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바둑뉴스

바둑뉴스

반상에 펼쳐진 신진서 매직

등록일 2024.01.19

1월 18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펼쳐진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1경기에서 KIXX가 수려한 합천을 상대로 3 대 2 승리를 거두었다.
신진서가 또 다시 마법 같은 승리를 거두며 하루 2승을 책임졌고, 백현우의 시즌 첫 승이 더해지며 팀은 3연승을 이뤄냈다.
다만 KIXX의 시즌 총 승수 10승 중에 7승이 신진서가 거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선수의 분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수려한 합천은 개막 이후 달려오던 3연승이 끊어졌다. 주장 원성진은 하루 두 판을 패배했지만, 에이스 결정전에서 보여준 투혼은 지켜보던 모든 이를 감탄케 했다.

▲ 치열했던 사투가 끝난 후 두 선수는 잠시 멈추었다가 복기를 시작했다. 신진서(왼쪽)과 원성진의 모습


에이스 결정전 KIXX 신진서(승) : 수려한 합천 원성진

2국에 이어서 다시 만난 각 팀의 주장들의 대국은 앞서 바둑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이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같았다.
먼저 진행된 2국에서 패했던 원성진은 대국 종료 후 마음을 가다듬고 대국에 임한 것이 초반부터 느껴졌다. 먼저 확실한 실리를 챙기고 타개를 하는 전략을 세웠다.

원성진의 선실리 후타개에 신진서는 강하게 대처한다. 마치 대마를 잡을 듯이 압박을 했지만 과한 작전이 되고 만다. 깔끔하게 대마를 살린 원성진의 우세는 단단해졌고 불리함을 의식한 신진서가 우하에서 한 수 늘어진 패를 걸어갔다.
패는 요술쟁이라고 한다. ‘마법사’ 신진서가 패를 이용해서 판을 흔들기 시작하니, 시간이 없던 원성진은 흔들리고 말았다.

팻감을 받는 과정에서 원성진의 첫 번째 실수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실수는 다음 실수를 불렀다. 실수를 직감한 원성진의 버팀이 두 번째 실수가 된 것이다.
신진서는 상대의 실수를 보자마자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초반에 단단하게 지어났던 원성진의 진영을 다 부수면서 집으로 역전에 성공한 후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잡혔던 자신의 돌을 다 살리면서 우세를 장악했다.

투지의 원성진은 심적으로 무너질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버텨내며 또 다시 승부처를 만들어낸다. 신진서가 크게 둘러친 중앙 집의 약점을 찾아서 바둑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 수만 더 잘 두면 다시 팽팽해지는 순간, 양 팀의 검토진은 숨을 참으며 지켜보던 바로 그 순간에 원성진의 집중력이 끊어지고 만다. 치열했던 대 사투의 끝에 서있는 사람은 신진서가 되었고, KIXX는 3연승을 이뤄냈다.

▲ 백현우의 시즌 첫 승이 꼭 필요할 때 나왔다.


1국 KIXX 백현우(승) : 수려한 합천 송지훈

올 시즌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하고 있는 백현우는 지난 라운드 설현준에게 좋은 기회를 잡고도 느슨한 수를 선택해서 역전패를 당했었다.
일주일이 지나서 돌아온 백현우의 모습은 지난주하고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백현우와 송지훈 모두 전투력에 강점이 있다는 평을 받는 선수들이다.
같은 기풍에서는 자기 스타일로 이끄는 게 중요한데 오늘은 백현우가 자신의 바둑을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모양을 넓히고 두터움을 쌓아 올린 후 기다리는 백현우를 바라보며 송지훈은 결의를 다지며 침투를 선택했다. 다만 공격에 능한 송지훈은 역설적으로 상대의 매서운 공격수가 너무나도 잘 보였고 조심스럽게 사는 선택을 했으나 이는 매우 좋지 못했다.
우선 상대가 너무 두터워졌으며, 그런 피해를 보고도 확실하게 살지 못했다는 것이 타개 실패의 이유였다.

우세를 잡은 백현우는 두터움을 바탕으로 계속 공세를 이어갔다. 팻감이 많기에 패도 걸어가면서 상대를 궁지로 몰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송지훈이 버티자 과감하게 칼을 뽑아서 대마사냥에 나선 백현우의 모습에서 지난 라운드의 느슨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호해진 백현우는 시즌 첫 승을 달성했고 KIXX에게는 귀한 추가점이 되었다.

▲ 2국 대국 장면이다. 신진서는 이 대국 승리로 바둑리그 25연승을 달렸으며, 에이스 결정전 승리를 포함한다면 2024년 9승 무패다.


2국 KIXX 신진서(승) : 수려한 합천 원성진

지난 시즌 신진서는 하루 세 판을 두던 날 원성진에게 패하면서 단일 기전 연승 기록을 36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때의 빚을 가지고 있었을까. 오늘의 신진서는 매서운 내용을 보여준다.
초반이 끝나자마자 발생한 우하 전투에서 원성진의 실수를 응징하며 흐름을 가져온 신진서는 타이트한 수법을 구사하며 원성진을 압박했다.

강력한 상대의 공세에 원성진은 휘청거리면서도 항전을 이어나갔다.
특히 하변 쪽에서 몰리던 원성진의 반격은 신진서가 장고에 빠져들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러나 원성진의 저항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더없이 냉정한 신진서는 장고 끝에 안전한 수를 찾아내며 빠져나갔다.
위기를 벗어난 신진서는 하변 전투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더욱 더 단단하게 벽을 세우고도 안정적으로 판을 정리했다.

영리하면서도 터프한 신진서의 다채로운 반면 운영에 원성진은 제대로 된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해야 했다.
‘만인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신진서의 힘이 과시된 한 판이며, 이 승리로 KB국민은행 바둑리그 25연승과 함께 지난 시즌 연승 저지의 빚을 갚았다.

▲ 수려한 합천의 4지명 한태희는 주장에게 한 판을 졌을 뿐 2지명 3명에게 모두 승리하며 팀의 복덩이가 되고 있다


3국 KIXX 박진솔 : 수려한 합천 한태희(승)

4년 만에 리그에 복귀한 한태희는 이창석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 후에 박건호를 상대로 좋은 내용과 함께 2연승을 거뒀다.
연승의 기세는 오늘 바둑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초반부터 돌들이 엉키면서 복잡한 형태가 만들어졌다. 난전을 좋아하는 박진솔은 과감하게 상대의 돌을 차단하는 선택을 했지만, 이 수법은 때이른 패착이 되고 만다.
공격을 걸어가다 보면 내 돌에도 약점이 생기고는 한다. 박진솔의 돌 모양에도 빈틈이 생겼고 이 기회를 놓칠 한태희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급소를 찌른 후 한태희의 이어지는 수순은 거침이 없었다. 안형을 만들지 못한 박진솔의 대마를 일직선으로 잡으러 갔고 이 무서운 결단은 대국 종료를 앞당겼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 한태희의 힘이 나타난 멋진 완승국이었다.
2지명들에게 3연승을 거두면서 2지명 킬러로 거듭난 한태희의 승리는 수려한 합천에게는 반격의 신호탄이 되었다.

▲ 한우진(왼쪽)의 승리로 양 팀의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으로 향했다



4국 KIXX 김승재 : 수려한 합천 한우진(승)

거대한 중앙 작전과 화려한 타개로 펼쳐진 한 판이었다.
차분한 성향을 가진 김승재가 평소와 다르게 큰 모양을 펼치며 우주류를 구사하자 한우진은 극단적인 실리 작전을 시도했다.
과거 ‘폭파 전문가’ 조치훈과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의 대결을 연상케하는 바둑의 구도가 그려졌으나 형세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팽팽하던 승부가 조금씩 한우진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시점은 김승재가 공격을 멈춘 직후였다.
어느 정도 공격으로 득점을 올렸다고 생각한 김승재가 후반을 기약하는 전략을 채택한 시점이 조금 일렀던 것이다.

대마기 안정을 찾은 후의 한우진은 반대로 김승재의 약점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 칼날은 날카로웠고 위축된 김승재는 안 지켜도 되는 곳을 지켰고, 이 수가 패착이 된다.
한 수를 벌은 한우진이 집으로 큰 자리를 두어 가며 우세를 확립했고 김승재의 마지막 승부수마저 정확히 막아내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한우진의 시즌 세 번째 승리는 팀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 에이스 결정전의 후반부가 치열해지자 수려한 합천 선수단이 화면 앞으로 몰려들었다


▲ 대국 종료 후 모두 모인 수려한 합천 선수단은 복기를 하면서 주장 원성진을 위로했다


▲ KIXX와 수려한 합천의 4라운드 1경기


▲ 합천은 패했지만 승점을 얻으면서 잠정 1위가 되었고 KIXX는 4위에 랭크했다



지난 시즌 양대 리그에서 단일리그 8개 팀 출전으로 변화한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1월 19일 금요일에 진행되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는 바둑메카 의정부(감독 김영삼)과 마한의 심장 영암(감독 한해원)의 대결로 펼쳐진다.
대진은 양카이원 - 최철한 (0:0) 김명훈 - 설현준 (3:4) 이원영 - 안성준 (1:3) 박건호 - 박종훈 (1:0)이다. *괄호안은 상대전적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