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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황제'를 꺾은 신입생

등록일 2020.01.11

2019-2020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5라운드 2경기
사이버오로, 대역전극으로 '기사회생'


문유빈이라는 이름은 바둑팬들에게 매우 낯설다. 기사 인물난을 검색해 보면 2017년 12월 입단해 지난해 3단으로 승단한 22세(98년생), 프로전적 58승38패로 60.4%의 승률로 나온다.

3년차 신예의 흔하디 흔한 이력이다. 프로무대에서 거둔 성과라고 해봐야 지난해 GS칼텍스배 본선 16강에 오른 정도가 최고이니 그 전에는 그를 불러주는 감독이 없었다. 퓨처스리그에도 들지 못했다.

연구생 시절부터 문유빈의 잠재력에 주목한 사이버오로의 양건 감독이 올 시즌 팀의 4지명으로 깜짝 발탁했다. 장내에 술렁거림이 일었다. 팀 수가 늘어나고 다수의 리거들이 군에 입대한 영향도 있었을 터. 나중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양건 감독은 "문유빈이야 말로 저평가된 유망주"라며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 3년을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이제는 적으로 마주한 두 사람. 나현 9단에게 1승4패로 뒤져왔던 변상일 9단(오른쪽)이 나현의 전공분야인 끝내기에서 보다 정교함을 보이며 불계승, 기선제압의 선취점을 올렸다.


무대에 오르자 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기대에 부응했다. 첫 경기에서 신예 강자 최재영 5단에게 대역전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한상훈 8단, 백홍석 9단 같은 리그 배테랑들을 상대로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갔다.

도중에 신민준 9단이나 변상일 9단 같은 하이 랭커들에겐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8라운드에서 '전설' 이창호 9단을 꺾으면서 크게 주목 받았다. 주장 나현 9단이 부진한 가운데 팀내 최다승자가 되면서 '사이버오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 지는 팀은 8패째를 안으면서 포스트시즌이 크게 어려워지는 15라운드 2경기에서 사이버오로가 포스코케미칼을 꺾었다. 올 시즌 여섯 번째의 '2패 후 3연승'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승부가 끝났다.


새해 들어서도 같은 신입생 정서준을 꺾으며 기세를 올린 문유빈은 이어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렸다. 10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15라운드 2경기에서 거함 최철한 9단을 꺾었다. 42위의 신입생이 11위의 '리그 황제'를 잡은 것. 중계석의 박정상 해설자는 문유빈의 연구생 때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승부 근성이 강하고 견디는 힘이 대단해서 누구든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디션 좋은 최철한 9단이 진 것이 이변만은 아니라는 것.

문유빈의 승리는 팀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대역전의 징검다리를 놓은 것이기에 더욱 빛났다. 변상일 9단과 박건호 4단에게 내리 두 판을 내주며 일찌감치 패배의 위기에 내몰렸던 사이버오로는 이후 홍성지 9단, 문유빈 3단, 설현준 5단이 연달아 승리하며 '2패 후 3연승'의 짜릿한 역전극으로 죽다 살아난 것 같은 기쁨을 누렸다.

▲ 해설진도 박빙으로 내다 본 일전. '상성을 중시한다'는 이희성 해설자가 용케도 문유빈의 승리를 점찍었다.


포스코케미칼에게는 전반기 4-1 승리에 이은 연승. 이로써 6승7패가 되면서 포스트시즌을 향한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갔다. 반면 전기 우승팀인 포스코케미칼은 3연승과 5할 승률의 문턱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6승8패, 포스트시즌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 다음(8승8패) 다른 팀의 사정을 지켜보는 희망이 남아 있지만 개인 승수가 부족한 것이 큰 걸림돌이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1일 Kixx(7승6패.3위)와 홈앤쇼핑(6승6패.6위)가 15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백홍석-김명훈, 강승민-한태희, 김지석-한승주, 윤준상-심재익, 박현수-이영구. 전반기엔 Kixx가 4-1로 승리한 바 있으며 강승민-한태희(승)은 리턴매치다.

▲ 장고 A: 2시간, 장고 B: 1시간, 속기 10분.




▲ 지난 라운드에서 악몽 같은 8연패를 끊은 박건호 4단(오른쪽)은 최근 크라운해태배 4강에 오르는 등 완연한 회복세다. 이 날도 동갑내기 송규상 4단을 상대로 줄곧 우세한 국면을 이끌며 불계승.


▲ 올 시즌 7년 만에 리그에 복귀한 송태곤 9단(왼쪽)의 첫승은 또 다음으로 미뤄졌다. 홍성지 9단과 300수를 훌쩍 넘는 접전을 펼친 끝에 6집반을 지며 7전 7패.


▲ 끝내기 단계에서 서로 크게 흔들렸던 두 사람. 설현준 5단(왼족)이 이창석 5단을 상대로 집념의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것이 팀의 대역전승으로 이어졌다.


▲ 자칫 떼일 뻔한 호흡기를 다시 붙인 사이버오로. 수려한합천, 정관장 황진단, 홈앤쇼핑과의 대결이 남아 있다.


▲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일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포스코케미칼. 낭은 두 경기의 상대 또한 화성시코리요와 셀트리온으로 만만치가 않다.


▲ 8승5패로 올 시즌 6명의 신입생 중 다승 선두에 오른 문유빈 3단. 지난해 바둑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박상진 4단(7승5패)과의 신인왕 경쟁에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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