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네이버 '바둑사랑' 카페 길해정 매니저
바둑 팬이라면 한 번쯤은 네이버 ‘바둑 사랑’ 카페에 들러봤을 것이다.
회원 수 3만5000명이 넘는 최대 규모의 바둑 카페다. 즐겨 찾는 인원만 4000명이 넘는다.
이 카페를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 길해정 씨는 ‘두시오’라는 실제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두시오’는 바둑을 두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바둑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길해정 매니저를 소개한다.
- 처음 뵙는데도 굉장히 낯이 익은 느낌입니다. 저도 ‘바둑사랑’ 카페 회원입니다.
“기자님도 카페 회원이라니 더욱 반갑네요. 활동은 많이 하시나요?”
- 살짝 ‘눈팅’만 하는 정도입니다. ‘바둑사랑’ 카페는 과거 네이버 우수카페로 여러 차례 선정된 대표 바둑 커뮤니티인데요. 매니저로 부임하게 된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제가 원래 마니악한 기운이 있어요. 홍대에 ‘리버풀’이라는 펍이 있는데, 축구팀 리버풀의 성지라 불리는 곳입니다. 소위 저 같은 리버풀 광(狂)들이 모이는 곳이죠. 유니폼부터 포스터까지 리버풀에 관한 모든 게 있는 곳인데, 바둑사랑 카페를 그런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매니저 선거에 나갔고 당선이 된 거죠.”
- 다른 하나는요?
“바둑사랑 카페가 온라인의 성지라면 제가 운영하는 ‘두시오’ 카페는 오프라인 성지로 만들고 싶었어요. 온라인에서 놀던 사람들의 만남의 장 같은 곳으로요. ‘바둑 마니아라면 두시오는 꼭 가봐야지’ 같은 공식?”
- ‘두시오’ 카페는 어떤 곳인가요?
“바둑도 두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기원과 카페를 결합한 거죠. 전국의 바둑인들을 불러들이겠다는 포부로 문을 열었는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가 찾아오는 바람에… 현재는 운영 중단 상태입니다. 올해는 장사가 어려울 듯싶어 일단 장소를 옮겨 두시오 바둑콘텐츠연구소로 전환했어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바둑 콘텐츠를 개발 중이죠.”
- 두시오 카페를 몰랐던 바둑 마니아들을 위해서라도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길 바라야겠습니다. ‘바둑사랑’ 카페 상황은 어떤가요?
“온라인도 카페 운영도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이제 매니저가 된지 2년 정도 됐는데, 초기에는 회원들 간 다툼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다툼이 좀 잦아들라 하니까 온라인바둑사이트 인공지능 사용이 이슈화되면서 ‘비매너다’ ‘아니다’가 크게 갈리더라고요. 바둑인공지능 카페와도 트러블이 생기며 회원수가 순식간에 1000명 이상 빠졌어요. 그런 폭풍같은 시기를 거치며 최근에는 평화가 찾아왔답니다.^^ 코로나로 집에서 쉬는 초등학생 친구들이 가끔 사고(?)를 치긴 하지만 이것도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바둑만의 매력이겠죠.”
- 기력이 궁금합니다.
“타이젬에서 7단 정도 둡니다. 작년까지 5단에서 머물렀는데 올해 코로나로 조금 한가해지다보니 바둑에 집중할 수 있어 조금 늘었나봅니다. 하하. 요즘은 꿈에 그리던 8단에 도전해보고 있습니다.
- 젊은 나이에 바둑카페라는 사업에 뛰어든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원래는 뮤지컬 계통에서 일했습니다. 바둑은 어릴 때 외삼촌에게 배웠고 평소 온라인으로 즐기고 있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문뜩 바둑TV에서 ‘놀이바둑’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바둑교사 1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아, 내가 배운 바둑을 드디어 써 볼 데가 생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거기서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게 됐고 대화해보니 뜻이 맞아 의기투합해 바둑 카페를 창업하기에 이른 거죠.”
- 바둑사랑이 대단해 보입니다.
“어릴 적 프로기사를 지망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회에서 또래 아이를 이겼는데 상대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승부에 흥미가 급격히 떨어졌어요. 그 뒤로 즐기는 바둑을 추구하게 됐죠. 이기기보단 재밌게, 다 잡은 대마도 살려주고요. 물론 그러면서 8단에 도달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웃음).”
- 향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저의 최종 목표는 바둑 멀티플랙스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제주도의 오설록처럼, 바둑을 집약한 상징적인 공간이자 바둑인들의 성지를 제 손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두시오가 나아갈 목표죠. ‘바둑사랑배’ 바둑대회도 정말 열어보고 싶어요. 가능한 외부의 도움 없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요. 나아가선 바둑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 커뮤니티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바둑사랑 카페 회원님들에게 한마디) 화목하고 즐겁게, 다투더라도 건강하게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모두 다 바둑을 사랑하는 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