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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퇴근팀'의 첫 에이스결정전

등록일 2023.02.13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 3라운드 2경기

원익, 셀트리온에 3-2 승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 도입된 에이스결정전으로 생겨난 풍속도 중의 하나가 자정을 넘는 퇴근의 일상화이다. 적게는 한 주에 한 번, 많게는 세 번까지 에이스결정전이 열리면서 '무박 2일'(경기 또는 근무)은 리그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당연히 대중교통을 통한 퇴근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다음날 또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겨우 옷만 갈아입고 나오는 일이 7주째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도 석 달은 이런 식으로 가야 하는 바둑리그다.

▲ '조기 퇴근팀' 원익의 첫 에이스결정전이 확정되는 순간 사방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줄 알았는데 택시 타고 집에 가야겠습니다"라고 심정을 대변한 유창혁 해설자.


이런 가운데 오직 한 팀, 리그 관련 종사자들(해설자, 진행자, 십 수명의 방송스텝, 심지어 경비원까지)에게 이따금씩 꿀맛 같은 조기 퇴근의 기쁨을 안겨준 팀이 있었으니 그게 원익이었다.

개막 후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 흔한 에이스결정전이 한 번도 없었다. 네 번 이겼을 때에는 4-0이나 3-1 스코어였고. 한 번 졌을 때에는 1-3. 거기에 가장 늦어도 11시를 넘긴 적이 없고 평균 종료 시각은 10시 24분에 불과했다. "원익은 해설자와 진행자, 관계자들이 다 좋아하는 팀입니다. 오늘도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유창혁 해설자가 시작 멘트를 했을 정도.

▲ 밤 11시 13분에 시작해 0시 4분에 끝난 에이스결정전. 앞선 대국을 패한 직후 바로 무대에 오른 이지현 9단(왼쪽)이 최철한 9단을 상대로 팀 승리를 결정했다. 두 기사 모두 첫 에이스결정전.


정규오더 네 판의 결과가 우여곡절 끝에 2-2 스코어를 만들었다. 이영구 9단이 최철한 9단에게 99%의 승률을 놓친 것. 유일한 전승자였던 1지명 이지현 9단이 4지명 윤찬희 9단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 승부를 연장으로 몰아갔다(1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

결정국 대진은 원익의 1지명 이지현 9단과 셀트리온의 2지명 최철한 9단. 낮의 중국리그를 포함 이미 하루 두 판의 대국을 치른 김명훈 9단은 1지명이지만 에이스결정전을 치를 형편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연장 승부의 결과는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싱겁게 끝이 났다. 이지현 9단이 좌상쪽 접전에서 일찌감치 막대한 전과를 올리며 151수 만에 최철한 9단을 꺾었다.

▲ 낮의 중국리그(LG배 우승자 중국의 딩하오 9단을 꺾었다)에서 기력을 다 소진한 탓인지 김명훈 9단(왼쪽)은 이창석 9단과의 대국에서 후반에 한계를 드러냈다. 리그 연승기록도 7연승에서 스톱.


4연승을 달리며 승점 2점을 추가한 원익은 총 14점으로 수담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승점 1점을 추가해 11점이 된 셀트리온은 난가리그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상승.

이로써 개막 7주차의 일정을 마친 2022-2023 KB리그는 다가오는 수요일부터 8주차의 포문을 연다. 대진은 울산고려아연-수려한합천(15일), 정관장천녹-바둑메카의정부(16일), 일본기원-원익(17일), 킥스-정관장천녹(18일), 보물섬정예-바둑메카의정부(19일).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속전속결의 원익이 밤 12시를 넘기는 승부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된 날이었다.


▲ 98년생 동갑내기 대결에서 송지훈 8단(왼쪽)이 심재익 6단을 불계로 꺾으며 상대전적 3승1패.


▲ 지명과 랭킹에서 이지현 9단에게 밀리는 윤찬희 9단(왼쪽)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바로 2승2패의 상대전적. 5전 전승의 이지현 9단이 패점을 안으면서 이번 시즌 3승 이상의 전승자는 모두 사라졌다(한상조 5단만 2전 2승).


▲ 이영구 9단에게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3연패를 끊어낸 최철한 9단의 포효 세리머니. 유창혁 해설자는 "이소룡(리 샤오룽, 왕년의 무협 스타)의 세리머니죠"라고 했다.


▲ 첫 경기 패배 후 4연승을 달린 이창석 9단.


▲ 류승희 캐스터가 "무슨 뜻인지 물어봐야겠다"고 한 송지훈 8단의 세리머니. 유창혁 해설자는 "배트맨인가요"라고 물었다.


▲ 성적도 분위기도 좋은 원익. 다음 주 금요일 일본기원과 대결한다.


▲ 갑자기 끼어든 중국리그 일정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셀트리온. 세 번 연속 에이스결정전을 치러 2승1패를 기록했다.


▲ 다섯 경기 중 네 경기에서 에이스결정전이 벌어진 초유의 한 주가 됐다. 총 14경기를 치른 인터리그의 성적은 수담리그팀 7승, 난가리그팀 7승으로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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