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사 | 한승주 九단
2013년 1월 입단해 프로 9년차에 접어든 한승주 九단.
여러 차례 바둑리그에서 모습을 비췄지만 지난 9년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그가 2021년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12월 15일 기준 44승 22패. 특별할 것없어 보이는 기록이지만 한 대국 한 대국 들여다보면 실속 있는 성적이다.
최근 2개월간 그는 신민준·김지석·강동윤·당이페이 九단 등 세계대회 우승경력을 가진 쟁쟁한 기사들에게 항서를 받아냈다. 삼성화재배에서는 5연승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더니 본선에서도 2연승을 보태 8강 대진에 이름을 올려 세계대회 개인 최고성적을 새로 써냈다.
그뿐일까. 150여명이 참가한 제3회 대통령배전국바둑대회에서는 김지석 九단을 꺾고 생애 첫 우승컵을 안으며 화룡점정. 12월 5일 발표된 12월 랭킹에서 10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톱10 안에 들기도 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한승주 九단을 만나 비결을 물어봤다.
- 대통령배 우승을 축하합니다. 첫 우승인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대회에 참가할 때만 하더라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기뻤던 것 같아요. 대회 규모를 떠나서 프로 기사로서 우승을 한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요. 우승으로 원하던 九단도 됐으니 여러 가지로 좋았어요.
- 입단 후 처음으로 랭킹도 10위를 찍었습니다.
지금은 10위에 자리해 있지만 아직 제 실력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최소한 6개월은 이 자리를지킨다면 모를까요. 이 자리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 올해 성적 만족하시나요?
전반기에는 정말 너무 많이 져서 말씀드리기 민망하네요. 전반기에 바둑리그에서 많이 졌습니다. 개인전은 저 혼자 지는 걸로 끝나지만 단체전은 제가 이겨도 팀이 질 수 있고 제가 지면 팀 패배에 크게 일조하는 거라서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이번 대통령배는 개인전이라 긴장하지 않았어요. 그게 긍정적인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 하반기 들어서면서 성적이 좋아졌는데 특별한비결이 있을까요.
특별히 공부 방식을 변경하진 않았지만 양을 늘렸어요. 그게 하반기에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사실 불리했던 바둑을 역전시켜 이기기도 해서 운도 조금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이기고 나니 자신감도 갖게 되고 기세를 이어가면서 성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 요즘 바둑에 푹 빠져 살고 계실 것 같은데요. 하루일과가 궁금합니다.
오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느낌으로 저만의 시간을 가져요. 오후가 되면 인터넷 바둑도 두고 사활 문제도 풀어봅니다. 10월 중순부터 격일로 대국이 있어서 막상 바둑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어요. 체력관리도 잘 할수가 없어서 대통령배가 끝나고 GS칼텍스배 예선까지 일주일 정도 푹 쉬었어요. 덕분에 피로가어느 정도 해소됐고 다시 전처럼 바쁘게 살아 보려고요.
-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많이 하지는 않지만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운동을 해요. 그리고 피아노를 좋아해서 가끔 치기도 해요. 어디 가서 못 친다는 소리는 못들어봤네요(에헴).
- 프로기사로서 앞으로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계신까요?
음…저는 현실적인 걸 좋아해서 ‘세계대회 우승하겠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제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고 노력을 한다면그에 걸맞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럼 없는 기사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고 안 되면 그때가서 후회하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해보려고 해요. 기사 생활을 하는 동안 열심히 할테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인터뷰/장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