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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역전, 또 역전

등록일 2023.04.09

2022~20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 5라운드 5경기

한국물가정보, 원익에 3-2 승


"오늘 우리 기록 세우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창석 9단이 진작에 끝냈어야 할 바둑을 끝내지 못하고 승부의 꼬리가 길어지자 중계석의 최유진 캐스터와 백홍석 해설위원이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이 때가 0시 20분께. 지금부터의 끝내기 승부라면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새벽 1시대 종료를 볼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었다(현재까지는 3월 18일 0시 55분에 끝난 한국물가정보-포스코퓨처엠전이 가장 늦게 끝난 기록).

▲ 다섯 판 중 세 판에서 90% 이상을 가리켰던 승률이 뒤집혔다. 모두 한국물가정보의 역전승.


숨 가쁜 수순이 좀 더 이어졌다. 그런 다음 마침내 역전이라곤 꿈도 꿀 수 없었던 바둑을 강동윤 9단이 뒤집는 장면이 펼쳐졌다. 멘트가 바뀌었다.

"이 바둑은 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최유진)
"강동윤 선수도 그렇고, 원성진 선수도 그렇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백홍석)

양 팀 검토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애간장을 녹인 토요일밤의 5시간 42분. 파란만장했던 인터리그 5라운드 5경기는 마지막 에이스결정전에서 강동윤 9단이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한국물가정보가 3-2로 승리했다. 한국물가정보는 난가리그 1위를 사수했고 원익은 6연패를 이어갔다.

▲ 강승민 8단을 상대로 중반 한 때 10여집이나 앞섰던 이지현 9단(오른쪽)이 2집반을 역전패한 후 괴로워하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드라마라고 하는가. 반대로 원익의 입장에선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가..."라는 장탄식이 멎는 듯 하다가도 나오고 또 나왔던 악몽 같은 밤이었다.

주장 이지현 9단은 강승민 8단을 상대로 거의 들어왔던 선제점을 내주었다. 초반 50수 언저리에서 승률 90% 이상을 찍었던 바둑을 끝내기에서 허망하게 역전당했다. 팀 스코어 2-1에서 한승주 9단에게 역전패한 송지훈 8단의 아픔은 더 컸다. 승률 98%를 지키지 못하고 팀 승리까지 날려버렸다.

▲ "이럴 수가 있나요" "이지현 선수는 10집 넘게 유리했던 바둑을 끝내기에서, 송지훈 선수는 너무 강하게 두다가. 또 마지막 이창석 선수는 너무 물러서다가 전부 대역전패를 당했어요". 인터넷상에서 '에이스결정전을 부르는' '무박 2일의 여신'으로 불리는 최유진 캐스터의 멘트다.


새벽 1시를 넘길 것도 같았던 에이스결정전은 강동윤 9단이 이창석 9단의 백진에서 커다랗게 수를 내며 예상보다 빠른 종국을 맞았다. 불리해진 싱태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던 이창석 9단의 전체 대마를 잡아버렸다.

231수 흑 불계승, 0시 42분 종국. 원익의 검토석에 휑하니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국물가정보 박정상 감독과 한승주 9단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 "끝나고 나서 다같이 내용은 0-5였다, 라는 말을 했다" "그렇지만 바둑이 불리하다고 해서 걷은 판은 한 판도 없었고 끝까지 선수들을 믿었다"는 박정상 감독이다. 오른쪽은 처음으로 개인 기록 10승을 달성한 한승주 9단.


9일에는 보물섬정예와 변상일의 정관장천녹이 인터리그 5라운드 6경기에서 맞선다. 대진은 쉬징언-홍성지(0:0), 쉬하오훙-변상일(1:0), 천치루이-권효진(0:0), 왕위안쥔-이연(0:0, 괄호 안은 상대전적).

2022-2023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2억5000만원, 준우승 1억원. 사상 첫 양대리그로 운영하는 정규시즌은 각 리그의 상위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매 경기의 승점은 4-0 또는 3-1로 승리할 시 3점, 3-2로 승리할 시 2점, 2-3으로 패할 시 1점.

▲ 소속 리그는 다르지만 추가 승점이 절실했던 두 팀이 31번째의 에이스결정전, 21번째 무박 2일 경기를 벌였다.


▲ 1국(장고: 40분+매수 20초), 2~4국(속기: 20분+매수 20초), 5국(초속기: 1분+매수 20초).


▲ 강동윤 9단은 에이스결정전 네 번 출전에 3승1패. 처음 이창석 9단에게 바통을 넘긴 이지현 9단은 세 번 출전해 1승2패.


▲ 리그전적 2승2패에서 3년여 만에 마주한 두 기사. 강동윤 9단이 역전한 순간도 잠시 있었지만 이영구 9단(왼쪽)이 대부분의 시간을 지배하며 불계승, 통산 격차를 7승8패로 좁혔다.


▲ 동료 기사들로부터 '포석의 신'이라 불리는 이창석 9단(왼쪽)이 일찌감치 크게 격차를 벌리며 세 번째 등판한 진시영 9단에게 첫 패점을 안겼다.


▲ 중반까지 거의 명국 같은 내용을 두다가 한 번의 오버페이스로 무너진 송지훈 8단(오른쪽).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회를 노린 한승주 9단의 인내심이 대단했다.


▲ 셀트리온과 포스코퓨처엠에 1점 차로 쫓기고 있는 물가정보로서도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 이제야 말로 더는 물러설 곳이 없게 된 원익. 킥스, 일본기원, 바둑메카의정부와의 세 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 원익의 퓨처스리거로 함께 뛰고 있는 여자 2위 김채영 7단과 3위 김은지 5단. 현재까지의 성적은 김채영 7단이 6승3패로 공동 3위, 김은지 5단은 5승4패로 공동 6위권.


▲ 수담리그에 속한 일본기원팀이 민폐(?)의 대상이 되면서 29번을 치른 인터리그 전적은 16승의 난가리그팀이 13승의 수담리그팀 보다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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