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최규병 감독의 '신의 오더' SK엔크린 살렸다

등록일 2018.08.25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2경기
SK엔크린, 화성시코리요에 4-1 승


나란히 2승6패를 기록하고 있는 두 팀. 순위도 맨 밑바닥으로 쳐졌다. 전반기 농사를 그르쳤던 SK엔크린과 화성성시코리요에는 공히 대반전이 필요한 후반기다.

공교롭게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지점에서 마주쳤다. 한 팀은 포스트시즌의 희망을 이어가게 되지만 한 팀은 더 깊은 수렁으로 잠기며 올 시즌을 포기해야 하는 운명의 기로. 이름하여 '단두대 매치'이다.

▲ 바닥권 탈출이 절실한 두 팀의 대결에서 SK엔크린이 전반기 3-2 패배를 4-1 대승으로 설욕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매치에서 SK엔크린이 승리했다. SK엔크린은 24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9라운드 2경기에서 팀의 1~4지명이 4승을 합작하며 주장 박정환만이 승리한 화성시코리요를 4-1로 꺾었다.

▲ 화성시코리요는 중요한 순간에 운도 따르지 않았다. 무공산배 신예대항전 참가로 빠진 팀의 핵심 송지훈 4단을 대신해 퓨처스 위태웅 3단(랭킹 73위)을 내세웠으나 이영구 9단(오른쪽)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전에 공표된 오더에서 SK엔크린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신의 오더'라 해도 좋을 만큼 완벽했다.

아직 랭킹이 없는 퓨처스 선수 박상진을 톱랭커 박정환에게 붙이는 대신 나머지 네판에서 큰 우위를 확보했다. 세 판에서 지명과 랭킹 모두에서 앞섰고, 나머지 한 판은 상대전적의 우위가 돋보였다. 마치 보고 짠 듯한 이 오더가 그대로 적중하며 4-1 대승을 만들어냈다.

▲ 현재의 오더제는 5지명(또는 퓨처스)을 상대 1지명에게 붙이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팬들에게는 '김빠진' 승부가 된다. 올 시즌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최재영 4단의 대마를 잡고 5연승을 달린 이동훈 9단(왼쪽)


승부의 내용도 일방적이었다. 이영구 9단이 181수 만에 불계승, 이동훈 9단은 162수 만에 대마를 잡고 끝냈다. 일찌감치 0-2로 밀리며 패색이 짙어진 화성시코리요는 후반 들어 전의를 상실한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전반기의 리턴매치에서 류수항 6단이 홍성지 9단에게 불과 123수 만에 불계패, 팀의 보루였던 원성진 9단마저 박민규 6단에게 대마가 잡히는 비극을 겪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밤 9시 55분 종국은 역대급 빠른 종료 기록.

▲ 딱히 손꼽을 만한 매치가 없었던 탓인지 바둑TV는 박정환 9단과 SK엔크린의 퓨처스 박상진 3단의 장고대국을 매인판으로 중계했다. 박상진 3단은 신진서 9단보다 한 살 어린 2001년생으로 이 번이 KB리그 첫 무대. 비록 끝에 가서 지긴 했지만 중반까지 박정환 9단과 팽팽한 승부를 벌여 최규병 감독의 눈도장을 듬뿍 받았다.


3승6패가 된 SK엔크린은 6위로 한 계단 올라섰지만 4위까지 차지하는 포스트시즌행 티켓과는 여전히 아득하다. 예년의 경우를 볼 때 5할 승률이 마지노선. 그러기 위해선 남은 다섯 경기에서 최소한 4승1패를 해야 하는데 쉬운 목표가 아니다. 최규병 감독 역시 "우리 팀은 하루살이 인생"이라며 대승의 기쁨을 애둘러 접어두는 모습.

8개팀 간의 더블리그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네 팀을 가려내는 정규시즌은 25일 BGF와 Kixx가 9라운드 3경기에서 대결한다. 이기는 팀이 2위가 되는 중요한 일전이다. 다섯 판 모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김지석-조한승, 강승민-김승재는 전반기의 리턴매치. 전반기엔 김지석과 김승재가 각각 승리했다.





▲ 랭킹 100위 밖의 새까만 후배를 상대하는 곤혹스러움이 느껴졌던 박정환 9단(오른쪽). 끝내기에서 한 수 위의 기량으로 격차를 벌린 끝에 항복을 받아냈다. 8승1패로 이영구 9단과 다승 공동 선두.


▲ 랭킹과 지명에선 열세이지만 상대전적 만큼은 앞서 있었던 박민규 6단(왼쪽)이 원성진 9단을 상대로 3전 3승을 이어갔다.


▲ 마지막 원성진 9단의 대마가 잡힌 것이 아쉬웠던지 승부가 끝나자 마자 대국자에게 다가가 사는 수를 지적하는 박정환(왼쪽).


▲ 6라운드(포스코켐텍)에 이어 두 번째 4-1 승리를 거둔 SK엔크린. 개인 승수가 23승으로 4승~6승의 상위팀들에게 별반 뒤지지 않는다.


▲ 최근 4경기를 연속 패하며 2승7패가 된 화성시코리요는 포스트시즌의 꿈을 접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설령 남은 다섯 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개인 승수가 부족해 기대 난망이다. 어두운 표정의 박지훈 감독(왼쪽) 옆은 내일 Kixx와의 결전을 앞두고 검토실에 들른 BGF 김영삼 감독.


▲ 초반 4연패의 리그 시계를 5연승으로 180도 돌려놓은 이동훈 9단.


▲ 8승1패로 다승왕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이영구 9단.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면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는 결혼식을 마치자 마자 달려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지난 달 국수산맥배 우승으로 상금 10억원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 페어대회 우승으로 또 상금을 추가한 박정환 9단. 한 해 최다 상금 기록은 이세돌 9단이 2014년 세운 14억 1천만원으로 당시 구리와의 10번기에서 획득한 8억5천만원의 상금이 포함돼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