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만 (주)블리츠인베스트먼트 회장의‘찐 바둑사랑’

올해 1월 새로운 방식의 신생 대회가 문을 열며 바둑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창호 九단이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이었다.
이 대회는 프로와 아마의 경계를 허물었고, 국적의 장벽도 뛰어넘었다. 단지 참가자들은 출전 부문별 각각의 나이 요건만 충족하면 됐다.
예선에는 일본·중국 선수들까지 출사표를 올렸다. 본선24강은 프로 16명, 아마추어 8명이 토너먼트를 벌였고, 아마추어 선수들이 3승을 거두는 등 녹록지 않은 실력으로 프로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했다.
기존 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볼거리를 만끽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전반적인 대회 틀을 직접 구상하며 ‘시니어 세계바둑 오픈’ 탄생을 총지휘한 김성만 (주)블리츠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찐 바둑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에 이어 8월부터 ‘더메리든 오픈’을 후원하는 김성만회장을 만나 바둑과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 4월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이 이창호 九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는데요, 대회를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바둑을 좋아하는 팬의 관점에서, 프로기사와 아마추어 선수들이 어울려 대결한다는 점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가 프로에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에 관전 포인트를 두고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후원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아마추어가 어느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흑번 2집반 공제가 승부에 적당한지 아닌지 그리고 승부가 긴박감을 자아낼 수 있는지, 그래서 바둑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등등을 기대 반 걱정 반,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부모의 심정으로 지켜봤습니다.
-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한국기원 현장을 찾아 바둑을 검토하셨습니다. 우승자는 회장님 예상하신 대로였는지요?
제가 처음 후원하는 대회인데다, 바둑계에 걸음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모든 후원자들이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우승자를 예상하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만, 이창호 九단과 유창혁 九단이 우승·준우승하는 것을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은 아마추어에게 문호를 개방한 시니어 대회로 주목받았습니다. 대회 참가 자격이라든지, 대국 방식(프로 vs 아마추어 대국 시 핸디캡 적용 : 아마추어 흑번 2집반 공제) 등을 직접 논의·결정하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만큼 애정을 담아 만드신 것 같습니다. 대회 창설과정을 복기해 주신다면요.
지난해 8월경 바둑계와 다시 인연을 맺으면서 바둑계 현황에 관해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둑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많은 대회가 만들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들을 위해 무대가 필요하듯, 대회가 없으면 기사들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바둑계가 사회적 환경변화로 과거에 비해 다소 위축된 데 반해 기사들의 숫자는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바둑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될 수 있는 한 더 많은 대회를 유치하는 것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떤 대회를 만들 것인가 생각하면서, 대회의 뼈대를 우선 구상했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치수는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께 훈수 받기도 했고요.
- 또 다른 대회인 ‘더메리든 오픈’이 8월 열릴 예정입니다. ‘블리츠자산운용 시니어세계바둑오픈’까지 합치면 대회 총규모가 3억이나 될 정도여서, 회장님의 바둑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 게 느껴집니다. ‘더메리든 오픈’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요.
블리츠 대회가 프로와 시니어 아마추어의 조합이라면, ‘더메리든 오픈’은 그에 더해 주니어 아마추어 선수들을 추가했고, 시니어 프로기사의 나이도 조금 더 젊게 조정했습니다. 그와 함께 영재 어린이 초청대회도 별도로 개최해, 우승자가 가려지면 바로 ‘더메리든 오픈’ 우승자와의 기념대국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 아마추어 대회도 꾸준히 후원하고 계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회 미추홀배 페어바둑 최강전도 회장님 후원으로 처음 열린다고 하던데요.
여러 아마추어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데요, 7월 13일에는 제1회 미추홀배 페어바둑 최강전이 개최됩니다. 참가공고가 나기 한 달 전부터 신청자가 폭주해 원래 계획보다 무려 8팀이나 늘어난 40개 팀으로 마감했습니다. 참가 선수들 면면은 더 놀랍습니다. 우리나라 남녀 아마 최강자들이거의 다 신청했고, 프로기사도 15명 이상 명단에 올라와 있습니다.
- 바둑을 즐기신 지는 얼마나 되셨는지요. 언제, 어떻게 입문하셨는지?
초등학교 5학년 때 작은 형님을 통해 처음 바둑을 접했습니다. 형님이 가톨릭대 의대에 입학해 서울에서 하숙생활을 시작했는데 형제들이 모여있는 하숙집에 바둑판이 있었거든요. 당시 형님 급수가 10급 정도 됐던 것 같은데 축, 장문부터 배우기 시작해 몇 개월 만에 형님을 이겼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학생 때나 사회생활을 할 때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어쩌다 한 번 두는 정도였고, 기력도 7~8급 정도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본격적으로 바둑을 두기 시작한 것은 5~6년 전이었는데, 약 1년간 두다가 코로나 사태 때 그만뒀고, 지난해 여름부터 압구정 기원에서 다시 리그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때 프로기사들을 만나게 됐고 아마추어 고수들과도 인사를 나누게 됐습니다.
- 바둑은 주로 압구정 기원에서 두시나요? 모임이나 맞수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지요.
압구정 기원 다니기가 조금 멀더라고요. 지금은 성남시 바둑협회의 탄천 리그에서 주말에 2~3판 정도 두고 있습니다. 미추홀배 리그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 바둑TV ‘유창혁의 특별한 수담’ 촬영 예정이시고, 이전 ‘명사 초청 담담담’에서 하호정 四단과 넉점 접바둑으로 선전하셨습니다. ‘프로들을 혼내는 회장님’으로 알려져 있던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프로들을 혼내는 회장이 아니라 프로들에게 혼나는 회장이 맞는 표현이지 싶습니다. 한마디로 ‘동네북’이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하하하).
- 한국외대 출신 기사들과 친목 모임을 가질 정도로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프로바둑계에 외대 동문들이 꽤 된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어요. 저도 외대 출신이거든요. 박정상·이영구·원성진·이다혜·한해원 프로 등 10명 정도와 가끔 식사도 하며 바둑계 소식을 전해듣고, 앞으로 바둑계가 나아갈 방향 등도 이야기하는 사랑방 모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바둑 이외에도 여러 스포츠를 즐기신다고요.
바둑은 여러 취미 활동 중 하나로, 저는 순수 아마추어 바둑인입니다. 골프도 치고, 가끔 탁구도 치고, 등산도 하고, 얼마 전까지 색소폰, 드럼도 배웠어요.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생기면 우선 시작부터 하고 보는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 ‘시니어 세계 바둑 오픈’을 후원한 ‘블리츠자산운용’이라는 회사를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의외로 자산운용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잘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운영’과 ‘운용’을 혼동해서 쓰시는분들도 적지 않고요. ‘운영’이라는 것은 조직이나 회사 등 단체를 경영하고 인적·물적 관리를 한다는 뜻이고요, ‘운용’이라는 것은 자금이나 펀드 등을 어떤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는 뜻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그래서 자산운용사는 고객이 맡긴 자금을 모아 풀(Pool)을 만들고 거기에 이름을 붙이면 ‘OO펀드’가 되지요. 운용사는 투자 대상물이나 목적에 따라 여러 개의 펀드가 있고, 투자자(고객)들은 그중에서 자신이 투자할 펀드를 선택해 투자계약을 하게 됩니다. 일정 기간 운용 후 발생한 손익은 최종적으로 투자자에게 귀속될 것이고, 운용사는 계약에 따른 운용 수수료가 회사의 주요 수익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경영자는 회사를 운영하고, 펀드 매니저는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블리츠자산운용’은 4년 전쯤 설립됐고,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 ‘블리츠’ 라는 회사명은 직접 작명하신건가요?
공모를 통해 정했습니다. ‘블리츠(Blitz)’는 독일어로 ‘번개’라는 뜻인데, ‘공격적으로 한다’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바둑 용어로는 ‘속기’라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즉, 자산운용사를 공격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시면될 것 같습니다.
- 회장님의 기풍도 공격 스타일이신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서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기풍이라고 하더라고요.
- 앞으로의 목표를 들려주신다면요.
앞으로 가급적 많은 대회를, 그리고 되도록이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대회를 만들어 개최하고 후원하려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대회가 없으면 프로나 아마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깐요. 아울러 현장에서 뛰는 기사들의 숨소리도 느끼고, 바둑 팬들의 목소리도 귀에 담는다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대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성만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바둑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났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4 바둑대상’도 김성만회장의 아무 조건 없는 호의로 분당에 위치한 ‘더메리든’에서 성대하게 열려 바둑계의 한해를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블리츠’라는 사명(社名)에서 느낄 수 있듯, 김성만 회장은 촉이 좋고 전광석화처럼 빠른 판단력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바둑계 현황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김 회장의 날카로운 수읽기가 최근 우리 바둑계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김성만 회장의 다음 행마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글/차영구 편집장 · 사진/이주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