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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동의 중국통신 

등록일 2021.01.221,501

머틀고(왼쪽)와 골락시의 결승 대국 장면.
머틀고(왼쪽)와 골락시의 결승 대국 장면.

2020세계인공지능바둑대회 결선라운드가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중국 푸저우(福州) 빈하이신청디지털중국전람센터(濱海新城數字中國會展中心)에서 열렸다.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벌어진 예선을 통해 머틀고(MyrtleGo·采薇), 이지스고(izisGo·隱智), 톈고(TianGo·天狗), 이러고(Yilego), 차오란고(ChaoRanGo), 릴라제로(leela zero), 골락시(Golaxy·星陣), 돌바람 등이 결선에 올랐다.

11월 30일 3번기로 열린 8강전은 머틀고 vs 이지스고, 차오란고 vs 릴라제로, 골락시 vs 돌바람, 톈커우 vs 이러고가 대국을 펼쳐 머틀고와 톈거우, 릴라제로, 골락시가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12월 1일 5번기로 벌어진 준결승에서는 디펜딩챔피언 골락시가 릴라제로에 3-0으로 완승을 거뒀고, 머틀고도 톈고를 3-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합류했다. 준결승 6국 내용을 보면 골락시와 머틀고가 모두 뛰어난 계산력과 대국 흐름 장악력을 보여줬다.
인간이라면 하루에 결승전 3판을 둘 수 있을까?

2일 연이어 벌어진 결승7번기 1∼3국에서 골락시가 머틀고를 3-0으로 압도하면서 우승을 앞뒀다. AI바둑의 뉴페이스인 머틀고는 예선에서 유일하게 골락시에만 패점을 얻고 나머지 대국에서는 전승을 거두면서 6승 1패, 예선 1위로 8강에 올랐다.

결선라운드에서도 머틀고는 다시 한 번 실력발휘를 하며 8강에서 이지스고를 2-0, 준결승에서 톈고를 3-0으로 꺾고 골락시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머틀고는 새롭게 만든 AI바둑프로그램으로 어떤 오픈 소스코드도 사용하지 않은 바둑모듈이다. 머틀고 참가자는 대회 기간 동안 혼자서 매번 왔다갔다 분주했으며, 말수도 적어 베일에 싸인 신비한 고수의 모습을 보였다.

결승1국은 골락시가 머틀고의 대마를 잡으면서 채 40분도 안 걸려 끝이 났다. 예선, 본선 통틀어 가장 빨리 끝난 단명국이 됐다. 이어 2∼3국에서 쌍방은 아주 미세한 접전을 벌였지만 골락시가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며 우세를 확보해 최종 승리를 거뒀다.

동시에 진행된 3∼4위전에서는 톈고가 릴라제로를 꺾고 3위를 차지했다. 비록 3∼4위전이었지만 두 대국자가 보여준 기교와 공수의 수준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지막 미세한 끝내기 단계에서 흑을 쥔 릴라제로가 덤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손해를 감수하면서 승부를 뒤집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최후에 웃지 못했다. 릴라제로는 비록 4위에 그쳤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자체 개발한 모듈로 최종 4위를 차지했다는데 의미가 깊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대다수 팀들은 카타고 모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톈고 역시 AI대회에 처음 참가해 3위의 성적을 거두면서 주목을 받았다.

12월 3일 속개된 결승4국에서 ‘양보없는 폭력바둑’을 구사하기로 소문난 골락시는 다시 한 번 상대 돌 34개의 거대한 대마를 잡고 4-0 완승을 거두며 논쟁의 여지없이 우승상금 12만 위안(약 2000만원)을 차지했다.

이날 대국에서 백을 쥔 골락시는 초반 좌상귀를 버리고 전체 국면을 고려한 행마를 펼쳤다. 이는 인간의 시각으로는 결코 이득을 봤다고 할 수 없는 행마다. 흑이 우변과 하변 백 진영으로 뛰어들면서 곤마가 되면서 승부는 급격하게 골락시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218수 만에 골락시가 항서를 받아냈다.

골락시는 최근 여섯 차례의 세계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AI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머틀고는 예선과 결선에서 다섯 차례 골락시에 패했지만 다른 참가선수에게는 11전 전승을 거두면서 당당하게 준우승을 차지해 상금 7만 위안을 획득했다.

챔피언 골락시는 뛰어난 국면 주도와 독특한 대마사냥의 기풍을 선보이면서 마치 중국의 스웨 九단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골락시와 돌바람의 8강전 모습. 돌바람의 대리 대국자는 중국에서 제자 양성에 힘쓰고 있는 최문용 六단(오른쪽).


린쥔옌, 대만 명인챔피언전 우승
12월 3일 대만 하이펑(海峰)기원에서 벌어진 대만 명인챔피언전 결승6국에서 린쥔옌(林君諺·22) 八단이 쉬하오홍(許皓·19) 六단에게 6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233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4-2로 대회 초대 챔프에 올랐다.

우승을 차지한 린쥔옌은 대만 바둑 사상 최고 우승상금 180만 대만달러(TWD·약 7000만원)를 거머쥐면서 九단으로 승단했다.
린쥔옌은 3주전 열린 우사배 십단전 시상식에서 “곧 쉬하오홍과 명인챔피언전에서 대국을 하게 되는데 아주 기대된다”고 밝히면서 “무관인 자신은 연말 명인챔피언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인 쉬하오홍이 최근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린쥔옌도 이번 7번기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

최근 1년 사이 린쥔옌에게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2019년 12월 기왕전에서 왕위안쥔 九단에게 3-1 우세한 상황에서 역전을 당해 3-4로 기왕전 타이틀을 잃었다. 지난해 3월 하이펑배에서는 라이쥔푸(賴均輔·17) 四단에게 0-2로 패해 우승을 놓쳤으며, 또 5월 중순 십단전에서는 쉬하오홍 六단에게 도전해 1-3으로 패했다. 5월 말 끝난 천원전에서도 왕위안쥔 九단에게 0-4로 패하면서 천원 타이틀을 빼앗겼다.

결승 일정이 진행되는 도중인 결승4국 때 생일을 맞은 린쥔옌은 승리를 거두면서 3-1로 앞서나갔다. 린쥔옌은 앞선 상황에서도 과거의 아픔 때문에 매 대국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며, 5국에서 추격을 허용했지만 6국을 승리로 이끌면서 초대 우승자가 됐다.

준우승을 차지한 쉬하오홍은 60만 대만달러를 상금으로 받았으며, 우승·준우승자에게는 차기 대회 본선시드가 주어졌다.

우승을 차지한 린쥔옌은 인터뷰에서 “우승을 차지해 아주 기쁘다. 만약 금년에 우승을 못 했다면 낙제점처럼 느꼈을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나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대국 전 예측한 점수가 4-2였는데 솔직히 말해 몇 대 몇이 되든 기회는 있다고 봤다. 대국 전 쉬하오홍의 컨디션이 좋았고, 당시 나는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컨디션이 나쁘다고 해도 나는 두 판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뜻밖에 운이 아주 좋아서 내가 이기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상금의 용도를 묻는 질문에 그는 “상금은 저축해 뒀다 나중에 집 살 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국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실수를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점수를 주면 약 80점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실질적인 후원자는 타이완시핀커지 린원보(林文伯) 회장이다.

그는 1974년 제1회 명인전과 제3회 챔피언십 우승상금으로 창업해 사업에 성공한 전문기사 출신이다. 사업 성공 후 린원보는 하이펑기원을 세워 바둑보급에 힘썼으며, 이번 대회를 개최하면서 바둑인재 발굴과 기사들의 실력향상을 통해 세계대회 우승자를 만들어 배출하겠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결승6국에서 최종 승리를 확인한 린쥔옌 八단이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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