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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곰소소금, 서귀포 칠십리 연파하고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챔피언 등극

등록일 2019.09.07

태풍 링링이 수도권을 향해 북상하고 있는 주말 9월 7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김효정 감독의 <부안 곰소소금>과 이지현 감독의 <서귀포 칠십리>의 오전경기(장고대국, 속기1국)가 속개됐다. 오전 경기에서 어느 한 팀이 2-0으로 승리하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고 1승 1패가 되면 10분 내에 속기2국 두 팀의 오더를 제출하고 20분 뒤에 대국한다.

정규리그 전후반기에서 1승씩 나누어가지며 1위(부안 곰소소금 10승 4패), 2위(서귀포 칠십리 8승 6패)로 시즌을 마친 두 팀은 9월 3일에 치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격돌해 <부안 곰소소금>이 승리했다. 2차전을 맞은 <서귀포 칠십리>로서는 더 이상 뒤가 없는 벼랑 끝의 승부인데 공개된 오전경기의 오더 역시 심상치 않다.

김선호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시작된 허서현(흑, 부안 곰소소금 2주전 정규리그 7승 7패)-오정아(백, 서귀포 칠십리 1주전 정규리그 7승 6패)의 장고대국은 1주전과 2주전의 싸움이지만 상대전적에서 오히려 허서현이 2승 1패로 앞서 있다.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속기1국, 조승아(흑, 서귀포 칠십리 2주전 정규리그 10승 4패)-오유진(백, 부안 곰소소금 정규리그 8승 4패)의 승부도 오유진이 상대전적에서 5승 2패로 앞서 있는 데다 세계대회, 타이틀전 등의 큰 승부를 많이 경험한 만큼 오유진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게 관측자들의 중론. 2차전에는 여자바둑리그 바둑TV 해설진 두 팀(진행-배윤진, 장혜연 / 해설-백홍석, 홍성지)이 총동원돼 해설과 중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속기1국(오유진-조승아)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끝났다. 랭킹, 총체적 전력, 상대전적, 큰 승부의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앞선 오유진이 이겼다. 네 귀가 모두 결정된 대국 초반, 좌하일대로부터 하변과 우하귀 쪽까지 이어진 전투에서 중앙 부근 흑의 요석을 잡은 오유진은 전국의 주도권을 잡은 뒤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았다. 비세를 의식한 조승아가 상변 백 일단을 차단하며 백 전체를 압박하는 큰 그림을 그렸으나 승리를 확신한 오유진의 단호한 반격에 부딪쳐 물거품이 됐다. 우승에 성큼 다가서는 완승. 남은 두 대국 중 한 판을 이기면 <부안 곰소소금>의 우승이 확정된다.

장고대국(오정아-허서현)은 허서현이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반 초입부터 오정아의 우세로 흘러갔다. 우변 전투는 호각의 절충으로 갈라졌는데 좌하 쪽부터 하변과 중앙으로 이어지는 전투 과정에서 백이 흑돌을 관통, 하변을 크게 장악해서는 승부가 기울었다. 실리의 격차가 큰 데다 좌하 쪽 흑 일단의 사활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허서현의 불같은 종반 추격전이 시작됐다. 일찌감치 승리를 의식한 오정아가 우하 쪽을 두텁게 마무리하고 중앙을 단속하는 사이 흑이 상변 백 석 점을 잡는 전과를 올렸고 상변 끝내기에서도 백의 의표를 찌르는 수단을 발휘, 미세한 차이로 좁혀졌다. 그러나 허서현의 분전은 거기까지였다. 오정아는 한 번만 더 삐끗, 하면 그대로 우승을 내줘야 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왜 에이스인가를 증명했다. 좌상귀 쪽 흑 대마의 사활에 얽힌 끝내기를 놓치지 않고 처리하면서 마지막까지 끈끈하게 따라붙은 허서현을 뿌리쳤다. 오전경기는 두 팀의 1주전이 1승씩 나눠가지면서 오후경기로 이어졌다.

오후경기, 속기2국은 김수진(백, 서귀포 칠십리 정규리그 6승 5패)-이유진(흑, 부안 곰소소금 정규리그 3승 5패)의 대국인데 관전자들의 판단은 리그 성적이나 상대전적(김수진 1승), 관록을 비교할 때 김수진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챔피언결정전도 3차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던 김수진이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콧물감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참패했는데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등판했다는 것. 또 이유진이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3승 5패가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3승 모두 팀의 승리와 직결돼있었다는 것. 다시 말해서 이유진의 3승은, 팀이 꼭 필요할 때 부응한 승리라는 것이다. 그 차이가 이 한판의 승부를 갈랐고 2차전의 승패를 결정했으며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의 운명을 확정했다. <서귀포 칠십리>로서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 장고대국에서 조승아가 후지사와 리나에게 뼈저린 역전패를 당하는 순간 예고된 불운인지도 모른다.

오후경기로 이어진 속기2국, 김수진의 반면운영은 안개처럼 모호했고 이유진의 행마는 야생마의 발굽처럼 명징했다. 좌변 백 세력에 뛰어든 흑이 타개하는 과정에서 공격하던 백의 병력은 뿔뿔이 흩어지고 쫓기던 흑이 백을 압박하면서 때 이르게 흑의 완승무드. 좌상 쪽 두터운 벽을 구축했던 백 넉 점이 떨어져나가서는 패색이 짙어졌다. 이 한판의 결과를 아는 김수진도 쉽게 돌을 거두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추격전을 펼쳤으나 의지가 의욕을 따라주지 않았다. 결국, 좌변에서 중앙을 거쳐 우하귀까지 연결된 백 대마의 옥쇄(玉碎)로 승부가 끝났다.

이적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해 최하위를 맴돌던 <부안 곰소소금>이 선수들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통합우승을 이루어냈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김효정 감독과 선수들, <부안 곰소소금> 관계자 여러분께 축하의 말 전한다. 아쉽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준우승 팀 <서귀포 칠십리>와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참여 팀의 선수, 감독 관계자 그리고 한국기원, 바둑TV 관계자들께도 애쓰셨다는 말 전한다. 더 크고 멋지게 발전한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를 기대한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챔피언결정전 2차전엔 바둑TV 해설진(진행-배윤진, 장혜연 / 해설-백홍석, 홍성지)이 총출동했다. 실물이 오백만배 예쁘고 잘 생겼습니다. 진짜로!


▲ 김선호 심판위원. 마지막 경기일까? 아직은 모른다.


▲ 오전경기 중 장고대국 오정아(백, 서귀포 칠십리 1주전)-허서현(흑, 부안 곰소소금 2주전).


▲ 오전경기 중 속기1국 오유진(백, 부안 곰소소금 1주전)-조승아(흑, 서귀포 칠십리 2주전).


▲ 속기1국 중반전을 넘길 무렵 인공지능 승률프로그램들은 일제히 폭설주의보를 내렸다.


▲ 역시 오유진, 큰 승부에 강하다. 정규리그에서 1주전 이상의 기량을 뽐내며 활약했던 조승아에겐 큰 무대 경험이 필요한 듯.


▲ 2차전 속기1국을 승리로 장식하며 <부안 곰소소금>의 우승에 성큼 다가선 에이스.


▲ 장고대국도 1주전이 2주전을 압도했다. 만만치 않을 것이라 했는데..


▲ 1승 차이지만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어 팀에선 내심 허서현의 승리를 기대했을 텐데 맹렬한 추격전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


▲ 오정아가 에이스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넉넉한 형세에서 미세하게 따라잡힐 때는 이지현 감독도 조마조마했을 듯.


▲ 운명의 한판. 오후경기로 이어진 속기2국. 관전자들은 김수진(백, 서귀포 칠십리)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는데..


▲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다르다. 초반부터 이유진이 좌변 백의 세력에 뛰어들어 거침없이 휘젓고 있다.


▲ 팀이 간절하게 원할 때 이겨주는 선수의 승리는 승수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유진의 승리가 그렇다. 오늘의 수훈갑.


▲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완벽하게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를 석권한 김효정 감독. 준비된 인터뷰인가, 말씀을 너무 잘 하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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