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1/2019 여자신인왕 허서현 初단
이사람1 2019 바둑대상 여자신인상 수상자 허서현 初단
신인왕 오른 ‘바둑계 서현’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우승을 차지한 부안곰소소금의 주역 허서현 初단(2002년생)이 바둑대상 여자신인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 프로가 된 허서현 初단은 입단 전부터 바둑계 안팎으로 알려져 있던 유망주. 특히 공격형 기풍 일색인 여자바둑계에 보기 드문 실리형이자 계산이 능한 기사로 주목받았다.
비슷한 기풍의 기사로는 오유진 七단이 대표적인데, 작년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에서 두 기사가 맞붙어 허서현 初단이 승리를 거뒀다. 미세한 끝내기 승부에서 탁월한 계산 능력을 앞세운 승부호흡으로 오유진 七단에게 끝내기에서 역전승한 일국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입단 전부터 국가대표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바둑계 서현’이라 불리며 인기를 누렸던 허서현 初단을 만났다.
- 권주리 二단과 경합했던 2019 여자신인상 부문에서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소감을 안 들어볼 수 없겠죠.
제가 입단하기 전에 바둑대상 시상식을 보러 간 적이 있었어요. 상을 받는 사람들이 단상 위로 올라서고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지던 장면을 정말 인상 깊게 봤었는데 제가 그 자리에 서게 된 거죠. 수상 소감을 얘기하면서 목소리가 떨리는 걸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어요. 정말 기뻤고 입단 이후 지금까지 프로기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 수상 소감도 재밌었어요. 바둑대상 시상식 전날까지만 해도 못 받는 줄 알았는데 현장에 와서 살짝 예측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무슨 의미였나요?
사실 저는 후보로도 이번에 처음 올라온 거라서 이런 경험이 아예 처음이었는데요. 당연히 수상자에게는 미리 연락이 오는 건 줄 알았어요(웃음). 하루 전날까지도 아무런 연락도 안 오기에 상을 못 받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일 현장에 오니까 (권)주리 언니 자리가 없더라고요(중국 항저우기원에서 유학 중인 관계로 불참). 그때서야 ‘어, 내가 받는 건가?’ 하면서 수상소감을 준비했죠.
- 국가대표 훈련에 참가하고 있어요. ‘국대’에선 어떤 식으로 공부하나요?
우선 국가대표에 들어간 건 정말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환경도 좋고 잘 두는 언니들이랑도 많이 대국할 수 있으니까요. 실전이 최고의 공부인만큼 ‘국대리그’의 비중이 큰 편이에요. 코치를 맡고 계신 사범님들도 준비를 많이 해주시는데 얼마 전부터는 정확한 형세판단 능력을 기르기 위해 계가 시험을 보고 있어요. 큰 스크린에 바둑판을 띄운 다음 초읽기를 세면 시간 안에 집 계산을 해서 결과를 적어내야 하는 방식이에요. 다들 ‘멘붕’이 오곤 하죠.
- 왠지 허 初단은 그 분야에 조예가 있을 것 같은데요?
계산 시험에선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요(웃음).
- 작년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최장시간이자 최다수수 대국이기도 했던 판이 떠올라요. 오유진 七단을 끝내기에서 꺾었던 대국이었죠?
사실 유진 언니에겐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저랑 기풍이 워낙 비슷한데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느낌이니까요. 그 바둑은 불리한 형세였는데 끝내기에서 약간 비틀어 갈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이후 패를 버티면서 역전을 하게 된 대국인데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 롤모델로 삼는 프로기사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이창호 사범님을 롤모델로 생각해왔어요. 조한승 사범님도 좋아하는데 제 기풍과 연관이 있어요. 조한승 九단의 기보만 따로 뽑아서 놓아보며 공부한 적도 있었습니다.
- 최정 九단 독주체제가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여자바둑계에 새로운 대항마의 등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요. 최정 九단에게 선전포고를 한다면.
(최)정이 언니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어요. 너무 혼자만 다 이기면 보시는 분들도 재미없을 수 있으니까(웃음). 팽팽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바둑 팬들에게 한마디.
바둑을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 월간『바둑』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기사가 나가면 댓글을 볼 때가 많아요. 기대된다는 댓글을 보면 기분 좋아지고 그만큼 더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