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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주)인포벨 심범섭 대표  

등록일 2021.04.272,185

▲(주)인포벨 심범섭 대표
▲(주)인포벨 심범섭 대표

선 후원 후 성공 신화
제2의 응씨배
한 번 만들어 볼까요?
 
“고향의 맛 다시다”로 유명한 국민엄마 김혜자 씨의 광고 모르는 분 없을 거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광고,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생각보다 바둑 동네 가까이 있었다.


TV를 많이 보는 독자라면 ‘인포벨’이라는 이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다이렉트 마케팅의 최강자 ㈜인포벨은 정보와 광고를 합친 ‘인포머셜(information과 commercial의 합성어)’로 광고업계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제일기획 국장 출신 심범섭 대표 작품이다.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바둑대회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은 심범섭 대표의 바둑 사랑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통의 도전기 방식을 부활시킨 이 대회는 최고의 기사들 간 9인 풀리그로 1등을 한 도전자가 전기 우승자(신진서)와 5번기를 치를 기회를 얻는다. 승부 본연의 맛을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랜 바둑역사를 아는 사람만이 이 ‘맛’을 안다.
대회 출범 이후 가수 남진이 광고한 쏘팔코사놀이 대흥행하자 이번엔 차기 주력상품 우슬봉조(牛膝鳳爪)를 본딴 우슬봉조배 한국기원선수권전을 신설했다. 이른 바 ‘선(先) 후원 후(後) 성공’ 신 공식이다.
지난해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광고주 순위에서 굴지의 대기업들을 제치고 10위에 오르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인포벨 심범섭 대표를 만났다.

- 전기에 이어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이 대회 후원사가 ‘인포벨’인 걸 모르는 바둑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하, 대회가 잘 풀린 덕분에 회사에도 좋은 기운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 TV채널을 자주 돌려보시는 분들은 ‘인포벨’이라는 이름이 친숙하실 겁니다. 얼마 전 2021년 1~2월 광고주 TOP순위(광고비 기준) 6위에 오를 만큼 광고를 많이 했으니까요.”

- ‘TOP6’이 어떤 기준으로 6위라는 건가요?
“각종 매체에 광고비를 많이 집행한 순입니다. 상위에는 대개 유수의 대기업들이 포진하기 마련인데 저희 회사로선 제법 영광스러운 기록이지요. 작년 TOP10으로 선정됐을 때 1위가 삼성, 아래로는 12위, 13위에 애플, 코카콜라가 있었으니까요.”
- 작년이면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경제침체가 창궐한 해인데, 역으로 쾌거를 이룬 점이 놀랍습니다. 그러고 보니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도 지난해 후원을 결정하셨죠?
“당시는 한국바둑이 중국에 밀리고 있던 때였지요. 제가 즐겨보는 바둑이 계속 중국에 지니까 속상하지 않겠습니까? 때마침 한국기원에서 기전을 제안하길래 제가 정상급 기사 간 진검승부를 장기간 두면 좋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내봤지요.”

- 9명의 기사가 풀리그를 벌여 전기 우승자에게 도전하는 독특한 대회 방식이 대표님 아이디어였군요?
“물론 한국기원에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지만 제 지분(?)도 꽤 많습니다. 하하. 기존의 진행방식도 나쁘지 않지만 이왕 후원한다면 재밌고 바둑 팬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대회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요.”

- 결과적으로 대회도 흥행하고 ‘쏘팔코사놀’ 제품도 큰 성공을 얻으셨다고요.
“쏘팔코사놀은 잘 돼서 후원한 게 아니라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신념으로 대회를 연 것인데, 출시 1년 만에 70만 세트를 완판할 만큼 성장하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회도 최강자로 군림한 신진서 九단이 성주로 등극하며 앞으로 어떤 도전자가 그에게 맞설지 더욱 기대가 모아지고 있고요. 팬으로서 가장 좋은 결과를 맞이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이쯤 되니 바둑을 어떻게 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위 ‘바둑집안’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한 5급 정도 두셨는데 나이가 들어 심심하시니까 조카, 손주들까지 틈틈이 바둑을 가르치셨어요. 형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바빠지니 초등학생이던 저를 자주 앉혀 바둑을 두었어요. 당시는 제사를 지내거나 가족들이 모였다 하면 바둑을 뒀으니 집안에 바둑판만 4~5개 있었지요. 큰아버지가 아마3단으로 그 연배에선 가장 센 축에 속하셨고 작은 형님이 가장 고수였어요. 한일 대학생 교류전 대표로 출전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그때 작은 형님 기보가 신문에 나왔는데 (故)조남철 선생이 보시고 ‘젊은 친구가 신포석을 잘 쓴다’고 평가하셨지요.”

- 그렇다면 대표님 기력도 상당하실 걸로 추측되는데요.
“하하, 부끄럽지만 아마5단정도 둡니다. 프로기사에게 석점에 배우고 있지요. 1997년 제일기획 퇴사 이후로는 바둑 자체를 거의 못 두다 최근 대회를 열다 보니 관심이 가고 재밌어서 다시 바둑돌을 들던 참입니다. 이성재 사범에게 자주 배우는데 판마다 어찌나 혼을 내는지… 그렇게 많이 뒀는데 겨우 두 판 봐주더라고요.”

- 프로에게 석점 치수면 회사나 동호회에선 적수가 없었을 법한데요.
“우리 때는 동호회가 정말 막강했어요. 틈만 나면 숨어서 바둑 두는 게 일이었으니까. 사무실에서 바둑판으로 두면 워낙 소리가 크니까 나중에는 인터넷 바둑을 많이 뒀어요. 마우스 클릭 소리만 들어도 ‘저 인간 또 바둑 두는구나’ 다 알았지요. 제일기획에 다닐 때 제가 기력이 젤 세서 바둑 좀 둔다 싶으면 내 앞으로 데려와 앉히곤 했습니다. 바둑 좋아하는 카피라이터 민병석 씨도 월간『바둑』에 있다가 제일기획으로 이직해서 바둑 멤버로 합류했지요. 반대로 저는 바둑이 워낙 재밌다 보니 제일기획에 들어가기 전 월간『바둑』 입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고요.”

▲심범섭 대표는 제일기획 재직 중 사내 최강자로 군림한 바 있는 강자다. 이성재 九단과 석점 대국을 즐기는데, 커버 촬영 날에도 기어이 틈을 내 이 九단에게 지도대국을 받았다.
“이 사범, 오늘 같은 날은 좀 살살 합시다.”
“그럼 실력이 안 늘죠, 회장님.”

-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제법 많을 듯합니다.
“말해 뭐합니까. 만날 트렁크에 바둑판을 싣고 다니던 시절인데요. 심지어 영안실에서도 바둑을 뒀었어요. 초년시절 대기업에 입사할 때는 바둑 때문에 서류전형에 붙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몰랐지만 필기시험에 붙고 최종 합격 전 인사담당자가 조용히 부르더니 며칠 뒤 사내 바둑대회가 있는데 출전할 수 있겠냐고 묻더라고요. 알고 보니 인사담당자가 한 3급쯤 돼서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회장님이 바둑을 좋아해 자기 대신 대국 해줄 사람을 찾고 있더군요. 서류전형 때부터 물색(?)했었고. 또 동호회바둑대회 초창기 삼성화재와 경쟁이 붙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제일기획이 잘 했는데 삼성화재에서 홍종현 사범을 영입해서 매일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시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중에는 삼성화재가 거의 우승을 휩쓸다시피 해서 우리도 강철민 사범을 모셔서 좀 해봤는데 잘 안 되더군요. 

- 인포벨 창립 후 인포머셜 광고를 선도하며 ‘광고 장인’으로 우뚝 서셨는데요. 바둑이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을까요?  
“분명 도움이 됐지요. 바둑으로 만난 인연도 있고. 바둑에서 좋은 수가 덜컥 나오는 것이 아니듯 사업도 욕심내지 말고 절차탁마해야 기회가 옵니다. 포석에서 아무리 잘 둬 봐야 싸움 한 번 삐끗하면 끝이잖아요? 고수가 300수를 겨뤄 반집 승리하듯 사업도 긴 안목으로 인내하며 때를 잡아채는 게 가장 중요하다 봅니다.” 
 
- 얼마 전 쏘팔코사놀에 이어 ‘우슬봉조배’라는 또 다른 대회를 창설하셨는데요. 두 번째 바둑대회를 개최한 이유가 있을까요?
“바둑 팬의 한 사람으로서 후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쁩니다. 많지 않은 상금이지만 프로기사들에게 대국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어 즐겁고, 나아가 우승한 기사가 좋은 성적을 내주면 브랜드 가치도 함께 올라 금상첨화지요. 우슬봉조(牛膝鳳爪)는 동의보감에서 무릎, 허리 관절에 좋다고 알려진 약재를 환과 탕으로 만든 건강식품입니다. 이번엔 오픈하기 전 바둑대회부터 열었는데 쏘팔코사놀처럼 좋은 기운을 받아 대회도 제품도 흥행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1기 우슬봉조배 한국기원선수권전 개막전이 2월 22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렸다.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 이어 ㈜인포벨에서 후원하는 두 번째 형제기전이다. 랭킹 별로 분할해 예선을 치른 뒤 본선은 양대 리그로 1위 두 명을 선발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 어떤 기사가 우승하길 바라시는지 사심(?)을 슬쩍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창호 국수를 좋아하지요.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에도 이 국수에게 와일드카드를 드렸는데 현 강자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지금 신진서 사범이 압도적인 챔피언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장기 독재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드라마틱하게 신진서 사범을 끌어내릴 강자가 탄생하길 바래봅니다. 조금 더 노골적인 사심(私心)으로는 박정환 사범이 우슬봉조배를 우승해서 신진서 사범과 양대산맥을 이뤄 한판 붙는 거지요.”

- 한판 붙는다고 하셨는데, 혹시 두 대회 이후 구상하고 계신 바가 있는 건가요?
“하하, 이거 먼저 말하면 김이 새는데.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지만 머릿속으로는 쏘팔코사놀 팀 우슬봉조 팀으로 나눠 대항전을 해보면 어떨까 그려본 적이 있지요. 이를테면 각 대회 랭킹을 산정해 우승자를 주장으로 팀을 이뤄 농심배처럼 연승전을 하는 겁니다. 문제는 신진서 사범이 우슬봉조배까지 우승해버리는 건데… 정 국내 기사들이 신 사범의 독주를 못 막으면 중국 기사들을 초청할 수도 있겠지요.”

- 새로운 국가대항전이 탄생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못할 거 없지요. 용병을 초청할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아예 문호를 오픈할 수도 있고요. 문제는 재원인데, 대회가 잘 되어 우슬봉조 브랜드가 성공하고 바둑과 회사가 같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계속되면 다음 브랜드는 세계를 무대로 구상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회명은 ‘심창기배’로 해볼까요? 하하.

- 제2의 응창기배 탄생을 위해서라도 우슬봉조배의 흥행은 필수 과제가 될 듯합니다.
“답은 팬들이 해주시겠지요. 최대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대회 방식도 합리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고, 행여 한 명의 선수가 두 대회를 우승하며 장기독재 낌새가 보인다면 중국 커제 九단에게 시드를 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으니 설현준, 이창석 등 신진 강호 기사들도 힘을 내어 재밌는 드라마 한편 써주길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김정민 편집장, 사진/이시용 작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심 대표는 LP 수집이 취미로 약 4000장의 LP판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즐겨듣는 음악은 독일 ‘리트(Lied·‘노래’라는 뜻의 독일어, 보통 ‘예술가곡’으로 번역한다)’ 중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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