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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바둑3 | ‘바둑사랑’ 세븐틴 

등록일 2023.08.022,822

▲바둑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세븐틴’으로 활동 중인 김원식 씨.
▲바둑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세븐틴’으로 활동 중인 김원식 씨.

바둑계 숨어있는 조력자를 찾았다. 바둑 AI 프로그램을 써봤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세븐틴’. 13인조 아이돌 보이그룹 세븐틴이 아니다. 바둑계 세븐틴의 주 무대는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바둑사랑’이다.

세븐틴은 누구나, 쉽게, 무료로 바둑 AI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픈소스로 공개돼있는 AI 프로그램을 모아 컴퓨터 환경에 맞게 설치할 수 있도록 통합팩을 만들어 배포하고 설치후 QnA 서비스까지 친절하게 댓글로 달아준다.

바둑을 좀 둔다는 사람 중 세븐틴 덕을 보지 않은 이가 없는데…. 세븐틴의 정체는 누구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청역 근처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 안녕하세요. 바둑계 첫 공식 인터뷰인데 바둑팬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븐틴’(본명 김원식)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50대 초반 남성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 본업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요?
저는 국내 탑 공급망관리 솔루션 회사 <엠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 소개를 잠깐 드리면 해외 진출도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조만간 글로벌 공급망관리 솔루션 대표 업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엠로는 23년 동안 400개가 넘은 고객사에 1,500회가 넘는 구축 경험이 있는 회사에요.

- 조금 생소한 직종인데요. 기업의 인트라넷 같은걸 제공하는 일인가요?
그렇죠.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솔루션 중 구매담당자의 역할을 서포트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중에서 저는 공급망관리 및 구매 분야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에게 특화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블(www.buyble.ai)이라는 업체검색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구매업무와 관련된 다양하고 유익한 영상, 칼럼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을 해요.

- 세븐틴으로 활동하면서 <바둑사랑> 블로그에 바둑 AI 통합팩을 배포해주고 계신데,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예전에 이세돌 九단과 알파고(AlphaGo)의 빅이벤트가 있었잖아요. 그때 둘째 딸이 바둑을 배우게 됐는데, 아이와 같이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저도 독학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바둑 커뮤니티 <바둑사랑>을 알게 됐는데, 그때가 리지(Lizzie)같은 바둑 AI 가동 프로그램들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였어요. 거기서 ‘이거 설치 어떻게 하냐’ 서로 물어보고 설명해주는데 제가 보니까 ‘저거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상하게 설명해주는 분도 있는거예요. 처음에는 혼자 써보려고 했다가 통합 설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도 편하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학 다닐 때컴퓨터를 좋아해서 그런 기술이 좀 있었거든요.

- 통합팩을 직접 만드신 거였군요.
프로그램을 제가 직접 만들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모아서 자동으로 설치할수 있도록 한 거예요. 프로그램을 만든 분이 95%했다면 저는 5%정도? 잘 아는 분들은 알아서 척척 하지만 대다수는 ‘이건 도대체 뭐냐’ 그런 상황이었거든요. 통합팩을 한번 다운로드하면 자동으로 환경에 맞춰 설치해 주니까 쉬워진 거죠. 처음에는 용량도 안 크고 프로그램도 몇 개 없었는데 엘프고, 미니고, 지금은 카타고까지 이런 것들이 나오니까 업그레이드 버전을 계속 올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 배포부터 업데이트, Q&A까지 해주고 계신데,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새로운 게 나오면 배포한 입장에서는 내 것이 최신 버전이 아닌 게 되잖아요.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으셔서 안 할 수가 없어요. 밤새 작업해서 배포하고, 용량도 커서 업로드도 오래 걸려요. 어떻게 보면 가족들한테 미안하죠. 애들하고 시간을더 보내야 하는데….

- 에너지 소모가 꽤 드는데도 계속하게 되는 이유, 원동력은 뭘까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재미를 느끼는 것에 몰입하고, 몰입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에너지를 뺏기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더 받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잘 쓰고, 고맙게 생각해 주고 이런 게 내가 뭔가 기여하고있구나, 봉사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도 받을 수 있어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 운영하고 계시는 개인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다양한 콘텐츠가 많더라고요. 문도원 프로와 함께한 유튜브 강의도 있던데요.
회사를 옮긴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맡은 역할 자체가 일이 많아서 요즘은 잘 못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아직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네요. 지금까지 올린 건 통합팩 설치를 어떻게 하는지, 프로그램들을 어떻게 쓰고, 대국이나 복기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활용법에 대한 것들을 올렸어요. 그리고 제가 강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 같은 초보끼리 스터디를 한다는 느낌으로 즐기려고 스터디그룹 식으로 매일매일 해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 기력은 어떻게 되세요? 바둑은 자주 두시는지.
제가 2018년에 입문을 했어요. 기력은 타이젬18급이지만, 실제 기력은 10급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에 진동규 사범과 한번 둔 적 있는데 아마 초단급으로 과대평가 해 주셨어요(웃음). 평소에 바둑을 자주 두고는 싶은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지금은 그냥 관심만 가지고 있습니다. 은퇴하고 시간이 많이 남으면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 배포하는 입장에서 사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 있을까요?
나쁜 쪽, 치팅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하지말아야 할 일이겠죠. 그리고 제가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AI의 수들을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하는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거예요. 중간에서 해설, 설명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프로기사 분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와 같은 초보자들은 AI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춘 뒤 AI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해요. 물어보면 바로 답을 알 수 있으니까 예전에 비해 환경은 좋아졌는데, 기본기를 갖추고 소화를 시킬 수 있을 때 AI로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전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사활, 정석 등을 공부해서 기초를 다지는 게 우선 돼야 해요. AI한테 배운다고 실력이 무조건 쭉 올라가는 게 아니거든요.

- 미국 아마추어(미국 FAR AI연구소 켈린 펠린 연구원)가 카타고의 허점을 파고들어 15전 14승을 거둬 이슈가 됐는데요. 혹시 기사 보셨나요?
일단 접근 방식이 되게 신선했고, AI도 약점이있다는 걸 실제로 증명한 사건이라 의미가 있다고봐요. 다만 인간 스스로 연구해서 파해법을 찾은게 아니라 다른 AI를 시켜 ‘이 AI의 약점을 찾아줘’해서 어떤 패턴을 찾은 거라 아마 그런 것들이 추가로 학습되면 그 허점이 없어지겠죠. AI를 인간의 경쟁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의미 없는 것 같고요. 잘 활용해서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제는 조금 가벼운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닉네임 세븐틴은 어떤 의미인가요.
첫째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세븐틴 그룹명을 차용했어요(웃음). 무리수인데, 지금 와서 바꾸자니 애매해서 유지하는 중입니다.

-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제가 통합팩 배포를 시작하고 나서 이영구 사범이 제일 먼저 연락이 왔어요. 네이버 쪽지로 연락을 주셨는데 고맙다는 말씀은 드려야 될 것 같다고, 잘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별거 아니지만 고맙다고 하니까 되게 보람 있었죠. 최정 九단도 원격으로 봐드린 적 있고, 국대훈련실 PC 세팅을 도와주기도 했어요. 세어보니 프로기사 서른다섯 분쯤 도와드린 거 같네요. 만나서 식사하기도 하고 영광이었죠.

- 세븐틴 님에게 바둑 인공지능이란?
인생에서 결혼, 자녀출산 빼고 가장 큰 전환점을 유발한 존재? 바둑이라는 영역에서 갑자기 ‘인싸’가 돼버린 사건.

-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지내고 싶으세요?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내면서 재미있게 사는 것이 목표에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듯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시작하게 된 동기는 단순했는데 많은 분이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까 별거 아닌 행위였지만 실제 파급되는 효과가 컸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그 시기는 지나갔어요. 이제는 카타고도 거의 꼭지점이라 발전해 봐야 큰 차이 없고. 그것보다는 사람하고 갭을 어떻게 좁히느냐, 기력을 단기간에 올리는데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음악도 보면 보컬 트레이닝 이런 것이 일반화되니까 10년, 20년 전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일반인들이 훨씬 더 많아졌거든요. 가르치는 교수법이 발전한 건데, 바둑도 도장에서 하는 도제식 교육에서 AI 활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그렇기 위해선 연구도 많이 하고 방법론 같은걸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인공지능 배포 이상으로 그런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사진/오명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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