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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승' 하고도 웃지 못했다

등록일 2023.03.24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수담 7라운드 2경기

바둑메카의정부, 수려한합천에 2패 후 3연승
김지석, 박정환에 설욕...에이스결정전 여섯 번 만에 첫 승리


김지석 9단은 지난 9일 울산고려아연과의 경기 때 착점을 하고도 시계를 누르지 않는 바람에 다 들어왔던 승리를 내주었다. 또 그 다음 셀트리온과의 경기에선 누른 시계가 멈투지 않아 10여분 간 대국이 중단되는 악재 속에서 심재익 6단에게 재역전승을 거뒀다.

후반기 들어 두 경기 연속 시계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김지석 9단이 이번엔 착수 시간 초과 문제로 두 번이나 대국이 중단되는 천신만고를 겪었다. 정규 오더 3국과 이어진 에이스결정전에서 초읽기 '아홉'에 착점한 후 황급히 버튼을 눌렀지만 두 번 다 기계가 '열'을 부르는 사건이 벌어진 것(23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 수담리그 7R 2G).

▲ 더는 한 경기도 양보할 수 없는 중하위권팀들의 대결에서 바둑메카의정부가 전반기 수려한합천에게 당한 2-3 패배를 그대로 돌려줬다. 대국자들 옆으로 녹화 카메라가 보인다.


다른 반칙과 달리 시간패 문제는 파장도 크고 대국자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판정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대국자가 버튼을 누르는 찰나에서부터 '열' 소리가 나기까지 녹화 화면을 돌리고 또 돌려가며 0.01초의 오차까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김지석 9단의 착수 초과 문제는 두 판 다 '시간 내'가 인정되어 10여분이 흐른 후 정상 속개되었지만, 대국자나 시청자나 이미 흥이 다 깨진 상태에서 김 빠진 승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바둑TV의 유튜브 중계창 또한 바둑 내용보다는 시간패냐 아니냐의 문제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김지석-박영훈 9단의 대국이 중단된 상태에서 왼쪽 조경호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지석 9단도 자신의 패배가 곧장 팀 패배로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자리를 뜰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두 번의 대국 중단 사태는 경기의 흐름도 바꿔 놓았다. 이날 김진휘 6단과 박정환 9단의 선제 2승으로 앞서가던 수려한합천은 찜찜한 사태를 겪으며 후반부 두 판을 내줬다. 이어 2-2 스코어에서 맞이한 에이스결정전에서도 또 한 번의 대국 중단과 뒤따른 자신 시계의 오작동(시계는 멈추고 초는 불리는)에 박정환 9단의 멘탈이 무너지면서 억울한 패배를 감수해야 했다.

"오늘 제가 왜 울고 싶을까요. 실은 선수들이 더 울고 싶었을 텐데요"라고 목소리에 물기가 밴 류승희 캐스터. 옆의 유창혁 해설자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 자신에게만 많이 일어난다면 이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일침을 놓으면서도 "차제에 시계 점검 및 시간패에 관한 규정 문제도 꼭 손을 봤으면 한다"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 낮의 용성전 예선에서 이창호 9단을 이긴 다음 저녁의 리그에서도 박영훈, 박정환 9단을 연파하며 '하루 3승'을 수확한 김지석 9단. 하물며 팀 승리까지 책임진 마당이었으니 크게 웃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밤 12시 7분에 끝난 경기는 승리 세리머니도, 인터뷰도 없이 서둘러 막을 내렸다.


에이스결정전에서의 5전 전패를 끊어내며 승점 2점을 획득한 바둑메카의정부는 2위로 세 계단이나 순위가 뛰었다. 승점 1점을 추가한 수려한합천은 4위.

24일에는 일본기원과 신민준.최정의 울산고려아연이 수담리그 7라운드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사카이 유키-홍무진(0:0), 히로세 유이치-최정(0:0), 후쿠오카 고타로-신민준(0:0), 오니시 류헤이-윤준상(1:0, 괄호 안은 상대전적). 전반기엔 울산고려아연이 3-1로 이긴 바 있으며, 같은 대국자 간 리턴매치는 없다.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전반기의 에이스결정전에서는 박정환 9단이, 후반기에는 김지석 9단이 1승씩을 주고받았다.


▲ 상대전적 3승3패에서 맞선 3지명 대결. 김진휘 6단(왼쪽)이 역전 당한 다음 재역전에 성공하며 설현준 8단의 4연승을 저지했다.


▲ 박정환 9단(오른쪽)은 맥심커피배 결승을 앞둔 이원영 9단을 상대로 5전 5승.


▲ 바둑리그에서 나란히 150승 이상을 기록한 '역사'들의 대결에서 김지석 9단(왼쪽)이 승리하며 12승10패로 간격을 좀 더 벌렸다.


▲ 박종훈 6단의 대타로 두 번째 기회를 잡은 유오성 7단(왼쪽)은 중반에 딱 한 번 끝낼 기회를 놓치며 문민종 6단에게 불계패.


▲ 대학생 서포터즈들의 응원 속에 경기를 시작했다.


▲ 수 십명의 서포터즈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 수려한합천의 고근태 감독이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바둑판을 선물했다.


▲ 바둑메카의정부의 김영삼 감독도 서포터즈들과 한 컷.


▲ 김지석 9단과 함께 화이팅.


▲ 수담리그의 2위~5위 네 팀이 벌이는, 또 벌일 각축전은 안갯속 접전이란 말로는 부족할 듯하다. '정관장천녹은 보내준다'는 가정 하에 과연 어느 두 팀이 살아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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