 세운 작전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반면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화성시코리요는 4승6패(6위), 중요한 고비에서 뒷걸음을 치며 중위권 진흙탕 싸움을 견뎌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 올 시즌 최강의 속사 군단을 표방하는 화성시코리요는 이번에도 장고대국의 패배가 발목을 잡았다. 팀내 유일한 장고파인 안조영(오른쪽)이 주로 총대를 매고 있지만 다섯 번 출전해 1승4패, 팀의 장고판 전체 성적도 4승6패로 5할을 밑돈다. 반면 이지현은 장고 전문이 아닌데도 세 번 출전해 모두 승리.


이리하여 파란만장했던 11라운드가 막을 내렸다. 전반기에 7연승을 질주하던 정관장 황진단이 후반기 들어 연패를 당한 반면 최하위권의 포스코켐텍이 5연승으로 약진하면서 상층부에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났다. 정관장 황진단이 노마크로 골인할 것 같던 상황이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형국이 됐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박정환과 신진서, 강동윤 등 톱 클래스들의 세계대회 출전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들의 결장으로 인한 변수가 어떤 파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1위부터 9위까지 누구도 가능성이 있고 누구도 실패할 수 있는 카오스의 판세. 시간이 갈수록 안갯속이라는 말이 이번 시즌만큼은 으례하는 상투어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 BGF리테일CU는 퓨처스 선수 이창석(오른쪽)이 화성시코리요의 배테랑 4지명 박정상을 꺾은 것이 결정적인 힘이 됐다. 지난 시즌은 2승2패, 올 시즌은 세 번 출전해 2승1패를 기록한 이창석(20)은 신인답지 않게 심장이 튼튼하다는 것이 큰 장점. 4지명 류민형이 부진한 상황에서 백대현 감독의 호출이 잦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잔치가 머지 않았음을 일러주고 있는 KB리그는 내주 목요일(9월1일) 티브로드-신안천일염의 경기를 시작으로 12라운드를 속개한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 승부가 끝난 다음 모니터를 통해 순위를 확인하고 있는 BGF리테일CU 백대현 감독(오른쪽)과 이원영, 류민형 등 주전 선수들. 힘든 승부를 치른 피로감과 대역전을 이뤄낸 흥분이 고스란히 교차돼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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