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스타 / 이창석 편
꼭 우승이 아니어도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늘 없는 매끄러운 얼굴의 20대 청년은 당당하면서도 반듯한 자세다.
중저음의 굵직한 목소리에는 내내 자신감이 넘친다.
2020크라운해태배에서 설현준을 2-0으로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창석 七단이다.
가파른 상승기류에 올라탄 그의 기세를 보면 고공비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승으로 그에게 붙은 별명은 ‘바둑신’.
이창호 이세돌의 이름에다 기풍마저 합한 듯한 이창석을 보며 새로운 별이 밝게 빛날 것을 예견해본다.
- 먼저 첫 타이틀 획득을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 획득한 타이틀이라 기분이 정말 좋다. 기억해보면 입단했을 때 가장 기뻣는데, 그때보다 좋은 것 같다.
- 주변 반응은 어떤가?
어머니가 많이 좋아하셨고, 아버지는 티를 내진 않으셨지만 평소 안 쓰시던 카톡으로 축하한다고 보내셨다.
- 축하 파티는 따로 했나?
동료 기사들과 함께 한국기원 근처 대도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가졌다. 가격이 제법(?) 있는지라 특별한 날에만 오는 곳이다. 얼마전 신민준 九단도 방문했다 들었다.
- 응원해 준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시합이 많다보니 부모님께서 계속 챙겨주신다. 할머니께서는 시합이 있으면 항상 기도를 해주신다. 소소회에서는 윤성현 사범님이 밥도 사주시면서 잘 챙겨주신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내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혼자서 우승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바둑신’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데 알고 있는가?
4강전 상대 최재영 六단이 소문의 근원이다. 최 六단이 8강전 승자 인터뷰에서 나를 ‘바둑신’이라고 언급했는데 좋은 기삿감이었는지 많이 보도되더라. 최재영 선수와 친한 사이라 “왜 그랬냐”고 했더니 미안하다며 웃더라. 아직 정상권의 선수도 아닌데 과분한 별명으로 불러줘 감사하다.
- 4강 대진이 확정되자 ‘어차피 우승은 이창석’이란 말이 돌았다.
정말인가? 4강에서 만난 최재영 五단도 실력이 강한 선수라 5대 5 승부라 보고 있었고, 설현준 六단과의 결승전도 2국을 졌으면 어떻게 됐을 지 모를 것 같다. 첫 판을 이기고 나니 지난 대회가 떠오르더라. 쉽게 이겼는데 결과가 안 좋았었다. 이번 결승전에는 2국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둔 것이 좋은 결과를 불러온 듯싶다.
- 결승전을 위해 포석 연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연구를 했나?
내가 가장 잘 둘 수 있는 포석으로 유도하려고 연구했다. 상대 대국자의 기보를 인공지능으로 돌리고 추천수 중 내 스타일의 수를 찾아봤다. 승률이 조금 낮더라도 내가 두기 편한 포석이 좋다고 생각했다. 크라운해태배가 피셔 방식이라 초반에 빨리 두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초반 구상에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상대가 시간을 많이 쓰면서 후반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게 유효했던 것 같다.
- 10월 이후로 승률이 83%에 육박한다. 상승세를 타게 된 비결이 있나?
이전에는 다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PC가 내게 없었다. 바둑리그 개막 전 아버지가 걱정되셨는지 인공지능 PC를 사주시더라. 인공지능을 이용해 궁금한 것을 바로 해소하는게 실력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그럼 지금 상승세와 우승의 비결은 부모님의 사랑인가?
그런 것 같다. 하하.
- 이름이 이세돌과 이창호를 합친 것 같다. 기풍도 비슷한가?
전설적인 대기사분들과 비교해주셔서 감사하다. 어릴 적 이창호 사범님과 이세돌 사범님의 기보를 보며 공부해서 그런 것 같다. 기풍이 실리를 좋아하는 전투형인데, 정말 두 분의 강점을 다 가진 기사가 되고싶다.
- 프로기사로 포부가 있는지?
롱런 하는 기사가 되고싶다. 바둑을 두는 게 재밌어서 오래 승부를 즐기고 싶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이왕 ‘바둑신’이라는 별명이 생겼으니 진짜 바둑신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겠다.
<인터뷰/정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