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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불상사 날린 '하루 2승'

등록일 2023.03.26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 5라운드 1경기

바둑메카의정부, 포스코퓨처엠에 3-2 승
강유택, 15번째 리그 통산 100승


리그의 승부가 자정을 넘기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새벽 1시에 바둑 생중계를 볼 날이 올 것도 같다.

리그의 순위 싸움이 본격화하면서 판당 대국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선수들은 보다 질기고 몸을 사르는 승부를 하고 있다. 어지간해선 던지지 않고 계가까지 끌고 가는 일도 많아졌다. 25일 저녁 7시에 시작한 바둑메카의정부와 포스코퓨처엠의 경기도 그랬다. 자정을 훌쩍 넘기며 0시 42분에 끝났다. 0시 55분, 0시 43분에 이은 올 시즌 세 번째의 늦은 종국 기록.

▲ 수담리그와 난가리그에서 각각 3위에 위치해 있는 두 팀이 이번 시즌 15번째 무박 2일 경기, 25번째 에이스결정전을 벌였다.


바둑메카의정부에서는 이원영 9단과 김지석 9단이 각각 박민규 8단과 한우진 7단을, 포스코퓨처엠에서는 원성진 9단과 강유택 9단이 각각 설현준 8단과 박상진 7단을 꺾으면서 연장 승부로 이어졌다.

원래는 바둑메카의정부의 3-1 승리가 유력해 보였던 승부. 연장된 데에는 곡절이 있었다. 설현준 8단이 원성진 9단을 상대로 승률 99%의 바둑을 놓쳤다. 10집 이상 넉넉하게 앞서 가던 바둑을 후반에 크게 흔들리며 거꾸로 3집반을 패했다.

▲ 백홍석 해설자가 "이 바둑은 역전 가능성이 제로입니다"라고 말하며 다른 판으로 화면을 넘겼던 1국. 한동안 망연자실 앉아 있던 설현준 8단(왼쪽)은 종국 후 자취를 감췄다가 30분 가량 지나서야 검토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11시 20분에 들어간 에이스결정전은 정규 오더에서는 피해갔던 김지석-원성진, 양 팀의 주장들이 마주했다. 결과는 우중앙 승부처에서 사실상 판을 끝내다시피 한 김지석 9단이 원성진 9단의 열화와 같은 추격을 따돌리며 2집반승.

중반 한 때는 10집도 훨씬 넘게 차이가 났던 바둑이 끝내기 무렵에는 1집반까지 격차가 좁혀지자 "원성진 선수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네요. 어떻게든 일어나네요"라며 혀를 내두른 백홍석 해설자. "낼 모레면 마흔인데 바둑이 더 느는 것 같다"고 입을 다물지 못한 최유진 캐스터.

▲ 김지석 9단은 정규 오더 3국에서 한우진 7단을 만나 전날 용성전 예선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갚았다. 상대전적 2승1패.


한편 이날 경기에는 이번 시즌 내내 쓰였던 전자식 계시기가 사라진 대신 선수들이 예선 대국 때 사용하는 일반 시계가 테이블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틀 전 큰 파장을 일으킨 대국 중단 사태를 보고 관계자들이 시계 교체를 서둘렀다는 후문.

"시간패 자체야 어떤 방식으로든 막을 수 없지만, 선수들에게 익숙한 시계인 만큼 판정 시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백홍석 해설자. 옆의 최유진 캐스터는 "김지석 선수가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애로 사항을 다 극복하고 바둑에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긴 중계를 마무리했다.

▲ 2008년부터 꾸준하게 리그를 뛰어온 강유택 9단(왼쪽)이 박상진 7단에게 승리하며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역대 15번째. "몰랐다가 경기 전 중계 화면을 보고 알게 되었다"는 국후의 강유택 9단이다.


에이스결정전 2연승 포함 3연승을 달린 바둑메카의정부는 6승6패, 승점 21점으로 3위였던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포스코퓨처엠은 에이스결정전에서 연패를 당했지만 그 때마다 승점 1점씩을 추가하며 2위.

26일에는 김명훈의 셀트리온과 신민준.최정의 울산고려아연이 인터리그 5라운드 2경기에서 맞선다. 대진은 최철한-박현수(0:0), 김명훈-최정(3:1), 심재익-홍무진(1:0), 윤찬희-신민준(0:3, 괄호 안은 상대전적).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공히 네 번의 에이스결정전에 출전해 원성진 9단은 1승3패, 김지석 9단은 2패 후 2연승.


▲ 같은 2지명에 상대전적도 1승1패, 랭킹도 비슷한 두 기사. 이원영 9단(오른쪽)이 눈꼽만큼 유리한 상태에서 박민규 8단에게서 치명적인 착각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승부가 기울었다.


▲ 하루 2승씩 이틀 간격으로 4승을 쓸어 담으며 두 자리수 승수(10승6패)로 도약한 김지석 9단.


▲ '미압합니다" 고개 숙인 원성진 9단의 세리머니.


▲ 한 주 두 번의 에이스결정전을 모두 승리하며 5전 전패의 트라우마를 떨쳐낸 바둑메카의정부.


▲ 사명을 바꾸고 맞은 첫 경기를 패한 포스코퓨처엠. 다음 주엔 전반기에 이겼던 보물섬정예를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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