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밤 11시 50분, 이창호 9단이 반집을 남겼다

등록일 2022.03.14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 4경기
컴투스타이젬, 유후에 3-2 승


밤 12시를 넘기는 줄 알았다. 마지막 반패 싸움에서 피차 팻감만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역사적인 1박2일 기록을 남기기 10분 전 다행히(?) 시계가 멈췄다. 팀전보다 더 관심이 쏠렸던 개인전에서 이창호 9단이 이번 시즌 최장 시간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정 9단을 꺾었다.

1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후반기 6라운드 4경기에서 이창호 9단이 유후의 1국 주자로 나서 최정 9단에게 당한 전반기 패배를 설욕했다. 3월 랭킹은 최정 25위, 이창호 49위.

▲ 갈 길이 바쁜 컴투스타이젬이 중요한 기로에서 유후를 꺾고 4위로 올라섰다.


상대 전적 2승2패에서 5번째 대결을 펼쳤다. 지난해 마지막날 KB리그에서 최정 9단이 승리한 후 73일 만의 만남이었다. 직전 경기에서 박정환 9단을 꺾은 최정 9단의 기세가 초반부터 이어졌다. 80여수 부근에서 승률 90%를 넘겼고 120수 무렵에는 반면 승부로까지 격차를 벌리며 승률이 98%로 치솟았다.

"약간의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 바둑을 최정 9단이 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크게 유리한 국면에서 쉽게 정리하지 못한 것이 화를 불렀다.


중계 도중 백홍석 해설자의 말이다. 그러자 옆의 이소용 캐스터가 재빨리 "다른 판들은 어떤지 한 번 볼까요"라고 받으면서 바둑TV의 카메라 앵글도 동시 또는 단독으로 한승주 9단이나 안성준 9단 등의 대국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 판은 사실상 끝났다고 본 것이다.

결과는 4시간 50분, 322수 만에 이창호 9단의 대역전 반집승. 중앙 백대마를 노리며 좌상쪽부터 흔들어간 이창호 9단의 승부수에 그만 최정 9단이 걸려들고 말았다.

▲ 2시간 가까이 반집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이창호 9단은 황급히 착점 후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는 모습까지 보였다.


"최정 9단이 못 뒀다기 보단 약간 욕심을 냈을 뿐인데...여러 번 화가 날 법한 장면에서 꾹꾹 참다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이창호 9단 정말 대단합니다."

다른 네 판이 모두 끝난 뒤 다시 이 판만을 집중해 중계한 백홍석 해설자가 그 사이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 윤찬희 9단에게 3패만을 당해왔던 박하민 8단(오른쪽)이 대마를 잡는 완력으로 반격에 나서며 컴투스타이젬의 승리를 이끌었다.


위기의 유후였고, 자신이 지면 팀도 패한다고 본 이창호 9단이었다. 하지만 팀 승부는 컴투스타이젬의 3-1 승리로 이미 끝나 있었다.

"저희가 3-2로 졌습니다."

10여분 간의 복기를 마치고 원래 자리로 돌아와 가방과 코트를 챙기는 이창호 9단에게 안성준 9단이 나지막이 결과를 전했다. 이 9단이 흠칫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검토실의 모든 불이 꺼졌다. 후반기 4강이 반드시 필요한 입장에서 컴투스타이젬은 4위, 유후는 1승4패 최하위로 밀려나면서 이번 시즌이 어려워졌다.

▲ 매번 파란만장한 승부를 펼치는 박진솔 9단(오른쪽)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다.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바둑이 후반 들어선 극미한 형세로까지 추격당한 상황. 마지막에 안국현 9단의 치명적인 착각이 승리를 도왔다.


9개팀이 전.후반기 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다섯 팀을 가르는 정규시즌은 다가오는 목요일부터 후반기 7라운드를 속행한다. 대진은 수려한합천-유후(17일), 정관장천녹-바둑메카의정부(18일), 컴투스타이젬-포스코케미칼(19일), 한국물가정보-킥스(20일). 셀트리온은 휴번이다.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패에 따라 승자에게는 300만원, 패자에게는 60만원의 대국료를 차등지급한다.

▲ 모든 대국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3회.






▲ 지난 라운드에서 거함 박영훈 9단을 꺾는 활약으로 두 번 연속, 이번 시즌 총 7번째 부름을 받은 퓨처스 조완규 3단(왼쪽). 그런 기세에 높은 점수를 준 때문인지 해설자들의 예측이 반반으로 갈리는 기현상을 보였지만 결과는 보란 듯 안성준 9단의 완승.


▲ 대마를 살기만 하면 이겼고, 살릴 수도 있었던 이태현 8단(오른쪽). 하지만 막판 착각으로 돌 수만 50개가 넘는 대마가 잡히면서 전반기에 이어 다시 한승주 9단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