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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강림하다

등록일 2024.01.07


1월 7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에서 KIXX가 정관장천녹에게 3 대 2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승부는 모두가 기대했던 대로 에이스 결정전에 가서 신진서와 변상일이 만났고, 또다시 신진서가 이기면서 팀 승리를 완성했다.

▲ 신진서와 변상일의 에이스 결정전 대국모습


에이스 결정전 KIXX 신진서(승) : 정관장천녹 변상일

랭킹 1위와 2위가 에이스 결정전에서 만나는 것은 당연했다.
모두가 예견했던 에이스 결정전 출전 선수들이었고 두 사람의 42번째 대결은 초속기로 펼쳐졌다.

대사정석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대결은 우상에서 패를 둘러싸고 전투가 발발했고, 아 시점부터 바둑은 끝날 때까지 혈투가 지속됐다.

패의 대가로 상변을 관통한 신진서였고, 변상일은 최대한 버티기 시작했다. 본인의 약한 돌을 더 궁지에 몰아넣으면서까지 실리를 챙긴 변상일을 보면서 신진서는 칼을 꺼내들어 대마사냥에 나섰다.

대마(大馬)는 불사(不死)라고 한다. 돌들이 많아지면 탄력이 생기고 그로 인해 살 길이 열리는 까닭에 생긴 말이다.
그러나 잡으러 가는 사람이 신진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급소를 정확히 짚어가며 대마의 숨통을 조여갔다.
변상일이 맹렬히 저항하며 포위망에 흠집을 내자, 신진서는 본인의 죽었던 돌을 이용해서 다시 견고하게 에워쌌다.

대마불사라는 말을 무시하며 대마를 완벽하게 잡아낸 신진서의 승리로 KIXX는 시즌 첫 승을 달성했고, 작년부터 이어오던 변상일의 에이스 결정전 연승은 7에서 마감됐다.

▲정관장천녹의 후보선수로 발탁되어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박상진


1국 KIXX 김창훈 : 정관장천녹 박상진(승)

KIXX의 김창훈은 차분한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좋은 선수다.
지난 라운드에서 박정환에게 제대로 못 싸우고 진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큰 모양이 넓히고 공격을 선택했다.

실리를 선호하는 박상진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흐름이었다. 상대가 모양을 넓히면 그 대가로 자연스럽게 실리를 얻기 때문이다.
충분한 실리를 확보한 박상진은 상대의 진영에 침투를 하며 타개 작전을 시작했다.

많은 프로기사들이 공격을 선호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타개에 비해 공격은 많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 어려움이 김창훈을 덮쳤다.

박상진은 실리가 많은 상태에서 편하게 타개에만 집중했다. 좋은 행마로 자세를 잡는 박상진을 바라보며 김창훈은 차단을 노리는 붙임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다음 수가 너무나도 나약했다. 이미 밟은 걸음이었기에 최강의 수를 두며 밀어붙여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안정적인 스타일의 김창훈에게는 익숙지 않은 작전이었고 엇박자가 나면서 허무하게 공격이 끝나렸다.

선실리 후타개의 정석을 보여준 박상진의 완승국이었고, 양측의 하위지명 대결에서 귀한 승리를 가져온 쪽은 정관장천녹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내용으로 승리를 거둔 신진서


2국 KIXX 신진서(승) : 정관장천녹 김정현

정관장천녹의 김정현은 어릴 때부터 속기에 능했고, 2013 시즌 바둑리그 MVP을 받을 정도로 바둑리그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 부진한 모습이 있었지만, 지난 시즌 바둑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서 랭킹을 끌어올려서 14위에 랭크 했다.
오늘도 초중반 내용이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가 천재지변과 같은 신진서라는 것이 문제였다.

두 선수는 초반부터 여러 차례 자그마한 부분전을 치렀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앞서는 쪽은 신진서였다. 김정현은 잘 뒀지만 신진서가 더 잘 뒀다.
그럼에도 김정현은 물러나지 않고 실리를 챙기며 저항했다. 선실리 후타개는 예전부터 김정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세계 최고를 상대로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 시점에서 신진서는 마치 대마를 공격할 것처럼 응수타진을 했다. 버텨가는 수만 생각하던 김정현이 최강의 수를 두는 순간 신진서의 노림이 폭발했다.
애초부터 노리는 쪽은 상변의 대마가 아니라 우변의 빈틈이었던 것이다.

신진서의 손길은 거센 물줄기처럼 쏟아져내렸고, 김정현이 막아내기에는 이미 늦어있었다.
단 한 번의 폭격으로 상대의 방어망을 완전히 무너뜨린 신진서의 완승국이었다.

▲ 박진솔에게 악몽을 선사하는 천적 변상일


3국 KIXX 박진솔 : 정관장천녹 변상일(승)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매우 일방적이다. 이 대국전까지 8번을 만나 모두 변상일의 승리였다. 이러한 심리적인 부분은 바둑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변상일은 일부러 공간을 비워두면서 전투를 유도했다. 노골적인 전투 유도에 박진솔을 칼을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전투만 붙으면 변상일의 힘에 박진솔이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그와 같아서 단 한 번의 전투로 승부가 끝났다. 우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변상일의 전투는 날카로웠고 내친 걸음으로 버티던 박진솔은 하변의 대마도 잡히고 중앙도 상대에게 포위되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전투가 끝난 직후 인공지능이 말하는 두 사람의 격차는 20집이 넘었고, 사실상 승패는 여기서 마무리됐다.

▲지난 시즌 1라운드 승리 후 오랜만에 정규리그 승리를 거둔 김승재


4국 KIXX 김승재(승) : 정관장천녹 홍성지

랭킹 7위의 홍성지와 랭킹 52위의 김승재는 순위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상대 전적이 10승 5패로 김승재가 앞서고 있다는 부분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였다.

두 선수 모두 강수보다는 부드러운 수를 선택하는 타입이다. 그러다 보니 초중반의 전투는 강하게 충돌하기보다는 잔잔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이런 흐름이 변하기 시작한 지점은 중앙의 요석을 김승재가 장악한 다음부터였다.
요석을 잡으면서 두터워진 김승재는 그 힘을 이곳저곳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좌하와 하변에 갈라져 있던 백 돌들은 그 두터움에 짓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하변 돌이 별다른 대가 없이 몰살당하고 만다.
평소의 홍성지답지 않은 무기력한 바둑이었고, 상대 전적에서 앞서던 김승재는 그 격차를 벌리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 에이스 결정전이 끝난 직후 정관장천녹의 최명훈 감독이 들어와서 선수들과 함께 복기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는 KIXX(감독 김영환)-마한의 심장 영암(감독 한해원) 원익(감독 이희성) - 울산 고려아연(감독 박승화) 정관장천녹(감독 최명훈) - 한국물가정보(감독 박정상) 바둑메카 의정부(감독 김영삼) - 수려한 합천(감독 고근태)의 대진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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