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변상일
한국엔 잘 알려지지 않은 ‘TWT배’란 인터넷 바둑대회가 있다. 바둑사이트 한큐바둑에서 열리고 중국 대기업 텐센트가 후원한다. 우승상금은 무려 약 1억2000만원이다.
중국 초일류 기사들이 대거 출전한 가운데 엄청난 액수의 우승상금은 텐센트의 바람과 달리 한국의 변상일 九단이 거머쥐었다.
이런 큰 대회가 공식 보도되지 않은 이유는 중국 인터넷 대회인 데다 아이디로 치러진 익명 방식 때문. 변상일 九단의 동의를 얻어 우승 소감을 들었다.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우승이 확정됐을 당시는 무척 기뻤다. 지금은 며칠 지나서 조금 식었다.(웃음)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이 가는 대회라 기분 좋은 건 맞다.
TWT배는 어떤 대회인가.
-한큐바둑에서 진행하는 대회다. 총 4달간 한큐바둑에서 둔 성적으로 시드를 준다. 8강, 12강, 24강 32강 시드가 있는데 나는 바둑을 많이 둬서 8강 시드를 받았다.
8강부터 두었지만 상대들은 하나같이 막강했던 걸로 들었다.
-8강에서 랴오위안허, 4강 셰커, 결승에선 양딩신과 두었다. 랴오위안허와 대국에선 AI그래프가 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 명 한 명이 강자라 정말 힘들게 이겼다.
중국랭킹 2위 양딩신과의 결승3번기 내용이 궁금하다.
-1국에서는 힘없이 무너졌고 2국에서는 기분 좋게 이겼다. 최종국인 3국은 엎치락뒤치락 정신없었다. 초반은 무난하게 짜서 중반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판단미스였다. 강하게 둘 타이밍에서 쉽게 두는 바람에 다시 뒤집혔고 상대가 마지막에 실수해줘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인터넷 대국에 특히 강하다는 소문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웃음) 인터넷 대국을 많이 두긴 하지만 직접 두는 것과 느낌은 비슷하다. 전보다 성적이 괜찮은 걸 보니 적어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TWT배에서 최상위 시드를 받은 걸 보면 인터넷 대국을 정말 많이 두나 보다.
-원래 바둑 두는 걸 좋아한다. 특히 속기로 두는 걸 즐긴다. 최근엔 좀 줄었는데 일주일에 15~20판 정도 두는 것 같다. 한큐바둑과 타이젬을 애용한다.
때마침 국내랭킹 3위에 올랐다. 온라인 대국이 길어지면서 변상일 九단의 비상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력적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신진서(1위), 박정환(2위) 九단은 너무 강해서 두면 거의 이기지 못한다.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운 좋게 올라왔지만 밀려나지 않으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어지간한 세계대회만큼 큰 상금을 받았다. 어떻게 쓸 생각인가.
-생각해 둔 건 없다. 부모님이 관리해 주신다. 평소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서 특별히 사고 싶은 것은 없다.
2021년 목표가 있는지.
-(춘란배 소식)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세계대회에서 잘하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삼성화재배에 애착이 간다. 아직 결승에 오른 적이 없는데 삼성화재배를 필두로 올해는 세계대회 우승할 수 있도록 분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