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의 승부 호흡으로 이기는 방법
최정 9단과 김채영 4단은 1996년생이다. 그래서 보통 동갑내기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두 기사는 친구가 아니다. 김채영 4단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른바 ‘빠른 1996년생’이기 때문에 학교를 1년 먼저 다녔고, 그래서 최정 9단이 김채영 4단을 ‘언니’라고 부른다.
연구생 시절 두 기사는 같이 공부했고, 또 발군으로 성적이 좋았다. 이들의 기세에 주눅이 들은 탓인지 현재 우리나라 여자 프로기사 중에 1995년생은 없다. (특별 입단한 마리야 초단 제외). 그리고 1994년생도 박태희 2단 단 1명뿐이다. 어린 동생들이 워낙 빨리 입단한 탓에 또래 언니들이 바둑 공부를 포기한 탓이 아닌가 싶다.
대략 최근 10년 사이의 입단 연표를 보면 최정과 김채영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알 수 있다. (현재 랭킹 2위 오유진의 입단도 굉장히 빨랐고, 그 외에 김경은, 허서현도 빠른 편인데 이때는 1년에 입단자가 4명으로 확대됐을 때이다)
이처럼 김채영 4단도 굉장히 뛰어난 기사인데, 살짝 어린 최정 9단이 조금씩 앞서 나간데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바둑리그에서만큼은 최정 9단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것이 바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졌던 25연승이라는 대기록이다.
그런데, 두 기사간의 상대전적은 잘 알려졌다시피 최정 9단의 일방적인 우세로 이전까지 8:0의 전적이었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런 스코어는 잘 나오지 않는다. 즉 이것은 실력 이외에 다른 심리적인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무언가’가 무엇일까?
5월 5일 15라운드 3경기 속기판 2국에서 두 기사의 대국이 벌어졌을 때 충남 SG골프 검토실에서 이 바둑을 검토한 남자 프로기사들은 대략 아래와 같은 결론을 냈다.
“최정이 승부 호흡으로 이긴다”
<15라운드 하이라이트>
15라운드 3경기 속기판 2국
○ 김채영 4단 (서울 부광약품 주장)
● 최 정 9단 (충남 SG골프 주장)
장면도 (흑 유리)
초반에는 분명 흑의 행마가 꼬였었으나, 백이 주춤대는 사이에 흑이 실리로 앞서 버렸다. 백은 중앙에 두터움 비슷한 게 있지만 큰 세력이라고 볼 수도 없다. 반면 하변은 오히려 흑 세력권, 따라서 현재의 형세는 흑이 우세하다.
김채영 4단은 백1로 붙여서 하변 백 두점을 움직이는 것부터 전단을 구했다. 축머리 역할도 하고 있으므로 흑2는 당연, 다음 백3으로 젖혀온 장면이다.
1도 (실전진행 1)
최정 9단의 선택은 흑2의 젖힘. 충남 SG골프 검토실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형세가 좋은데 거기를 왜 젖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9까지 진행되자 흑이 하변에서 백 석점을 잡으며 실리는 취했지만 중앙 백의 세력이 위 아래가 만나면서 엄청나게 강해졌다. 갑자기 백 우세로 형세가 바뀐 것이다.
2도 (흑이 유리한 진행)
백1에는 흑2로 늘어서 받는 것이 정수. 백3으로 이으면 흑4로 머리를 내밀어서 좌변 흑 두 점의 안위를 살펴야 했다. 이미 많은 집을 확보하고 있는 흑이 굳이 실리를 더 욕심 부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3도 (실전진행 2)
중앙 백 세력이 강력해진 탓에 흑이 좌변 두 점을 수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최정 9단의 선택은 흑3. 백의 동래를 살핀 수이다. 이 장면에서 가만히 형세를 살피던 김채영 4단이 선택한 수는 백4부터 8까지. 우변 흑진영을 건드려서 실리의 균형도 맞추고 또 흑이 어떻게 응수하는지를 살핀 뒤에 그에 따라 더 두터워지면 좌변 흑돌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흑이 9부터 15까지 곧바로 좌변 수습에 들어가자 백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백8이 곧 패착이 되고 말았다.
4도 (흑 대마의 삶이 불투명)
백은 3도 8로 본도 1에 차단하고 공격해야 했다. 만약 이때 실전처럼 2에 붙여서 수습하려고 하면 백7의 들여다봄으로 인하여 삶이 불투명하다. 검토실의 기사들은 이 진행이라면 흑 대마가 잡힐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5도 (최정 9단의 의견)
종국 후 복기할 때 최정 9단은 백1이었다면 굉장히 곤란하기는 한데 흑2 정도로 두어서 타개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 진행 역시 백3으로 집 모양의 급소를 빼앗으면 수습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즉 백이 곧바로 좌변을 포위했으면 흑의 수습이 매우 어려웠다는 결론이었다.
<215수 끝, 흑 불계승>
앞에서 언급한 승부호흡으로 이긴다는 뜻은, 워낙 최정 9단의 완력이 좋기 때문에 김채영 4단이 섣불리 공격하거나 전투를 벌이지 못하고 타협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최정 9단이 알고, 이를 역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원래 김채영 4단은 균형 잡힌 바둑을 두다가 상대가 무리하면 과감한 공격으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인데, 최정 9단에게는 자신의 바둑을 두지 못하기 때문에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둑의 유명한 격언 ‘반전무인(盤前無人)’이 다시 생각나는 대목이다.
단신 1
5월 7일 오후 2시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진행된 15라운드 1경기 장고판1국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주장 오유진 5단이 서울 바둑의품격 3주전 이영주 2단에게 196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이 바둑은 오유진 5단이 이겼지만, 지난 5월 3일 치러진 속기판 2,3국에서 서울 바둑의품격이 모두 이겼었기 때문에 팀 승부 결과는 2:1로 서울 바둑의품격의 승리이다.
단신 2
16라운드 대진표가 나왔다. 그런데 5월 10일~12일 중국에서 천태산.삼연양범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몇 판의 대국일정이 또 조정됐다. 한국대표는 최정 9단, 오유진 5단, 김채영 4단인데, 최정 9단 소속인 충남 SG골프의 후보인 루이나이웨이 9단은 중국대표로 출전하고, 오유진 5단의 소속인 부안 곰소소금의 후보인 후지사와 리나 3단은 일본 대표로 출전하는 관계로 3명의 선수를 채울 수 없어서 대국 일정이 조정됐다. 반면 김채영 4단의 소속인 서울 부광약품의 루민취안 4단은 중국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김채영 4단의 대국은 조정이 되지 않고 후보인 루민취안 4단이 출전해야 한다.
그 결과 16라운드 2경기 충남 SG골프 최정 9단 대 서귀포 칠십리 이민진 8단의 대국은 5월 8일(화) 오후 2시로, 16라운드 4경기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 5단 대 서울 부광약품의 루민취안 4단의 대국은 5월 19일(토) 오후 2시로 대국 일정이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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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생 시절 두 기사는 같이 공부했고, 또 발군으로 성적이 좋았다. 이들의 기세에 주눅이 들은 탓인지 현재 우리나라 여자 프로기사 중에 1995년생은 없다. (특별 입단한 마리야 초단 제외). 그리고 1994년생도 박태희 2단 단 1명뿐이다. 어린 동생들이 워낙 빨리 입단한 탓에 또래 언니들이 바둑 공부를 포기한 탓이 아닌가 싶다.
대략 최근 10년 사이의 입단 연표를 보면 최정과 김채영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알 수 있다. (현재 랭킹 2위 오유진의 입단도 굉장히 빨랐고, 그 외에 김경은, 허서현도 빠른 편인데 이때는 1년에 입단자가 4명으로 확대됐을 때이다)
이처럼 김채영 4단도 굉장히 뛰어난 기사인데, 살짝 어린 최정 9단이 조금씩 앞서 나간데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바둑리그에서만큼은 최정 9단 이상의 성적을 냈다. 그것이 바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졌던 25연승이라는 대기록이다.
그런데, 두 기사간의 상대전적은 잘 알려졌다시피 최정 9단의 일방적인 우세로 이전까지 8:0의 전적이었다. 아무리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런 스코어는 잘 나오지 않는다. 즉 이것은 실력 이외에 다른 심리적인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무언가’가 무엇일까?
5월 5일 15라운드 3경기 속기판 2국에서 두 기사의 대국이 벌어졌을 때 충남 SG골프 검토실에서 이 바둑을 검토한 남자 프로기사들은 대략 아래와 같은 결론을 냈다.
“최정이 승부 호흡으로 이긴다”
<15라운드 하이라이트>
15라운드 3경기 속기판 2국
○ 김채영 4단 (서울 부광약품 주장)
● 최 정 9단 (충남 SG골프 주장)
장면도 (흑 유리)
초반에는 분명 흑의 행마가 꼬였었으나, 백이 주춤대는 사이에 흑이 실리로 앞서 버렸다. 백은 중앙에 두터움 비슷한 게 있지만 큰 세력이라고 볼 수도 없다. 반면 하변은 오히려 흑 세력권, 따라서 현재의 형세는 흑이 우세하다.
김채영 4단은 백1로 붙여서 하변 백 두점을 움직이는 것부터 전단을 구했다. 축머리 역할도 하고 있으므로 흑2는 당연, 다음 백3으로 젖혀온 장면이다.
1도 (실전진행 1)
최정 9단의 선택은 흑2의 젖힘. 충남 SG골프 검토실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 형세가 좋은데 거기를 왜 젖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9까지 진행되자 흑이 하변에서 백 석점을 잡으며 실리는 취했지만 중앙 백의 세력이 위 아래가 만나면서 엄청나게 강해졌다. 갑자기 백 우세로 형세가 바뀐 것이다.
2도 (흑이 유리한 진행)
백1에는 흑2로 늘어서 받는 것이 정수. 백3으로 이으면 흑4로 머리를 내밀어서 좌변 흑 두 점의 안위를 살펴야 했다. 이미 많은 집을 확보하고 있는 흑이 굳이 실리를 더 욕심 부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3도 (실전진행 2)
중앙 백 세력이 강력해진 탓에 흑이 좌변 두 점을 수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최정 9단의 선택은 흑3. 백의 동래를 살핀 수이다. 이 장면에서 가만히 형세를 살피던 김채영 4단이 선택한 수는 백4부터 8까지. 우변 흑진영을 건드려서 실리의 균형도 맞추고 또 흑이 어떻게 응수하는지를 살핀 뒤에 그에 따라 더 두터워지면 좌변 흑돌을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흑이 9부터 15까지 곧바로 좌변 수습에 들어가자 백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백8이 곧 패착이 되고 말았다.
4도 (흑 대마의 삶이 불투명)
백은 3도 8로 본도 1에 차단하고 공격해야 했다. 만약 이때 실전처럼 2에 붙여서 수습하려고 하면 백7의 들여다봄으로 인하여 삶이 불투명하다. 검토실의 기사들은 이 진행이라면 흑 대마가 잡힐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5도 (최정 9단의 의견)
종국 후 복기할 때 최정 9단은 백1이었다면 굉장히 곤란하기는 한데 흑2 정도로 두어서 타개하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 진행 역시 백3으로 집 모양의 급소를 빼앗으면 수습이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즉 백이 곧바로 좌변을 포위했으면 흑의 수습이 매우 어려웠다는 결론이었다.
<215수 끝, 흑 불계승>
앞에서 언급한 승부호흡으로 이긴다는 뜻은, 워낙 최정 9단의 완력이 좋기 때문에 김채영 4단이 섣불리 공격하거나 전투를 벌이지 못하고 타협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최정 9단이 알고, 이를 역으로 이용한다는 뜻이다. 원래 김채영 4단은 균형 잡힌 바둑을 두다가 상대가 무리하면 과감한 공격으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인데, 최정 9단에게는 자신의 바둑을 두지 못하기 때문에 연패를 당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둑의 유명한 격언 ‘반전무인(盤前無人)’이 다시 생각나는 대목이다.
단신 1
5월 7일 오후 2시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진행된 15라운드 1경기 장고판1국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주장 오유진 5단이 서울 바둑의품격 3주전 이영주 2단에게 196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이 바둑은 오유진 5단이 이겼지만, 지난 5월 3일 치러진 속기판 2,3국에서 서울 바둑의품격이 모두 이겼었기 때문에 팀 승부 결과는 2:1로 서울 바둑의품격의 승리이다.
단신 2
16라운드 대진표가 나왔다. 그런데 5월 10일~12일 중국에서 천태산.삼연양범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몇 판의 대국일정이 또 조정됐다. 한국대표는 최정 9단, 오유진 5단, 김채영 4단인데, 최정 9단 소속인 충남 SG골프의 후보인 루이나이웨이 9단은 중국대표로 출전하고, 오유진 5단의 소속인 부안 곰소소금의 후보인 후지사와 리나 3단은 일본 대표로 출전하는 관계로 3명의 선수를 채울 수 없어서 대국 일정이 조정됐다. 반면 김채영 4단의 소속인 서울 부광약품의 루민취안 4단은 중국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김채영 4단의 대국은 조정이 되지 않고 후보인 루민취안 4단이 출전해야 한다.
그 결과 16라운드 2경기 충남 SG골프 최정 9단 대 서귀포 칠십리 이민진 8단의 대국은 5월 8일(화) 오후 2시로, 16라운드 4경기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 5단 대 서울 부광약품의 루민취안 4단의 대국은 5월 19일(토) 오후 2시로 대국 일정이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