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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계단 훌쩍 넘은 19세 퓨처스의 만점 데뷔전

등록일 2023.02.19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 3라운드 3경기

정관장천녹, 킥스에 3-1 승


서로 다른 조에서 공히 4승2패를 기록 중인 두 팀, 하지만 현재의 순위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둘 다 승점 2점의 에이스결정전을 통한 승리가 전부이거나 거의이기 때문이다.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보유한 킥스는 네 번의 에이스결정전에서 3승1패를 기록하며 승점 10점으로 3위. 3위 변상일 9단이 포진한 정관장천녹은 네 번의 에이스결정전에서만 팀 승리를 가져가며 승점 8점으로 5위. 고생에 비해 결실이 신통치 않은 두 팀이다. 시원한 3점짜리 승리로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 '에이스결정전 전문팀' 정관장천녹이 처음으로 에이스결정전을 가지 않고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 종료 시각도 평소보다 2시간 가량 빠른 10시 35분.


이런 분위기의 동류항 두 팀이 맞선 대결에서 정관장천녹이 킥스를 꺾었다. 4지명 권효진 5단이 신진서 9단에게 선제점을 내주었으나 그 후의 세 판을 차례로 이기는 집중력으로 3-1 승리를 거뒀다(인터리그 3R 3G. 1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

변상일 9단이 백현우 4단을 누르고 균형을 맞춘 정관장천녹은 첫 출전한 퓨처스 이연 4단이 랭킹 14위의 킥스 2지명 박진솔 9단을 상대로 전세를 뒤집었다. 최명훈 감독이 승부처에서 꺼내든 히든카드 이연은 권효진 5단과 동갑인 2004년생으로 현재 퓨처스리그 다승 1위(4승1패).

▲ 랭킹 74위의 이연 4단(왼쪽)이 14위의 박진솔 9단을 잡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끌어당겼다. 1부리그에 첫발을 올린 퓨처스의 만점 데뷔전.


팀 승리는 배테랑 2지명이자 '정법의 승부사' 홍성지 9단이 결정했다. 상대전적에서 4승10패로 눌려 왔던 김승재 9단을 맞아 후반 집중력에서 앞서며 1집반 역전승, 연장 승부 없는 결승점을 담당했다. 팀 승부가 3-1로 끝나면서 기대했던 신진서-변상일의 에이스결정전은 불발.

이번 시즌 들어 주장 변상일 9단의 손바람에만 의지해왔던 정관장천녹이다. 더구나 신진서라는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러웠던 경기. 이런 장면에서 연장으로 가지 않고 알토란 같은 승점 3점을 챙겼으니 그 후련함, 그 짜릿함이 어떠했을 것인가.

▲ "처음 오더를 봤을 때는 킥스가 조금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요" (최유진 캐스터)

"저는 2:2라고 보고 에이스결정전으로 가지 않을까 했습니다" (유창혁 해설위원)


원형 극장의 검투사처럼 굳은 얼굴로 신진서 9단과의 결전을 각오하고 있던 변상일 9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 올랐다. 특유의 수줍은 미소가 조랑 물결처럼 안면에 번졌고 목소리도 또랑또랑 생기를 얻었다. 팀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껑충. 킥스는 3위 제자리에 머물렀다.

19일에는 쉬하오훙의 대만팀과 김지석의 바둑메카의정부가 인터리그 3라운드 4경기에서 맞선다. 대진은 쉬징언-김지석, 쉬하오훙-설현준, 린리샹-이원영, 젠징팅-문민종. 네 판 모두 첫 대결이다.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에이스결정전 없이 승부가 종료되자 변상일 9단이 큰 짐을 벗었다는 듯 가슴에서 떼어낸 명찰(실제로도 묵직한 감이 느껴졌다). 정규오더에서의 3승을 뜻하는 세 개의 별 표시와 세 번의 에이스결정전 승리를 의미하는 손가락 모양의 V자가 달려 있다. 합치면 6승(4패).


▲ 팀이 치른 7경기 동안 공히 세 차례 에이스결정전에 출전한 신진서 9단과 변상일 9단. 남은 기회도 나란히 세 번.


▲ 두 경기 연속 장고판으로 포지션을 바꾼 변상일 9단(왼쪽). 중반까지 잘 두던 백현우 4단에게서 큰 착각이 나오면서 승부가 순식간에 변상일 쪽으로 기울었다.


▲ 5살 차이의 두 기사의 대결에서 위의 홍성지 9단(오른쪽)이 김승재 9단을 6연패의 수렁으로 밀어 넣으며 팀 승리를 결정했다.


▲ 첫 출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이연 4단의 세리머니. 더불어 "감독님이 두 눈에 새겨 주셨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 신진서 9단의 조금 색다른 세리머니. "매번 나름의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중계석에서 나왔다.


▲ 신진서 9단이 이따금씩 질 때 팬들의 상당수는 '앵그리 진서'라는 말로 뒤따를 복수극에 기대감을 나타낸다.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앵그리버드 캐릭터.


▲ 이번 주에 걸린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한 정관장천녹. 팀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3지명과 5지명을 제치고 퓨처스리거를 콜업한 최명훈 감독(오른쪽)의 용병술이 빛났다. '신의 한 수' '버럭 명장'이라는 댓글이 인터넷창에서 줄을 이었다.


▲ 신진서 9단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킥스. 2지명 박진솔 9단이 3승5패, 3지명 김승재 9단이 1승6패, 4지명 백현우 4단 3승3패로 5할을 뛰어 넘는 주자가 없다.


▲ "예전에는 상대전적에 조금 부담을 느꼈던 것 같은데 요새는 하도 바둑을 많이 두다 보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홍성지 9단. 오른쪽은 "첫 경기라 꽤나 부담을 느꼈던 것 같고, 그 점이 좋지 않았던 바둑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말한 이연 4단이다.


▲ 5경기 연속 홍수를 이뤘던 에이스결정전이 이틀 연속 잦아든 스튜디오. '3점슛'의 가치 또한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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