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지지옥션배 우승 결정한 김민서
이사람2/지지옥션배 어린이 대항전 우승 결정한 김민서
대구소녀 김민서,
“역전 우승한 여자 영재 팀처럼,
대구도 코로나19 잘 이겨내길!”
“한화생명배 우승자가 있는데 상대가 되겠어?”
“그렇겠죠? 아무래도 비슷한 또래에선 남자가 더 세니까.”
‘미스 매치’라는 얘기까지 들었던 기획이었다. 올해 지지옥션배는 신사 팀이 크게 힘을 내면서 아마추어와 프로기사 모두 숙녀 팀에 완승을 거뒀다. ‘반상의 월화드라마’가 너무 일찍 종영하는 바람에 이벤트 매치로 만든 ‘여자 영재vs남자 영재 3:3 대항전’ 또한 남자 영재 팀의 압승이 점쳐졌다. 김민서(13·성서초 6)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뚜껑을 열자 예상대로 남자 영재의 막내 주현우(10) 어린이가 2연승을 질주하며 싹쓸이 3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그때 등판한 여자 영재 팀의 주장 김민서는 ‘클래스’가 달랐다.
연구생 6조로 여자 서열 2위인 김민서는 문경새재배 초등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전력이 있는 강자. 초등최강부에서 남자를 제치고 여자가 우승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동갑내기 라이벌 김은지 初단에 비견되는 김민서는 이미 또래의 남자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김민서는 2연승을 달리던 주현우를 일축한 데 이어, 기민찬(11)·조상연(12)을 연파하며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역전 드라마였다. 작년 한화생명배 우승자 조상연과의 최종국에서 완승을 거둔 김민서를 현장에서 만났다.
▲ 지도사범 박병규 九단(왼쪽)은 최정·오유진에 이어 김은지·김민서가 한국 여자바둑을 이끌 거라고 전망했다.
- 여자 팀이 두 판을 내리 패할 때까지만 해도 역전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우승을 결정지은 소감이 어떤가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3연승까지 할 거라곤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너무 기뻐요.
- 여자 팀 주장으로 출전했어요. 승산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나요?
처음 멤버가 발표됐을 때 남자 팀 선수들이 다들 너무 강하더라고요. 첫 판 둘 때는 여자 팀이 한 판도 못 이기고 0대3으로 지는 것만 막자는 마음뿐이었어요.
- 지지옥션배 대국을 하는 내내 박병규 九단이 현장에 동행했어요.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부담 갖지 말고 마음 편히 두라고 말씀 해주셨어요. 함께 와주셔서 든든했고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박병규 九단은 “또래 남자 아이들을 이기고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여자 어린이는 김은지 이후 처음”이라며 김민서의 기재를 높이 평가했다.
▲ 지지옥션배 이벤트 매치, 여자 영재 vs 남자 영재 최종국에서 김민서(왼쪽)가 조상연을 꺾고 팀승리를 결정지었다.
- 기민찬과의 대국에선 우세해진 이후 정확한 형세판단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마무리가, 조상연과의 대국에선 상대를 끝까지 몰아치는 전투력이 인상적이었어요. 스스로 어떤 기풍이라고 생각하나요?
두 판 모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웃음). 기민찬과 대국 할 때는 계가가 잘 됐고, 조상연과의 대국에선 수가 잘 보였어요.
박병규 九단: 민서는 누구와 둬도 자신 있게 본인의 바둑을 두는 게 장점이에요. 다소 경솔한 실수가 나오던 게 약점이었는데 집중 보완하고 있습니다.
- 롤 모델로 삼는 프로기사가 있나요?
최정 九단이요. 남자기사들에게 승리하는 모습이 멋져요.
- 작년 여자입단대회(연구생) 최종 4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어요. 올해 강력한 입단 후보인데, 입단 후 목표가 있다면?
타이틀을 따내는 기사가 되고 싶어요.
- 끝으로 한마디.
제 고향이 대구인데 요즘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것 같아요. 여자 팀이 0-2로 밀렸을 때 사실 우승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잖아요. 제가 꼭 이겨서 대구·경북 지역에 힘을 드리고 싶었는데 3연승 달성에 성공해서 기뻐요. 모든 분들이 코로나19를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