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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합천호(號)의 쾌속행진

등록일 2024.01.06

수려한 합천이 울산 고려아연을 상대로 3대 1 승리를 거두면서 개막 2연승을 거두었다.
한우진의 선취점과 원성진의 달아나는 승리 그리고 한태희의 리그 복귀승을 합쳐서 난적 고려아연을 격파했다.
울산 고려아연은 주장 신민준과 2지명 이창석이 모두 패하면서, 한상조의 역전승이 묻히고 말았다.

▲ 한상조의 시즌 첫 승은 팀 승리와 연관이 없었다



1국 수려한 합천 송지훈 : 울산 고려아연 한상조(승)

지난 시즌 원익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가 만났다. 힘이 좋고 전투에 능한 송지훈과
유연하고 차분한 인상을 주는 한상조는 대비가 되는 기풍을 지니고 있다.

초반은 빠르게 진행됐다. 두 선수 모두 공부량이 많기로 소문난 선수들답게 초반 선택에는 멈춤이 없었다.

바둑의 저울추가 흔들리기 시작한 곳은 하변 전투였다. 한상조가 귀의 뒷맛을 노리면서 부분에 집착하는 사이에 송지훈은 중앙의 요처와 우변의 두터운 자리를 두면서 흐름을 장악했다. 첫 전투의 마지막 수가 잘 놓였다면 승부는 빠르게 결정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송지훈의 손은 느슨한 자리로 향했고 한상조는 버틸 여력을 얻게 됐다. 그 미묘한 변화는 두 번째 전투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한상조는 계속해서 우하의 패에 집착하고 있었다. 반대로 송지훈은 그 패의 가치를 정확하게 몰랐다. 서로가 엇갈린 판단을 하는 사이에 형세는 크게 변동했다.
송지훈이 패를 너무 적은 대가만 받고 내준 것이다. 이는 큰 판단착오였으며 시종일관 비세였던 한상조가 역전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한 번 우세를 잡은 한상조의 반면운영은 훌륭했다. 상대가 전투를 걸어와도 상대해주지 않고 집으로 큰 자리들을 차지하면서 승리로 빠르게 달려갔다.
고려아연의 한상조가 역전승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 한우진의 시즌 성적은 2승1패



2국 수려한 합천 한우진(승) : 울산 고려아연 문민종

신진서보다 어린 선수 중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선수는 문민종과 한우진이 유이하다.
두 선수 모두 중국의 강자들을 이기면서 글로비스배를 우승한 시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하여 바둑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초반에 먼저 주도권을 잡은 쪽은 문민종이었다. 상대의 밭전자 행마의 약점을 치고 들어가서 흠집을 남기고 빠져나오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다만 마무리 수가 빗나가면서 큰 격차로 달아나지 못했고 한우진은 본인의 약점을 정비하면서 후반을 도모했다.

문민종의 기세는 올라있었기에 계속해서 파고들어 상대를 공략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나쳤고, 이 지나친 수를 한우진이 정확하게 받아쳤다.
상황이 엉키자 문민종은 1선으로 넘어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이 선택은 그대로 패착이 됐다.
두터움을 모두 내주면서 얻은 실리였지만, 이 판에서 두터움의 가치는 문민종의 상상을 뛰어넘었고 두터움의 힘을 인지한 한우진은 요소요소를 장악했다.

계속해서 힘을 쓴 것은 문민종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시점에서 정확하게 힘을 쓴 것은 한우진이었던 한판이었고 수려한 합천의 막내는 팀의 선승을 가져왔다.

▲ 4년 만에 바둑리그에 복귀한 한태희


3국 수려한 합천 한태희(승) : 울산 고려아연 이창석

수려한 합천의 4지명 한태희는 군복무와 선발전 탈락으로 인해 4년 만에 리그에 복귀했다.
1라운드에서 강동윤을 상대로 패배를 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시작 전부터 뚝뚝 묻어나왔고, 이 간절한 마음은 판에 그대로 투영됐다.

초반하면 이창석이 떠오를 정도로 초반부의 이창석은 강하다.
그런 이창석을 상대로 펼쳐진 제법 긴 초반전에서 한태희의 수법은 굉장히 날카로웠고 주도권을 잡는 모습까지 가져갔다.
돌을 많이 잡으면서 확정가를 단단히 하고 판을 이끌었다.

물론 이창석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본인의 모양을 한껏 키워가면서 실리의 밸런스를 맞췄고 어느 새 팽팽해진 그래프 속에서 승부처를 맞이했다.

상변과 우변 그리고 중앙까지 엉킨 어지러운 싸움이 일어난 시점에서 누구의 승리도 점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부딪친 흙먼지가 뿌옇게 관전자들의 시야를 가린 어려운 전투가 끝나고 서있는 사람은 한태희였다.
중앙에 놓여있는 요석들을 장악하면서 승기를 잡은 것이다.
19-20 시즌 문유빈에게 승리한 것이 마지막 승리였던 한태희는 정확히 1437일만에 바둑리그 승리를 신고했다.

▲원성진(왼쪽)과 신민준의 대국 신민준은 오늘 오후에 중국에서 귀국했다



4국 수려한 합천 원성진(승) : 울산 고려아연 신민준

원성진은 신민준을 상대로 어려움을 많이 표시했다. 같은 두터운 기풍이어서 그런지 유독 신민준을 만나면 판이 잘 안풀려서 상대 전적도 3승 9패로 크게 밀렸다.
그래도 가장 최근 대국에서 8연패를 끊었다는 것이 원성진 입장에서는 좋은 신호였는데, 오늘 대국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초반은 서로 약간의 실수를 주고 받으면서 잘 어울린 바둑이었다.
중반부터 서로가 두터움을 원하면서 공방전을 펼쳐나가던 중 신민준의 무리수가 등장한다.
타개를 해야되는 지점에서 중앙을 끊으면서 전투를 걸어간 게 과한 수였다.

상대의 무리수를 본 원성진은 먼저 본인의 돌을 단단하게 지켜두었다. 그러고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아생연후살타라는 말에 딱 맞는 훌륭한 전략이었고, 상대의 약점을 찾지 못한 신민준은 방황했다.
원성진의 공격에는 무리가 담겨있지 않았고 서서히 압박해서 중앙에 큰 이득을 얻는 순간 승부는 결정됐다.
수려한 합천의 주장 원성진은 1라운드에 이어 2연승을 거두었고 주장의 힘에 힘입어 수려한 합천은 2연승을 달성했다.

▲신민준과 마찬가지로 오늘 중국에서 귀국한 이창석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월 7일 펼쳐지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는 KIXX(감독 김영환)과 정관장(감독 최명훈)의 경기로 진행된다.
대진은 김창훈-박상진(0:0), 신진서-김정현(2:1), 박진솔-변상일(0:8), 김승재-홍성지(10:5)으로 구성됐다. *괄호 안은 상대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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