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한승주의 역전드라마

등록일 2024.01.14

1월 13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3라운드 3경기에서 한국물가정보가 정관장천녹을 상대로 3대1 승리를 만들었다.
용병 당이페이가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박민규 강동윤 한승주가 순차적으로 승리하면서 팀의 역전승이 완성됐고, 이 과정에서 한승주는 승률 기대치 1% 미만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 3라운드 내내 대역전승을 거두고 있는 한승주의 힘으로 한국물가정보는 시즌 전적 2승 1패와 승점 7점을 확보했다.
반면 정관장천녹은 에이스 변상일이 완승을 거두었음에도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민규(오른쪽)와 박상진의 대국 종료 후 모습이다


1국 정관장천녹 박상진 : 한국물가정보 박민규(승)

한국물가정보의 새로운 3지명이 된 박민규와 후보로 선발이 됐지만 전경기 출전 중인 박상진의 대결은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매치업은 아니지만 팀 승부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승부처가 되는 판이었다.

초반의 흐름을 가져간 쪽은 박상진이었다. 탄탄하게 실리를 챙긴 이후에 차분하게 상대의 진영을 삭감했다. 수순이 매끄럽고 좋은 위치를 장악한 박상진의 초반은 훌륭했다.
박상진의 좋은 초반을 지켜보던 박민규의 반격은 중앙 전투부터 시작됐다.
상대의 곤마를 강하게 압박하여 적절한 득점을 올리면서 승부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서로 한 번씩 펀치를 주고 받은 후 맞이한 승부처는 하변이었다. 중앙에 두터움을 쌓아올린 박민규는 과감하게 파고 들면서 상대의 실리를 빼앗고, 여세를 몰아 공격으로 전환했다.
이 시점에서 박상진은 결연하게 싸웠어야 했다. 하지만 공수가 급격히 바뀐 상황에서 강하게 버티는 선택은 어려웠다. 박상진이 본인의 돌을 돌보는데 집중하는 사이 박민규는 요처를 장악하며 승부의 흐름을 잡았다.

그 이후로도 박상진의 끈질긴 추격이 이어지며 반집 승부까지 좁혀졌지만 역전이 발생한 지점은 없었고 박민규는 귀한 반집을 지키며 승리를 완성했다.

▲ 이번 시즌 4승 1패를 기록 중인 변상일


2국 정관장천녹 변상일(승) : 한국물가정보 당이페이

한국물가정보의 당이페이가 등장했다. 원익에서 구쯔하오를 데려오기 전까지 가장 빅네임이었고, 최근 몽백합배 결승에 오르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았다. 더구나 전날 등장했던 랴오위안허가 좋은 내용으로 승리를 가져갔기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당이페이가 어떤 바둑을 보여줄지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러한 기대가 꺾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변상일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면서 전장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전투를 즐기는 인파이터 성향의 변상일과 균형잡힌 바둑을 보여주는 아웃복서형 당이페이의 술래잡기가 초반부터 펼쳐진 것이다.

승부의 흐름이 요동치는 지점은 우변이 되었다. 변상일이 당이페이의 허점을 파고 들면서 상대의 뒤를 잡아챈 것이다. 놀란 당이페이가 힘을 주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꽉 잡고 있는 변상일의 악력에 제대로 된 반격도 못하고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시간에 몰린 당이페이는 이리저리 흔들면서 최대한 버텨보았지만 승기를 잡은 이후의 변상일은 느슨함 없이 최강의 수법으로 밀어붙였고 승부는 그대로 마무리가 되었다.

한국 랭킹 2위 변상일은 당이페이를 상대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며 팀에게 선승을 안겼따.

▲ 이번 시즌 3연승으로 시작한 한승주


3국 정관장천녹 홍성지 : 한국물가정보 한승주(승)

정관장천녹과 한국물가정보가 강팀으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변상일과 강동윤이라는 에이스가 있기도 하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홍성지와 한승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지난 시즌은 양대 리그로 정관장천녹과 한국물가정보가 각기 수담리그와 난가리그에서 우승했다)에 공헌하며 이번 시즌 보호를 받았다.
감독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2지명들간의 격돌은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갔다.

초중반의 흐름은 치열하고도 팽팽했다. 무술고수들의 대결처럼 칼이 상대의 급소로 향했다가도 상대의 노림수를 보고 물러나면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균형이 맞아있던 대국에 폭풍우가 밀려온 장소는 우변이었다.

한승주의 착각이 나오면서 홍성지의 노림수가 불을 뿜었고, 한승주의 돌들은 모조리 몰살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 시점에서 한승주의 승리 기대치는 1% 남짓에 불과했으며 홍성지의 결정타가 나온다면 그대로 돌을 담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부터 한승주의 놀라운 버팀이 시작됐다. 1라운드 한우진, 2라운드 안성준을 상대로도 대역전승을 거두었던 한승주의 승부 호흡에 홍성지가 말려들고 만다.
상대가 흔들리는 것을 본 한승주의 수법은 더욱 더 날카로워졌고 시간이 없어진 홍성지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한승주의 대역전승으로 한국물가정보는 환하게 웃을 수 있었고, 믿었던 홍성지의 역전패에 정관장천녹은 무너지고 말았다.

▲ 강동윤(왼쪽)은 한상훈을 상대로 승리했다


4국 정관장천녹 한상훈 : 한국물가정보 강동윤(승)

선발전을 통과해 4지명으로 뽑혔지만, 박상진에게 밀려 이번 시즌 첫 출전인 한상훈이 만난 상대는 한국물가정보의 에이스 강동윤이었다.

올 시즌 데뷔전부터 난적을 만난 한상훈은 본인 스타일대로 판을 풀어나갔다. 차분하게 포석을 짜두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면서 부분전을 이어나갔다.
그런 상대를 보던 강동윤은 무리하게 버티기 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만들어가며 운영했다.

본인의 돌을 단단히 지킨 후에 큰 자리를 찾아나가는 강동윤의 시야는 넓고도 정확했다.
잠시 한상훈이 부분에 집착한 사이에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기 시작했고 한 번 멀어진 두 사람의 레이스는 끝낼때까지 가까워지지 못했다.

에이스 강동윤의 멋진 대국이었고, 조용하게 팀에게 소중한 승리를 전달했다.

▲ 당이페이는 컨디션 난조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변상일(오른쪽)과 당이페이는 손으로 복기를 나눴다. 말로 하는 대화는 어렵지만, 손으로 하는 대화는 문제없었다


▲ 원익에 이어 2위 자리로 올라간 한국물가정보


▲ 3라운드 3경기까지 진행됐다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월14일에 두어지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는 수려한 합천(감독 고근태)과 바둑메카 의정부(감독 김영삼)의 대결이다.
대진은 한우진-김명훈(0:3) 원성진-이원영(5:4) 한태희-박건호(3:3) 송지훈-박재근(1:2)으로 성사됐다. *괄호 안은 상대전적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