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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그리고 1승

등록일 2024.01.11

1월 11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3라운드 1경기의 승자는 KIXX였다.
먼저 2승을 빼앗기며 위기에 몰린 KIXX였지만, 신진서와 박진솔이 연달아 이기며 에이스 결정전으로 끌고 갔고 신진서가 재차 등판하면 팀 승리를 완성했다.
마한의 심장 영암은 창단 첫 승을 눈 앞에 두고도 신진서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혀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게 됐다.

▲ 에이스 결정전 대국을 시작하는 신진서


에이스 결정전 KIXX 신진서(승) : 마한의 심장 영암 설현준

KIXX의 에이스 신진서와 마한의 심장 영암의 설현준이 에이스 결정전에서 충돌했다.
신진서의 등판은 당연했고, 주장 안성준이 부진에 빠진 시점에서 설현준의 출격도 자연스러웠다.

초반은 4귀 모두에서 삼삼 정석이 펼쳐졌다. 두 선수가 모두 삼삼을 부지런히 들어가면서 판을 짜나갔고, 귀를 다 마무리한 후 우하부터 첫 번째 전투가 발생했다.

중앙에 놓은 신진서의 삭감책을 보던 설현준이 바로 윗 자리를 붙여가면서 시작된 전투는 신진서의 잽 한방에 크게 흔들렸다.
설현준은 차분하게 받아준 것이 오히려 유효타로 들어갔다. 신진서의 숨겨진 의도를 경계하던 설현준은 자신의 돌을 튼튼하게 지켜뒀지만 그 사이 요처를 먼저 점거하면서 달려나간 신진서였다.

뒤를 쫓던 설현준은 최강의 수를 꺼내들면서 신진서에게 부담을 주었다.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배수진을 친 설현준을 바라보며 신진서는 한 발을 물러났다.
상대가 물러나자 더 몰아치며 달려들던 설현준에게 펼쳐진 장면은 신진서의 군대가 자신의 병사들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치 매복계를 그려놨다는 듯이 상대를 에워싸는 신진서의 흰색 그물망은 설현준의 대마를 촘촘히 봉쇄했고 대마의 전멸과 함께 설현준은 항복을 선언했다.

▲ 1국의 승자는 설현준(오른쪽)이었다.



1국 KIXX 백현우 : 마한의 심장 영암 설현준(승)

랭킹과 지명 차이 여러모로 설현준의 우세가 점쳐지는 매치업이었지만, 바둑의 흐름은 팽팽했다. 두터움과 전투를 장점으로 삼는 두 사람이지만, 그런 모습을 서로 경계해서인지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큰 전투없이 진행이 됐다.

전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쪽은 설현준이었다. 상대의 돌을 차단하면서 판을 흔들어갔다.
다만 이 공격은 허점이 있었고, 백현우가 잘 대처하면서 승기를 잡을 기회가 다가왔다.

승부에서 느슨함은 보통 나쁜 결과로 다가온다. 오늘 백현우의 느슨함도 독이 되어 돌아왔다. 상대의 공세가 예상되던 지점에서 공습이 멈추자 설현준은 반격에 나섰다. 본인의 약점을 지킨 후 바로 상대의 돌을 갈라갔다. 양 쪽으로 나눠진 백현우의 돌들은 살기 급급했다.
그 사이 집이 되는 곳을 모두 장악한 설현준은 승리 선언을 했고, 더 이상 변수가 없던 대국은 그대로 마무리가 됐다.

▲ 영암의 4지명 박종훈은 2승 1패의 좋은 출발이다.


2국 KIXX 김승재 : 마한의 심장 영암 박종훈(승)

지명은 김승재가 3지명으로 4지명인 박종훈보다 위지만., 랭킹은 반대로 박종훈이 17위로 52위인 김승재보다 많이 앞서있으며 상대 전적도 박종훈이 2승 0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만났다.
두 선수 모두 안정적인 기풍을 가지고 있기에 차분한 장기전이 될 거라는 예상이 됐지만 바둑은 의외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초반의 주도권을 잡은 쪽은 박종훈이었다. 장고파인 그가 빠른 속도로 두어가며 김승재를 압박했다. 김승재는 무리하게 싸우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장기전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승재의 유연한 모습은 서전에서만 등장하며 다음 전투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두 번째 전투는 김승재에게 악몽이었다.

박종훈은 확정가를 단단히 구축한 후 김승재의 진영으로 쳐들어간다. 일반적인 침투보다도 더 강경하게 부딪치며 전투를 걸어갔는데 이 강수에 김승재가 울컥했는지 너무나도 과격한 수를 착점했다. 그 시점에서 적당히 타협하면 아직은 긴 바둑이었지만 김승재는 다 잡으러가는 수법을 선택을 했고 이는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무리한 공격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고 그 사이로 박종훈은 유유히 도망가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 대국 종료 후 괴로워하는 최철한(오른쪽)


3국 KIXX 박진솔(승) : 마한의 심장 영암 최철한

양 팀의 큰 형들간의 대결이다. 두 선수는 그동안 12판을 겨뤄서 최철한이 9번을 이겼지만, 최근 3전으로 좁혀보면 2승 1패로 앞서는 쪽은 박진솔이었다.
9대3이라는 수치보다는 어려운 승부가 예측이 되었고 내용은 팽팽하게 흘러갔다.

흑을 쥔 최철한은 중앙 작전을 구사하며 공간을 넓혔고, 박진솔은 상대의 모양을 견제하면서 부분전을 이어나갔다.
큰 전투로 불이 붙지는 않았지만 작은 전투는 계속해서 일어났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지다가 막바지에 이르어서 화려하게 폭발했다.

두 사람 모두 후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런 두 사람이 시간이 없는 시점에서 물러나는 선택을 할 리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목을 노리는 전투로 대규모 바꿔치기가 이뤄졌고, 그 시점에서는 매우 미세했다. 하지만 최철한은 하나를 놓치고 있었고 박진솔은 그 수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만사휴의(萬事休矣) 급소에 돌이 놓이는 순간 최철한은 그대로 무너졌고 박진솔은 시즌 첫 승을 팀이 간절히 바랄때 만들어냈다.

▲ 안성준에게 저승사자와 다름없는 신진서는 안성준 상대 11연승을 기록했다



4국 KIXX 신진서(승) : 마한의 심장 영암 안성준

최근 5연승과 바둑리그 13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신진서와 최근 7연패의 부진에 빠져있는 안성준이 만났다.
심지어 상대 전적은 신진서 기준 10승 0패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모든 부분이 신진서의 절대 우세를 가리켰고 실제로도 그렇게 흘러갔다.

초반부터 신진서는 작정한 듯 최강의 수만 선택했다. 전투에 자신 있는 안성준 입장에서도 나쁜 구도는 아니었으나 떨어진 컨디션은 좋은 수를 찾지 못했다.

승부가 갈린 전투는 하변 전투였다. 안성준의 수읽기는 정확히 돌을 잡는 수를 찾았지만 신진서의 판단은 돌을 버리고 우세를 장악하는 지점까지 나아가 있었다.
시야의 차이는 형세의 차이로 이어졌고,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안성준이 결사항전을 선택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매서운 신진서는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리면서 정규리그 연승과 안성준에 대한 연승을 이어갔다.

▲ 에이스 결정전이 끝난 후는 검토하는 마한의 심장 영암팀 선수들이다 신생팀의 첫 승은 언제 나올까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월12일에 두어지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2경기는 원익(감독 이희성) 과울산 고려아연(감독 박승화) 대결이다.
대진은 이지현-신민준(5-6). 박정환-랴오위안허(3:0), 박영훈-문민종(1:1), 김진휘-이창석(1:2)으로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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