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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고대하던 첫 승

등록일 2024.02.01

2월 1일 한국기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 바둑리그 6라운드 1경기는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바둑메카의정부가 정관장천녹을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강력한 전력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개막 후 승리가 없던 바둑메카의정부는 박건호의 하루 2승을 앞세워 감격의 시즌 첫 승을 따냈고, 정관장천녹은 에이스 변상일이 타이트한 일정에 발목 잡히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 박건호(왼쪽)과 변상일의 복기 장면


에이스 결정전 정관장천녹 변상일: 바둑메카의정부 박건호(승)

전날의 큰 시합을 두고 주장전까지 치른 변상일이지만, 정관장천녹에서그를 대체할 선수는 없었다. 2지명 홍성지가 컨디션 난조로 오더에서 제외된 시점에서 변상일이아닌 다른 선수가 에이스 결정전에 나서는 것은 그려지지가 않았다. 반면에 바둑메카의정부는 여러 대안지가 있었지만, 가장 컨디션이 좋아 보이며 변상일에게2연승을 거두고 있는 박건호를 선택했다.

초반부터 서두른 쪽은 변상일이었다.상대방의 힘이 강한 곳에서 무리하게 싸우며 판을 그르칠 위기에 처했다. 박건호가 약간의 실수를 범하며 승부는 길어졌지만, 변상일의 행마에는 피로감이 담겨 있었다.

중반에 돌입한 직후에 박건호의 행마는 앞선 3국과는 달랐다. 확실하게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모양을 키웠다가 다시 손을 돌리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판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 사이 변상일은 상대의 진영을 깨며 격차를 줄여나갔다.

두 사람 모두 두 번째 대국을 치르면서 쌓인 피로감이 나타나는 대국이었고 피로가 더 큰 쪽은 변상일이었다.아직 좋지 않은 형세임에도 자신의 집을 지키는 방향을 잡았고 이 선택은 결정적인 실수가 된다. 박건호의 넓은 진영이 그대로 집이 되면서 확정가의 차이가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바둑메카의정부의 박건호가 하루 2승을 하며 팀의 긴 연패를 끊어내는 순간이었고 변상일은 피로에 무너지고 말았다.

▲ 박상진(오른쪽)은 역전승을 거두며 시즌 3승(3패)을 기록했다.


1국 정관장천녹 박상진(승) : 바둑메카 의정부 허영호

지난 라운드에 난적 강동윤을 제압하며 시즌 첫 승을 거둔 허영호와 시즌 전 경기를 출전하며 최명훈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박상진이 만났다.

초반에 서두르는 쪽은 박상진이었다.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지점에서 본인의 화려함을 과시하려 했고, 이는 허영호의 반격을 초래했다. 허영호의 공세는 날카로워서 상대 대마를 패로 몰아넣었다. 박상진이 대마를 추스르는 사이 패의 대가를 얻으며 초반을 완벽히 장악한 허영호였다.

덤 정도의 격차가 벌어진 시점에서 박상진은 차분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분명 본인이 나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무리하지 않으며 서서히 추격하는 노선을 걸어갔고 이 차분함은 상대인 허영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승부에서 서두름과 초조함은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쫓기는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초조한 감정은 가지 않아도 되는 길로 가게 하고 오늘의 허영호도 그러했다.
단순하게 두었으면 좋았다. 그러나 한 발 더 나가려고 했고 이는 박상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기회가 오자 박상진의 손길은 자신감 있게 나갔다. 정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역습은 빈틈이 없었고 순식간에 역전을 넘어 승기를 굳혔다.

참고 인내하던 박상진의 멋진 역전승이었고, 이 승리로 정관장천녹은 먼저 2승 고지를 점령했다.

▲ 변상일(왼쪽)과 김명훈은 사투를 벌였다.


2국 정관장천녹 변상일(승) : 바둑메카 의정부 김명훈

바로 전날 LG 배 결승전 패배로 심신이 지쳐있을 변상일과 최근 부진으로 인해 부담감을 지닌 김명훈의 주장전은 팬들이 기대하는 화려한 전투로 판을 수놓았다.

수읽기에 강점이 있고 난전을 즐기는 동갑내기 두 주장은 목진석 해설 위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마치 삼국지의 맹장들처럼 밤에도 불을 밝힌 채 수백합을 겨루었다. 그 과정에서 물러남이라는 선택지는 그들에게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변에서 시작된 전투는 서전이자, 최후의 전장이 되었다. 서로의 칼끝이 처음 맞닥뜨렸던 하변은 전투가 끝났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은 곳이었다. 그 이유는 ‘광전사’ 김명훈이 선택한 과감한 수법에 있었다. 본인의 돌을 귀곡사로 죽이면서 그 돌을 에워싼 변상일의 대마를 더 크게 포위한 것이다.

귀곡사란 바둑 규칙상 잡힌 돌로 처리된다. 그러나 주변의 돌들이 못 살아있다면 패로 변한다. 다만 그 시점이 뒤로 밀리게 된다. 변상일의 대마를 한 수씩 줄이는 것은 단순 끝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결국을 발생할 패였고, 이를 염두에 둔 두 사람은 계속해서 팻감을 신경 쓰며 전투를 이어나갔다.

종국에 가까워졌음에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김명훈은 공배를 채우고 변상일은 자기 집을 메우면서 팻감을 지우는 묘한 진행이 이어진 끝에 결말이 드러났다. 단 하나의 팻감 차이로 승자가 나타났다. 수백합을 겨루고 마지막에서 이르어서 결정된 승리를 가져간 이는 변상일이었고, 어제의 아픔을 딛고 팀에 소중한 1승을 안겼다.

▲ 한상훈(오른쪽)은 3라운드에 이어 두 번째 등판이었지만 박건호에게 막혔다.


3국 정관장천녹 한상훈 : 바둑메카 의정부 박건호(승)

연말부터 뜻하지 않은 연패에 빠져있던 박건호는 최근 들어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었다.
팀이 연패를 당하면서 2지명으로 부담감도 느낄 그였지만, 그러한 부담감을 날려버릴 정도의 좋은 리듬을 바둑판 위에서 보여줬다.

좌상에서 발생한 패를 둘러싸고 펼쳐진 공방전이 첫 번째 승부처이자 마지막 승부처가 되었다. 패가 만들어진 직후부터 박건호는 팻감 공작을 훌륭하게 해내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그 시점에서 한상훈의 실수까지 겹치며 때이르게 격차가 벌어졌다. 덤 정도의 차이였지만 바둑이 단조롭게 구성된 구조였기에 한상훈의 추격전은 어려움이 많았다.

우세를 잡은 후 승리로 이어지는 길은 쉬워 보이면서도 많은 유혹을 피해야 하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의 박건호는 한상훈의 조용하면서도 끈덕진 추격전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설령 판의 형식이 단조롭다 해도 이 길은 참으로 어려운 길이건만 그는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굳건한 박건호는 상대에게 단 한 번의 기회조차 내주지 않으며 승리했고, 이 승리는 의정부에게 단비와 같았다.

▲ 의정부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이원영이다.


4국 정관장천녹 김정현 : 바둑메카 의정부 이원영(승)

날렵한 김정현과 묵직한 이원영이 만났다. 실제 체형도 그렇지만, 두 선수의 기풍 자체가 발이 빠르고 맥을 짚을 줄 아는 김정현과 힘이 좋고 끈덕지며 난전에 능한 이원영은 분명히 대비가 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간격을 두고 두느냐, 돌들이 엉키고 맞닿은 상태로 두느냐가 두 사람의 승부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대국은 진흙탕에서 구른 형국이 되었다. 즉 이원영이 원하는 그림으로 흘러간 것이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두면서 싸움을 유도한 이원영의 전략에 김정현이 말려들었다. 중반의 도입부에서 첫 전투가 발화되었는데 이 서전에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일직선상으로 밀어붙이는 ‘장사’ 이원영의 힘을 김정현이 견뎌내지 못하고 대마가 모두 잡히고 만 것이다.

본인의 스타일대로 판을 이끌어낸 이원영의 영리함이 돋보였던 한 판이었고 이 승리로 이원영은 시즌 4승을 달성했다.

▲ 의정부의 검토실은 에이스 결정전 대국에서 승기를 잡고도 마음을 놓지 않은 채로 지켜봤다.


▲ 6라운드 1경기 결과


▲ 바둑메카 의정부는 첫 승과 함께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더블리그 총 14라운드로 진행되며, 상위 네 팀이 스탭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정규리그는 매주 목 금 토 일 진행되며, 대국 시간은 저녁 7시에 1국과 2국이 시작하고 8시 반에 3국과 4국이 열린다.

승점제로 순위를 가리며, 4대0 3대1 승리 시에는 승점 3점, 3대2 결과가 나올 때는 승리 팀이 2점 패배 팀이 1점을 획득한다. 무승부가 날 경우에는 양 팀에 모두 1.5점이 주어지며 1대3 0대4 패배의 경우 승점을 얻지 못한다.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을 사용한다. 장고전은 40분에 매 수 20초 추가, 2~4국은 10분에 매 수 20초가 추가된다. 2 대 2 동점 시에 펼쳐지는 에이스 결정전의 경우 1분에 매 수 20초가 더해지는 초속기로 진행되며 개인의 에이스 결정전 최대 출전 수는 6판이다.
*피셔 방식은 기본 제한 시간이 주어진 후 착점 할 때마다 제한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상금은 우승 2억 5000만 원, 준우승 1억 원, 3위 6000만 원, 4위 3000만 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 시즌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승리팀에 1400만 원, 패배팀에 700만 원을 지급한다.

2월 2일 저녁 7시에 시작하는 2023-2024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 2경기는 KIXX(감독 김영환)와 한국물가정보(감독 박정상)의 대결로 진행된다. 대진은 백현우-최재영(0:0), 박진솔-박민규(4:5), 김승재-한승주(2:3), 신진서-강동윤(14:6)으로 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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