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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팬더(?) NO 쿵푸 팬더!

등록일 2016.09.04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SK엔크린, Kixx에 3-2 역전승...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7승4패 나란히

소리 없이 강하다. 정관장 황진단의 전반기 7연승이나 포스코켐텍의 5연승 같은 큰 울림은 없어도 차곡차곡 잘만 승수를 쌓아간다. 한 눈에 세 보이진 않는데 만만히 여기단 큰 코 다친다. 까마득히 앞서 달려가던 정관장 황진단을 어느새 따라잡은 '거북이' SK엔크린 얘기다.

SK엔크린은 3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에서 정유업계 라이벌 Kixx를 3-2로 눌렀다. 주장 박영훈이 시작하자마자 일격을 맞고, 극심한 부진에 빠진 주전을 대신해 나온 퓨처스 선수가 기대에 못미쳤지만 나머지 세 명이 팀 승리를 충족시켰다. 3지명 민상연이 대역전 동점타로 큰 위기를 막아낸 다음 팀의 보루인 안성준과 '해결사' 이태현이 후반부 2승을 합작했다.

창단 5년 만의 개막 3연승에 이어 또 한 번의 3연승을 몰아친 SK엔크린은 7승째를 수확하며 선두 정관장 황진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개인 승수가 2승 부족해(정관장 황진단 31승, SK엔크린 29승) 2위에 머물렀지만 공동 선두나 크게 다를 바 없는 결과다.

반면 Kixx는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서 주저 앉으며 4승7패(8위), 4강 싸움에서 크게 밀려나며 조기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의 포스트시즌은 9승이면 안정권이고 8승이면 경합이 예상되는 상황. Kixx는 남은 5경기에서 최소한 4승1패를 해야 희망이 생기는데 연패를 거듭하기 일쑤인 올해의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 전반기 장고대국에서 박영훈에게 패했던 최재영이 속기 대국으로 형태를 바꾼 리턴매치에서 설욕했다. 박영훈의 승리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중앙을 끊어간 승부수가 통렬했다. 랭킹 64위가 4위를 꺾은 사건인 만큼 중계석에서 '초대박'이니 '악몽'이니 하는 극적인 표현이 쏟아져 나왔다.


믿었던 윤준상 패배에 Kixx 허탈

경기 초반의 기세로 봐서는 Kixx의 낙승이 점쳐졌고, 그랬어야 마땅했다. 가장 먼저 끝난 2국에서 5지명 최재영이 SK엔크린 주장 박영훈을 잡는 대박을 터뜨렸다. 동시에 진행된 3국 역시 윤준상이 초반 압도적 우세를 배경으로 민상연의 항복을 재촉하는 흐름이어서 승리한 거나 다름 없었던 상황. 여기에 장고대국마저 주장 김지석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지고 있어서 Kixx는 속된 표현으로 룰루랄라였다. 3-0 스트레이트 승리가 목전에 있었으니 얼마나 많이 이길까만 머릿속에 그리면 됐다.

이 좋던 상황이, 돈이나 세고 있으면 될 것 같았던 푸근한 행복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세상이 두 쪽나도 역전은 없을거라 믿었던 윤준상의 판이 뒤집힌 것이다. 그것도 5집 반이라는 대차로. 직후 예상대로 김지석이 승리해 2-1이 됐지만 Kixx가 이 패배로 겪은 충격이나 실망감은 말도 못했다. 시작하자마자 터뜨린 최재영의 대박도 이런 분위기에 가려져 빛을 잃었다.


▲ 민상연이 초반 좌변을 몽땅 내주고 추격전을 전개했지만 도무지 희망이 안 보였던 2국. 하지만 후반 들어 윤준상의 턱없는 방심으로 믿기지 않는 역전이 이뤄졌다(종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화면 왼쪽 하단에 '99% 슈퍼 팬더의 대역전극'이라는 국가대표 판정단의 메시지가 보인다).



▲ 미국의 애니매이션 시리즈인 쿵푸 팬더. 주인공인 포가 뱃심으로 악당들의 공격을 튕겨낸다는 설정이 큰 재미를 주며 히트했다. 권투로 치면 가드를 내리고 후려치는 식의 윤준상의 공세를 두둑한 배로 흡수하며 견뎌내는 민상연을 보고 중계석(이현욱 해설, 김지명 진행)에서 "오늘은 슈퍼 팬더가 아닌 쿵푸 팬더가 제격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센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SK엔크린의 묘한 저력

반면 임당수에서 용왕님을 만난 격이 된 SK엔크린은 용기백배했다. 이어진 후반 속기전에서 2지명 안성준이 허영호를 상대로 물샐틈 없는 승리를 거두면서 2-2. 최종국에서 '결승점 전문' 이태현이 송지훈의 대마를 잡는 역투를 펼치며 3-2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온갖 수난을 참고 견딘 민상연의 땀방울이 발판을 놓은 반전드라마였다.


▲ 이태현-송지훈의 최종국은 중반 들어 '안갯속 혈투'같은 광경이 펼쳐졌으나 이태현(왼쪽)의 배짱과 노련함이 송지훈의 패기를 능가했다(186수 흑 불계승). 사진은 승부가 끝나자마자 스튜디오에 달려온 Kixx팀 주장 김지석이 송지훈이 놓친 결정타를 지적하는 장면.


포스트시즌의 8부 능선인 7승 고지에 오른 SK엔크린은 남은 일정에 여유를 가지며 2012년 창단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가을잔치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민상연의 부진 탈출로 세 명(박영훈 안성준 이태현)에만 의존하던 전력에 숨통이 트이면서 팀 분위기도 청명한 가을햇살만큼이나 밝아졌다.

4일엔 3위(6승4패) 포스코켐텍과 4위(5승4패) BGF리테일CU가 12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대진은 윤찬희-이지현,최철한-류민형,류수항-강동윤,변상일-이원영,나현-최정.

파죽의 5연승을 달리고 있는 포스코켐텍은 만일 5-0으로 이긴다면 정관장 황진단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경기. 승패와 관계 없이 늘 관심을 모으는 최정은 8연승 중인 나현을 상대로 힘든 3승 도전이 예상된다. 양 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포스코켐텍이 3-2로 이겼고, 동일 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순위를 다투는 2016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1위 2억 원, 2위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 원. 패자는 60만 원을 받는다.


▲ 양 팀의 핵심 허리가 맞대결을 펼친 4국에서 안성준(왼쪽)이 허영호를 특유의 완력으로 눌렀다(186수 백 불계승). 시즌 9승1패가 된 안성준은 최근 6연승의 기세를 타며 9전 전승의 신진서와 더불어 다승 공동 선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둘을 좆는 2위 그룹은 8전 전승의 나현과 8승2패의 박영훈, 한태희 등 세 명(연말에 시상하는 다승왕은 패점은 무시하고 승수만 따지며, 같을 경우 공동 시상한다).









▲ 후반기에 3연승을 거둔 SK엔크린. 주장 박영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 끈끈함이 더해지면서 창단 5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노크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 후반기에 3연패를 당한 Kixx. 지난해 맹위를 떨쳤던 김지석-윤준상-허영호 삼각편대가 동시에 힘을 잃으면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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