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명완 九단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아름바둑' 개발한 김명완 9단
올 4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아름바둑교실’이 한국기원과 자폐인사랑협회의 협력 아래 열렸다. ‘아름바둑’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바둑 교육 프로그램으로 김명완 九단이 창안했다.
김명완 九단은 약 10년간 미국 LA 등에서 바둑 보급 활동을 하다 2017년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발달장애인 바둑 교육법 개발에 뛰어들었다. 11월 3일에는 그가 만든 아름바둑 보급을 위한 ‘2020 발달장애인 교육 프로그램 아름바둑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김명완 九단은 왜 ‘아름바둑’을 개발했고 발달장애인 바둑 보급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까. 발달장애인 바둑교육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위해 한국기원을 찾은 김 九단을 만났다.
- 발달장애인 바둑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한국으로 와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시작하게 됐다.
-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가르치는 제자의 친구와 그 아들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가 이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는 엄두를 못 내다 한국에 와서 시작해봤는데, 솔직히 사명감 같은 건 없었다. 2018년에 내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말이다. 아이에게 자폐의 특징 중 몇 가지 증상이 보였고 그 뒤로 나의 사고가 완전히 달라졌다.
- 어떻게 달려졌나.
내가 과민했던 것인지 아이는 2살이 지나면서 증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자폐증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 별 의욕 없이 건성건성 프로그램을 만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힘들다. 하지만 지적장애나 자폐는 주위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 ‘아름바둑’은 무엇인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바둑이다. 일반 바둑과는 다르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바나나 5개와 사과 3개 중 뭐가 큰지 잘 이해하지 못 한다. 대신 시각, 청각, 촉각이 발달해 있다. 수학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를테면 흑이 3집짜리 수를 두고 백이 5집짜리 수를 뒀다면 백에 동그라미를 친다. 동그라미가 많은 쪽이 이기는 거다. 사전 배석도 많이 필요하고 룰도 다르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이기고 지는 게 의미가 없다. 게임을 즐기며 사고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 바둑이 발달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바둑은 그들에게 신의 선물과 같다. 바둑 교육을 통해 다양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발달장애 아이들의 컴퓨터게임 중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바둑은 이를 대체하며 행동수정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선 교육자의 이해와 훈련이 필수적이다.
- 교육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수업 중 자폐증 아이 한 명이 피가 흐를 정도로 피부를 뜯은 적이 있다. 겨우 수습했지만 내 수업이다 보니 죄책감이 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이 부모님에게 말했는데, 아이 부모님이 웃으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하더라. 내 아이는 조그만 상처에도 그리 호들갑 떨었는데…(울컥했는지 김 九단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 발달장애인 바둑교육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들었다. 교육자로서 꼭 유의해야 할 점이 있는지.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다. 자원봉사자들도 많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제약적이다. 하지만 이 교육을 받은 지도사들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이들을 치료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보통 치료사들은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1000시간 이상 실습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바둑 지도사들은 의미를 찾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 목표가 있다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 입장을 대변하고 싶다. 나도 그랬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자폐증 아이가 나오면 할머니가 의절하는 일이 허다할 만큼 부모는 고되고 힘들다. 부모는 잘못한 게 없는 데도 말이다. 바둑을 통해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내가 ‘아름바둑’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이유다. 아울러 잡지를 보는 독자 여러분들도 단 한 번이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다.
<인터뷰/김정민 기자>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아름바둑’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