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바둑1 | 김정현♡장혜연 커플
어린 시절부터 바둑에 올인(?) 해왔던 바둑인들은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바둑으로 엮여있다. 죽마고우라고 표현할 만큼 절친한 친구도 바둑인이고, 이성 간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 역시 바둑인인 경우가 많은 동네가 바둑계다.
그래서일까. 바둑계에는 여러 형태의 바둑 가족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부자(父子) 기사, 부녀(父女) 기사, 형제 기사, 부부 기사 등 프로기사로 구성된 가족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기사가 아닌 바둑계 종사자와 프로기사가 가족이 되는 경우도 종종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프로기사와 바둑캐스터 커플이다. 박정상 九단과 김여원 씨가 2011년 결혼하면서 첫 테이프를 끊었고, 2016년 원성진 九단과 이소용 씨가 2호 커플로 신고를 마쳤다.
그들의 뒤를 잇는 프로기사·캐스터 3호 커플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바로 국내 대표 꽃미남 프로기사 김정현 八단과 K바둑 안방마님 장혜연 씨다. 6년여의 연애를 마치고 드디어 부부가 되는 김정현·장혜연 커플은 3월 19일 서울 신도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서른두 살 동갑내기 커플을 만나 러브스토리를들어봤다.
- 두 분이 만나는 사실을 모르고 계셨던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이야기 좀 들려주시죠.
정현 : 저희는 같은 대학 출신이에요. 혜연이가 저보다 한 학번 위인데 그때는 교류가 거의 없었어요. 2011년 월간『바둑』포토드라마로 한 번 만났지만 별다른 감정은 없이 정말 일로 만났어요. 그 후로 3년이 지났을까요. K바둑에 스피드 초첨국이라는 프로그램을 녹화하면서 다시 만났고 회식자리에서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습니다.
- 연애기간은 얼마나 됐을까요?
정현 : 27살에 연애를 시작했으니 3월이면 5년 9개월이 되네요. 연애기간에는 제 군 복무기간도 포함돼 있어요.
- 평소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 있는지요.
정현 : 저희가 동갑이다 보니 편하게 친구처럼 연애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서로 이름을 부르고 별다른 애칭은 없어요. 그리고 제가 애칭 같은 걸 닭살스러워해서 못 견뎌해요(하하).
혜연 : 호칭을 어떻게 부르냐도 중요한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서로 ‘야! 너!’는 하지 않기로 했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정현아, 혜연아’로 부르려고 하고 있어요. 이름을 부를 때라도 조금 더 다정해야지 않을까요?
- 바둑계에선 두 분 다 워낙 알려진 분들이라, 처음 만날 때 불편하거나 조심스럽진 않았나요?
정현 : 숨기고 할 것도 없이 너무 빨리 걸려서…. 하하. 바둑계가 워낙 좁다보니까 한사람한테만 걸려도 다 알더라고요. 거짓말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솔직하게 말했어요. 사람이 만나다보면 헤어질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런 커플들도 많이 봤고요. 결혼까지 골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조심하면서 만나기는 했죠.
혜연 : 기원 근처에 가면 저 멀리 떨어져서 걷는다던지 나름 조심하기는 했어요. 기원에서 앞뒤로 두세 정거장 주변에선 특히 더 조심했죠.
- 연애를 하다보면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정현 : 모든 연애가 위기가 없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섣불리 헤어지자고하기보다 생각의 시간을 가졌어요. 그 시간 동안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생각하면서 저자신도 성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위기를 극복하고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혜연 :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위기나 안 좋은일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저를 성숙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오히려 그런 문제가 일어났을 때 다투기보다 서로 좀 더 유연하게 대처가 가능해졌어요. 오래 연애를 해서 이 사람의 스타일도 잘 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부분들도 당연히 생겼어요.
정현 : 처음에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초창기는 많이 싸웠어요. 근데 이제는 서로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해졌달까요. 조금씩 고쳐나가면서 서로에 맞추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 바둑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정현 : 승부하는 기간에는 혜연이가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에요. 대국에서 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거나,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잘 이해해줘요. 단점이라면 비밀이 없어요. 가끔은 혜연이한테 숨기고 놀고 싶기도 한데 친구들이 겹치다 보니까 ‘정현이지금 어디에 있던데’라고 정보를 전달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아요.
혜연 : 방송을 하다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정보 말고도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팬들이 굉장히 궁금해 하시거든요. 알기 힘든 내용들이 많은데 ‘저 선수는 성격이 어떻고 저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같은 정보를 정현이 통해서 많이 얻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방송을 하는데 도움이 돼요. 제가 생각하는 단점도 비슷해요. 회식하고 있으면 이미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이 정현이랑 연락을하고 계세요.
정현 : 분명 저랑 약속한 게 있는데 더 먹었다고 제보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 남자친구의 대국을 방송한 적이 있어요?
정현 : 혜연이가 거의 K바둑 방송을 하는데요. 공교롭게도 제가 K바둑에서 하는 대회 본선엔 잘못 올라가더라고요. 그런데 만약 하게 된다면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아요. 인터뷰할 때도 그렇고…. 해야 된다면 해야겠지만, 선택권이 있다면 고르진 않을 것 같아요.
혜연 : 저는 다른 의미에서 많이 하고 싶어요. 그만큼 성적이 좋다는 의미잖아요.
- 같이 바둑을 둔 적도 있나요?
혜연 : 한번 둔 적 있어요. 친구 집에 놀러가서 요리를 해먹고 설거지 내기 바둑을 두기로 했어요. 그런데 정현이가 저를 상대로 정말 치열하게 두더라고요. 계시기까지 가져다 놓고 초읽기 바둑으로 두니까 대책이 없더라고요. 거기다 분명 살아있는 돌인데 이거 산 거 맞냐고 물어보면서 심리전까지 펼치고. 그 후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걸 알고 다시는 안 둬요.
-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혜연 : 오래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생각한 것 같아요. 제가 정현이한테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질리지 않는 매력을 가진 친구라서 이런 부분이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정현 : 저는 혜연이가 워낙 편했어요. 승부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예민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줘요. 나름 까칠한 저에게 잘 맞춰주니까 결혼하면 잘 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 내가 꿈꾸는 결혼생활이 있을까요?
정현 : 가장 베스트는 화목한 가정이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도 안 싸울 순 없으니 좀 덜 싸웠으면 좋겠죠. 먼저 결혼한 형들이 1년 동안은 엄청 싸울 거라고 계속 겁을 줘요. 아무리 오래 만났어도 서로 다 안다고 생각하지말래요. 연애 초반에도 많이 싸우긴 했지만 결혼은 또 다른 거라서 걱정이 되긴 해요. 그래도 연애 기간도 길었던 만큼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혜연 : 정현이가 말한 것처럼 큰 위기 없이, 있더라도 잘 풀어나갔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쁜 것 덜 먹고. (정현 :술 적게 마시라는 거네.) 식사 후엔 같이 산책도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결혼생활을 원해요.
- 서로의 장점을 꼽자면요?
정현 : 음…. 너무 어려운데요? 혹시라도 이상한 거 말했다가 평생 잔소리 들을 것 같으니 말 잘해야겠네요. 혜연이는 언제나 편하고 밝아요. 뭘해도 즐겁고 같이 있을 때 편한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이죠.
혜연 : 이번 결혼 준비하면서 느낀건데 제가 뭘 알아보고 준비해서 이게 어떠냐고 물으면,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정현이는 항상 혜연이가 찾아봤으면 그게 맞는거지 라고 믿어줘요.
-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가정생활을 위해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면 한마디씩 해주시죠.
정현 : 서운한 일이 있어도 싸우지 않고 현명하게 풀어나가고, 서로 싫어하는 행동은 최대한 하지 않도록 배려해가면서 잘 살아보자!
혜연 :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상황에 맞춰서 서로 이해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맞춰갔으며 좋겠어^^.
<글/장은애 기자·사진/이주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