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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교보증권 서유태 대리 

등록일 2021.08.041,434

▲증권맨이 된 ‘미생’ 교보증권 서유태 대리
▲증권맨이 된 ‘미생’ 교보증권 서유태 대리

그는 한때 바둑 유망주였다. 전국구 엘리트집단인 연구생 최상위 1조 출신으로 입단대회 본선도 여러 번 올랐다. 하지만 지독한 불운이 이어지며 프로의 꿈은 점점 멀어져갔고, 희망은 독이 되어 가슴을 후벼팠다. 연구생을 나오고 아마랭킹 1위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프로가 되지 못한 좌절감은 갈수록 커졌다. 이윽고 그는 바둑계를 떠났다. 

그 후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만난 ‘그’ 서유태는 어엿한 증권맨이 돼 있었다. 경제학을 복수전공하며 치열하게 자격증을 모은 끝에 2014년 12월 교보증권 공채에 합격했다. 어느덧 7년차 대리가 되어 증권계를 누비는 서유태 아마7단을 만났다.
- 바둑 동네에서 만난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다른 길로 가게 된 후 바둑계와 연이 닿을 기회가 없었다. 어렸을 때 월간『바둑』을 보며 공부했는데 이렇게 불러줘 영광이다. 

- 연구생 1조 출신에 아마랭킹 1위를 찍은 바 있는데 바둑계를 떠난 이유가 뭔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뒤 방황을 했다. 정규 공부도 거르고 바둑을 했으니 막막했다. 아마바둑대회 나가서 상금도 벌고 강사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돈은 아쉽지 않게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더라. 연구생 시절 나보다 아래 있던 사람들이 프로가 되어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좌절감에 휩싸이곤 했다. 

2006년 제11회 LG배에 아마추어 대표로 출전해 중국기사 왕레이와 겨루고 있는 서유태 아마7단(오른쪽). 프로가 되지 못한 좌절감이 커져만 가던 때 우연히 금융관련 수업을 듣고 증권맨의 길로 들어섰다.


- 수익보단 ‘자존감’의 문제였나.  
그렇다. 바둑을 업으로 하면서 프로가 못 되면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아마대회를 우승해도 갈증은 계속됐고 평생 이러고 살면 죽는 것만 못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 우연히 캐나다에 갈 기회가 생겼다. 영어나 프로그램을 전혀 할 줄 몰랐는데 배워보니 ‘별 거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으로 돌아와 그 경험을 살려 다른 분야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 어떤 공부를 했나. 
대학교에서 금융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재밌더라. 때마침 어머니가 주식을 하고 계셨는데 같이 보니까 흥미가 생겼다. 하나 둘 관련수업을 늘리면서 경영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됐고 관련 자격증도 5개를 취득했다. 산업은행 인턴을 경험하며 경영학과 학생들과 같이 취업준비를 했고 토익점수를 맞춰 2014년 교보증권 공채에 합격했다. 

- 드라마 ‘미생(未生)’이 떠오른다. 
실제 미생 제작 당시 담당PD와 인터뷰를 했었다. 바둑을 업으로 삼으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도전했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장그래의 이미지를 조금 바꾸게 된 계기가 됐다더라. 만화에선 순종적이지만 드라마에선 조금 성깔(?) 있게 변했다고.(웃음) 

- 증권맨 생활은 어떤가. 성격에 맞나. 
아주 좋다. 증권사 일도 괜찮고 무엇보다 주식이 재밌다. 바둑 승부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 바둑과 주식의 어떤 점이 비슷한가. 
주식도 일종의 전략게임과 다르지 않다. 부득탐승(不得貪勝)의 격언처럼 돈을 탐하면 조급해지고 매매가 꼬인다. 바둑처럼 상황에 대처해 최선의 수를 찾아나가면 수익은 자연스레 쫓아온다. 즐기면서 플레이해야 결과도 좋다. 나에게 바둑 이후로 가장 재밌는 게 주식이다. 

- 주식 수익은 어떠한가.
다행히 몇 년째 손실 없이 수익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식은 잃지 않고 꾸준히 버는 게 중요하다 본다. 큰 수확을 얻더라고 한 번에 다 잃을 수 있는 게 주식이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주식을 하고 있는 독자분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드린다. 
바둑도 그렇지만 미래는 증권업을 포함해 모든 직장인들이 AI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뒤처지지 않고 변화에 발맞춰 진화해나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 생존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주식을 통해 경제적 완생(完生)을 이루는 게 목표다. 조언드리고 싶은 건 바둑이든 주식이든 평정심이 중요하다는 것. 대마를 잡으려 하지 말고 최선의 수를 찾아보며 즐겨보시길 권장한다. 
<인터뷰/김정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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