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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려아연의 아름다운 밤

등록일 2024.01.28

1월 28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 바둑리그 5라운드 4경기는 울산 고려아연의 완봉승으로 끝났다. KIXX의 에이스 신진서가 LG배 결승전 일정 관계로 결장한 사이 울산 고려아연의 모든 선수들은 좋은 내용으로 상대들을 압도했고, 올 시즌 첫 4 대 0스코어를 만들었다.

▲중국리그를 두고 어제 저녁에 귀국한 이창석이지만 피로는 대국 내용에 보이지 않았다.


1국 KIXX 김창훈 : 울산 고려아연 이창석(승)

‘바둑신’ 이라는 별명이 이창석에게 생기던 시절에 그가 펼치던 초반전은 수준이 높기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 이후로 많은 기사들이 인공지능 연구를 많이 하면서 전체적으로 초반 이해도가 높아진 지금에도 이창석의 초반은 변함없이 강력하다. 그런 그가 주는 압박감은 상대를 제풀에 무너지게 만들었다.

김창훈은 차분함을 장점으로 하는 선수임에도 초반부터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적극적으로 끊어가는 선택을 하는 김창훈은 평소와 달랐다. 이창석 입장에서는 주변이 두텁고 축도 나쁘지 않은 전투 구도였기에 피할 이유가 없는 싸움이었다.

불리한 전장에서 싸우던 김창훈은 때이른 실패를 겪게 된다. 무리한 수법을 이어가다가 이창석의 적절한 반격에 좌변 일대를 모두 잃으며 후퇴를 해야 됐고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단조로운 판의 형태였기에 초반의 큰 실패를 뒤집을 만한 공간은 나오지 않으면서 대국은 알기 쉽게 종료가 되었다.

‘초반의 신’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이창석의 멋진 초반에 이은 깔끔한 완승국으로울산 고려아연은 2승을 먼저 가져갔다.

▲ 랴오위안허는 시즌 2승 0패


2국 KIXX 김승재 : 울산 고려아연 랴오위안허(승)

지난번 박정환을 상대로 훌륭한 데뷔 전을 치렀던 랴오위안허가김승재와 2국에서 만났다.
서두르지 않는 성향의 두 기사는 차분한 포석을 두어 가며 장기전을 기약했다. 정석으로 구성된 초반이 마무리가 되고 판이 서서히 채워진 시점에도 인공지능 그래프는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고 대등한 형세임을 알려줬다.

미세한 승부로 가서 끝내기 승부가 예상되던 흐름에서 변동이 발생한 곳은 우변의 전투였다. 랴오위안허의 압박에 김승재가 패로 버텼던 수가 좋지 않으면서 랴오위안허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강력한 팻감을 쓰면 김승재는 진퇴양난이었다.

그러나 형세를 낙관한 랴오위안허가 작은 팻감을 쓰는 선택을 하면서 판이 다시 크게 요동치려는 시점에서 김승재의 결정적인 패착이 등장한다. 버티는 선택은 옳았지만,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상변을 둔 수는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양쪽의 이득을 모두 내주게 되었고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쉽게 쉽게 두면서도 대세를 놓치지 않은 랴오위안허의스타일은 속기 방식에서 더욱 강점이 있다는걸 입증한 한 판이었고, 이 승리로 울산 고려아연은 한발 앞서나갔다.

▲ 신민준(오른쪽)과 백현우의 복기 장면


3국 KIXX 백현우: 울산 고려아연 신민준(승)

랭킹 4위와 57위의 객관적전력 차이는 분명히 있었다. 더구나 앞에 선수들이 패한 것을 알고 들어간 백현우의어깨는 매우 무거웠다. 신민준이라는 난적을 상대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고, 압박감은 안 그래도 장고 파인 백현우를 더 느리게 만들었다.

초중반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고 어려운 바둑이었다. 적당한 타협으로 정리가 된 후 반대편으로 손을 돌릴 때 눈에 띄는 차이점은 제한 시간의 격차였다.

피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바둑리그에서 제한 시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20초에 한 수를 두게 되면 아무리 강자라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대국에서 중반에 돌입할 때 신민준은 10분 이상이 있었고, 20초에 몰린 백현우는 실수를 범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실수를 발견하고도 신민준은 차분했다. 쌓아두었던 시간을 조금씩 소모하면서 좋은 수를 골라두었고 상대와 시간에게 동시에 몰리는 백현우가 대처하기 어려웠다.
에이스다운 대국을 보여준 신민준의 완승으로 울산 고려아연은 승리를 확정 지었다.

▲ 한상조도 시즌 2승(2패)



4국 KIXX 박진솔 : 울산 고려아연 한상조(승)

2년 전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지만, 바둑판 앞에서는 한치의 물러남이 없는 혈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불이 붙은 두 선수는 전장을 바꿔가며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나갔다.

박진솔은 수읽기가 빠르고 잔수가 강하다. 반면에 한상조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편이다. 난전은 박진솔이 원하는 그림이었고, 여러 차례의 힘겨루기에서 상처를 입고 물러나는 쪽은 한상조였다.그럼에도 한상조는 상대의 빈틈을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이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계속 밀어붙이던 박진솔은 우세를 느끼고 후반 운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인의 대마에 약점이 있다는 부분을 놓치고 있던 그에게 한상조의 비수가 날라들었다. 천려일실(千慮一失) 많은 생각 속에서 하나를 대비하지 못했고 한상조는 정확하게 찌르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팀의 완봉승을 만들어내는 한상조의 멋진 일격이었고 이 승리로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 랴오위안허의 세러모니 B컷 2번 찍었고 방송에는 조금 더 손을 높인 장면이 나갔다.


▲ 5라운드 4경기


▲ 울산 고려아연은 오늘 승리로 4위가 됐다.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매주 목 금 토 일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는 정관장천녹(감독 최명훈) - 바둑메카 의정부(감독 김영삼), KIXX(감독 김영환) - 한국물가정보(감독 박정상), 수려한 합천(감독 고근태) - 원익(감독 이희성) 울산 고려아연(감독 박승화) - 마한의 심장 영암(감독 한해원)의 대진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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