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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들의 승부, 화끈했다

등록일 2017.07.26

세 판 모두 대마 공방전이 벌어졌다. 어느 판 할 것 없이 그 치열함이 극에 달하고 어지러워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다.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형세판단도 필요없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일직선 승부가 됐다. 반드시 내가 잡고야 말겠다는 기백이 전해졌다. 승부에 굶주렸던 것을 시위라도 하듯 1년 만에 재개된 무대에서 백전노장들의 승부혼은 불 같았다.

▲ 동시에 시작한 세 판 모두 어지러워서 관전하는 사람들도 정신이 없었다. 승패를 떠나 스릴 만점의 전개가 이어졌다.


힘싸움에서 상주 곶감이 위에 있었다. 원년 챔프 이름에 빛나는 저력이 있었다. 4명 전원을 일찌감치 보호지명하며 2연패 의지를 천명한 상주 곶감이 팀 개막전을 화끈하게 장식했다. 26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한국기원총재배 시니어바둑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신규 입성한 사이버오로를 2-1로 꺾었다.

1지명 서봉수와 2지명 백성호가 합작했다. 대마를 잡는 파괴력으로 불계승했다. 서봉수는 '천적 타파'를 외친 정대상에게 밀리는 형세에 놓였으나 중반 이후 물꼬를 돌려 놓았다. 정대상은 공격에 아쉬움을 남겼다. 설욕에 실패함으로써 상대전적은 1승11패로 벌어졌다.

▲ 난전으로 출발한 제2국. 결국 한 쪽의 대마가 잡히는 사고가 났다. 승리한 백성호 9단(오른쪽)은 나종훈 7단에게 3승2패로 앞섰다.


백성호는 2승2패에서 마주한 나종훈에게 양동작전을 펼치면서 균형을 깼다. 실리 대신 엶음을 떠안은 나종훈은 패싸움까지 동원했지만 둘 다 무사하기 어려웠다. 옆 대국이 하도 뜨거워서 이 판은 방송 화면에 거의 잡히지 못했다.

사이버오로는 맨 먼저 끝난 1국에서 서능욱이 역전승했으나 팀은 역전패했다. 이 판의 종반 전투가 한창일 무렵 2국과 3국은 패색이 짙었지만 돌을 거두면 동료들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선지 수순을 진행시켜 나가다가 유일하게 계가를 한 1국이 종료되는 것을 보고서는 정대상과 나종훈이 잇달아 패배를 시인했다.

▲ '속기파' 서능욱 9단(왼쪽)과 김기헌 6단. 장장(?) 1시간 33분, 340수까지 이어졌다. 시니어리그 김만수 해설위원은 "바둑의 재미있는 요소가 이 판에 다 들어가 있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


상주 곶감은 우승팀다운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고, 사이버오로는 팀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7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정규시즌은 다음 주 월~수요일에 걸쳐 2라운드를 진행한다. 팀 대진은 부천 판타지아-KH에너지(31일), 삼척 해상케이블카-음성 인삼(1일), 영암 월출산-사이버오로(2일).

이번 시즌부터 해외 소속 선수에게로 문호를 넓힌 시니어리그에 일본에서 활약 중인 조치훈 9단이 KH에너지의 지역연고선수로 선발되어 공식 국내기전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전 대국의 제한시간은 30분, 초읽기는 40초 5회.

▲ "오늘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 유지에 노력해 왔고 좋은 컨디션으로 잘 둘 거라 믿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으로 선수를 바꾼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다." (상주 곶감 박성수 감독ㆍ오른쪽) "이제까지 해왔듯이 시니어답게 그간 갈고 닦은 것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게 관건이 아닐까. 어떻게 하다 보니 속기와 싸움바둑에 능한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만족한다." (사이버오로 유건재 감독)


중앙미디어네트워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7 시니어바둑리그의 총규모는 4억1000만원. 팀 상금은 우승 3000만원, 준우승 1500만원, 3위 1000만원, 4위 500만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의 승자 50만원, 패자 30만원을 받는다. 대국은 바둑TV와 주요 바둑사이트가 생중계한다.



▲ 지역연고선수와 보호선수 외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서능욱 9단(59).


▲ 원년대회 MVP에 빛나는 김기헌 6단(58).


▲ 28명의 시니어리거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서봉수 9단(64).


▲ 환갑을 맞아서도 여전한 '번개손' 정대상 9단(60).


▲ '반상의 젠틀맨' 백성호 9단(61).


▲ 10년 전엔 KB리거로도 뛰었던 나종훈 7단(60).


▲ "두다 보니까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둑 자체가 어려웠는데 뭔가 흑의 중앙 공격이…. 시니어리그 즐겁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서봉수 9단)


▲ 상주 곶감은 전년도 챔피언이 그냥 이뤄진 게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선수 구성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신생팀 사이버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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